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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인의 드라마작가를 말하다』는 최근 20년 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TV드라마 작가 29명을 선정하여 그들의 작품 경향과 특성을 분석한 책이다. 김수현, 김정수 등의 원로작가에서부터 임성한, 서영명, 문영남을 거쳐 김지우, 박연선 등의 패기넘치는 젊은 작가들까지 꼼꼼하고 세밀하게 탐구했다. 개별 작가들에 대한 개인사적 접근을 벗어나 ‘작가 vs 작가’라는 포맷을 사용, 작가 개인들에 대한 이해는 물론 작가들 사이의 영향관계나 유사성과 차이점을 살피고 있다.

TV드라마 작가들의 드라마작품에 관한 작가론이다
이 책은 최근 20년 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TV드라마 작가 29명을 선정하여, 이야기ㆍ캐릭터ㆍ트렌드ㆍ마니아 네 챕터로 나누어 이들의 작품 경향과 특성들을 분석했다. 개별 작가들에 대한 개인사적 접근을 벗어나서 ‘작가 vs 작가’라는 포맷을 사용, 작가 개인들에 대한 이해는 물론 작가들 사이의 영향관계나 유사성과 차이점을 살핀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나라 전체 드라마 지형과 구조를 좀 더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았으며 여전히 왕성한 생산력과 필력을 자랑하는 김수현, 김정수 등 원로작가에서부터, 시청자의 호기심과 비판정신을 자극하는 임성한, 서영명, 문영남 등의 문제적 중진들을 거쳐, 김지우, 박연선 등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패기만만한 젊은 작가들까지를 꼼꼼하고 세밀하게 탐구했다.

왜 지금 드라마작가론인가?
드라마, 드라마작가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필요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드라마작가론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현실에서 이 책은 기획되었다. 그간 드라마작법서와 같은 실용서는 간간이 있었지만 드라마작가들을 진지하게 고찰하는 본격적인 드라마작가론은 거의 없었다. 최근 드라마 비평이 확장일로를 걷고 있지만, 그 준거가 천차만별이고 어쩌다가는 가십성으로 다루어지는 비평에 드라마 생산자들의 고충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드라마 생산의 중핵인 드라마작가를 “author”로서의 탐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또한 드라마의 양적ㆍ질적 팽창기도 지나가고, 한류바람도 잦아들고, 제작현실의 여러 문제들이 대두되는 이 시점에서, 지난 시기의 드라마들을 총체적으로 점검해봐야 할 필요성도 작업을 추동하였다.
특히 방송작가를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선배작가의 철학과 인생관이 담긴 드라마작가론은 창작밥법론을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의 역할을, 우리 독자들에게는 대중문화의 인문학, 필수교양서로서의 그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책을 읽고 난 소감

① 대중예술의 차원을 높이다
가볍고 쉽게 즐기면서 눈으로 보는 이야기가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대중예술이긴 하지만, 예술보다는 대중 쪽에 더 무게중심이 놓이는 쉬운 장르가 드라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매일 밤 가벼운 마음으로 드라마를 즐기며, 한낮의 수다메뉴에 드라마를 끼워 넣는다. 드라마의 줄거리보다는 드라마 주변의 가십성 흥밋거리를 더 즐기곤 했었다. 탤런트 누구누구가 입은 옷이 어쩌고, 액세서리가 저쩌고, 킬힐이 어쩌고 하면서 대화의 밥상에 양념으로 즐겨 올리곤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궁금하고 흥미롭다. 시종일관 진지 일변도로 드라마를 대접한다. 진지하고도 정중하게, 드라마 외적인 것은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작품 그것만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저자에게 드라마는 대중예술이기보다는 대중예술임에 틀림없다. 예술이라 해도 그렇다. 대단히 학구적인 인문학적 상상력, 정신분석, 여성적 관점을 뒤섞어 예의바르고도 장중하게, 마치 문학비평을 하듯 그렇게 작품 분석을 진행한다.
이 비평서와 더불어 우리 드라마는 한 차원이 높아지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그냥 즐기기만 한 드라마에 이렇게 ‘깊은’ 뜻이 배어있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비평서를 읽음으로써 앞으로 즐길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를 찾은 느낌이다.
저자는 대중예술이기 때문에, 대중예술이므로 더욱 진지한 탐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함을 알려주려는 듯하다. 심지어 우아하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의 문어체 문장으로, 드라마를 씨실로, 작가를 날실로 한 정교한 대중예술비평집을 만들어낸 느낌이다.

② 드라마작가를 레드카펫에 올리다
그리하여 우리는 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 작가들과 조우하게 된다. 사실 드라마 세계의 주인공은 인기 연예인들인 줄 알았다. 미실 고현정과 덕만 이요원이, 삼순이 김선아가 그 세계의 주인인 줄 알고 그들의 연기력을 통해 드라마는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저자는 그러한 우리의 통념을 단숨에 깨뜨린다. 이제 저자는 드라마작가에게 온전한 작가writer, author의 지위를 부여하였다. 연기자에 가려져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작가를 레드카펫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 책을 주인공은, 그러므로 드라마 작가이다.
이렇게 많은 작가들이 뚜렷한 자기의 ‘세계관’과 ‘작법’을 지니고 일관되게 ‘작품’을 출산하는 것인 줄 몰랐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작가에게도, 드라마에게도, 시청자에게도 더없이 고마운 존재이다. 책 덕분에 앞으로 드라마를 감상할 때 작가가 누구인지 눈여겨보게 되었다.
사실, 드라마 작가론 책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되는 책인 듯싶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작업은 대학교 대중예술 관련 교수님들이 하시는 거 아닌가? 다시 한 번 저자 약력을 들여다보았다. 학교에 계신 분은 아닌 듯한데 이런 학문적인 연구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기조차 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수많은 드라마 작가 가운데 29명만을 호명해 낼 수밖에 없는 책의 한계라고나 할까. 앞으로 이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우리나라 대중예술의 역사와 가치를 기록할 때 더없이 소중한 자료가 될 듯싶다. 왜냐하면 드라마는 휘발성이 굉장히 강한 장르라, 한 번 보고 나면 쉽게 잊히는 까닭에 반드시 이렇게 기록하고 정리해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③ 브라운관의 보이지 않는 힘, 드라마작가
이제 우리는 알 수 있다. 저렇게 재미있는, 혹은 저리도 막장스러운 드라마를, 연기자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은 따로 있다는 것을. 그(녀)는 수많은 시청자를 울리고 또 웃기는, 브라운관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꾸준한 사랑을 받은 김수현, 김정수, 연속극의 대모 박정란, 박진숙을 거쳐 마니아층을 형성한 노희경과 인정옥에 이르는 거대한 드라마의 물결. 욕하면서 본다는 임성한, 문영남, 서영명, 과 막장계의 신예 김순옥, 장르실험을 시도하는 김지우, 박연선과 리얼판타지의 대가 이선미ㆍ김기호, 그리고 김도우에 이르면서 수많은 드라마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저자는 이렇게, 29명의 드라마작가와 작품들을 통해 우리나라 전체 드라마판을 커다랗고도 정교하게 직조해 놓는다.
드라마는 계속 될 것이다. 쭉-욱. 그것은 브라운관의, 보이지 않는 힘들로 만들어지는 세계이다.

④ 새로 알게 된 드라마 용어
저자가 작가에게 기울이는 정성과는 별도로, 책을 통해 신조어 몇 개를 발견한 것도 즐거운 일이다. 예를 들면, 막장드라마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임성한, 서영명의 드라마를 ‘계략드라마’로 규정지어 놓았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두 작가의 드라마에서 ‘계략’을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데 우리는 그냥 막장이라고만 불렀었다. 또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 속 여성들을 ‘자기구현적 여자’로 명명한 것도 대단한 통찰력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구현적 여자들의 히스테리 양상을 넋두리형, 투덜거림형, 비명형으로 분류해 놓았는데 이 또한 적절한 분류였다. 또한, 일반의 견해와 달리 히스테리를 굉장히 긍정적인 여성언어로 전환하고 그것을 ‘자기구현’으로 해석한 탁발한 분석력에 깊은 공감을 느끼며, 박수를 보낸다.

프롤로그

1 Drama, 이야기 vs 이야기
김수현 vs 김정수: 가부장체제의 안과 밖
송지나 vs 최완규: 기획드라마의 시대를 열다
이경희 vs 김규완: 슬퍼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박정란 vs 박진숙: 연속극의 ‘여성 수난 극복기’

2 Drama, 캐릭터 vs 캐릭터
김운경 vs 문영남: 두 개의 공동체, 그리고 해체
이선미ㆍ김기호 vs 김도우: 리얼리티와 판타지의 행복한 만남
홍자매(홍정은ㆍ홍미란) vs 홍자매(홍진아ㆍ홍자람): 성장의 유희 - 구조와 내면

3 Drama, 트렌드 vs 트렌드
임성한 vs 서영명: 욕망과 계략의 이중주
주찬옥 vs 정유경: 드라마에서 문학성은 가능한가?
김영현 vs 윤선주: 현대사극의 두 갈래 길
김인영 vs 김은숙: 트렌드의 세 요소 - 여자, 일, 사랑

4 Drama, 마니아 vs 마니아
노희경 vs 인정옥: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김지우 vs 박연선: 장르드라마의 실험과 가능성

■ 추천사

그냥 재밌게 보면 되는 드라마가 이렇게 치열한 분석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리의 망막에서 사라졌던 드라마들을 다시 불러내고, 상업방송의 메커니즘에 매몰되어 있는 드라마작가들을 오롯이 “작가”라는 이름으로 끌어올리려는 저자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최초의 드라마작가론이자 본격적인 드라마 비평서인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진지한 연구자들 덕분에 드라마의 격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여기에 언급된 작가들은 축복받은 분들이다. 우리나라 대표작가로 무대에 올라서게 되었으니까. 그러나 앞으로 글쓰기가 쉽지 않겠다. 누군가가 나의 드라마를 이렇게까지 주시하고 있을 테니…….
-김지일(전 MBC 드라마 국장)

가벼운 시청기나 윤리주의적 코멘트만 넘쳐나는 글들 속에서, 분석의 심도와 무게감을 지닌 비평을 만나는 일은 짜릿할 정도로 즐겁다. 이 책은 대중의 욕망과 이를 받아내는 통속성 속에 몸을 담그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발하는 존재로서의 드라마작가를 적확하게 짚어냄으로써, 드라마를 만든 작가와 그 드라마를 즐겨 보는 시청자 자신을 동시에 반추하여 사유할 수 있도록 한다.
-이영미(대중문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