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박희호의 두 번째 시집. 그의 시 대부분은 개별적인 어떤 깊은 상실감이나 소외감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동시에 그러한 감정과 정서들은 서로 소통할 수 없는 것과 필사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와 맞물려 있다.

유별난 감수성으로 일반인들과는 다른 삶의 양식을 지향하는 시인들의 경우, 타고난 성향이나 문학적 취향과는 무관하게 화려한 세상과 그저 행복한 삶보다 보잘 것 없고, 한편으로 덧없기까지 한 사물이나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시인 박희호가 그렇다. 시인의 도덕적이고 실천적인 관심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시가 언어와 욕망, 무의식적인 정체성과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그것들을 뚫고 일어서려는 의지를 담아 시를 쓴다.

차례
自序 ＿ 5

제1부＿ 비에 젖은 구두

모시조개 ＿ 13
비에 젖은 구두 ＿ 14
옛집 ＿ 15
폐타이어 ＿ 17
호명 ＿ 19
덤 ＿ 21
본적 ＿ 22
가을 저격수 ＿ 24
바람의 리허설 ＿ 26
새벽 산 ＿ 28
아버지의 눈물 ＿ 30
코다리 ＿ 31
임하댐, 그 깊은 곳에 ＿ 32
안개 ＿ 34
나팔꽃 ＿ 36
도라산 역 ＿ 37

제2부＿ 낙엽, 그 문장

유리창 ＿ 41
청량리동 588-1번지 ＿ 42
감나무 꿈을 보다 ＿ 43
원고지 ＿ 45
울음 ＿ 48
외로워지는 것도 후유증이다 ＿ 50
매발톱 꽃 ＿ 51
낡은 가구 ＿ 53
철길에 내리는 비 ＿ 55
낚시 ＿ 56
사진관 ＿ 58
낙엽, 그 문장 ＿ 59
바다에서 ＿ 60
풀씨 ＿ 62
해국 ＿ 63
풀벌레 ＿ 64
신문지 한장 ＿ 65
3월을 기다리며 ＿ 67
제3부＿ 일출과 일몰에 대한 단상

병상일지 1 ＿ 71
병상일지 2 ＿ 73
병상일지 3 ＿ 75
병상일지 4 ＿ 77
고독, 그것에 대한 해명 ＿ 79
손 ＿ 81
섬광의 노래 ＿ 83
쇼핑카드를 밀다 ＿ 85
가을의 리허설 ＿ 88
발신자 표시제한 ＿ 90
일출과 일몰에 대한 단상 ＿ 91
외면 ＿ 93
지문 ＿ 95
바람을 빗질하는 김C ＿ 96
바닷가 모텔 ＿ 98
어느 죽음 ＿ 100
늘 오독하는 발음＿ 102
미역 ＿ 103


제4부＿ 양말을 신을 때면

비정규직 ＿ 107
양말을 신을 때면 ＿ 109
그들은 달빛에도 불씨를 살린다 ＿ 110
고등어 ＿ 112
등잔 ＿ 114
방패연 ＿ 116
민통선 서장 ＿ 117
길 ＿ 119
월경하는 일 ＿ 121
귀휴 ＿ 123
외줄과 밧줄, 그 수사법 ＿ 125
닭 공장 ＿ 127
죽서루 대숲 ＿ 128
주홍글씨 ＿ 130
비무장지대 ＿ 131
벽에 핀 꽃 ＿ 132
개망초꽃 ＿ 133
어느 지하도의 허기 ＿ 135

해설 ＿ 품과 덤의 시학 / 임동확＿ 137

제1부-비에 젖은 구두



모시조개


그 모진 서래질에 천년을 갇혀
뼛속 깊이 키워온 붉은 속살 토해 놓고
빈껍데기 허기 우려낸
바다 속 기억
음표마다 뜨거운 노래가 되었다
빗장 열린 허공을 휘감아
파도를 끌어안고
혼절한 울음, 그 울음이 하얗다.







비에 젖은 구두


비에 젖은 구두를 신는다. 발채를 졌던 힘겨운 무게 틈에서 혈관이 팽팽하게 일어선다 힘껏 움츠린 몸으로 고집을 부린다
굳은살이 옹이진 노동으로 충혈 된 발, 기우뚱 기울어진다
발가락 관절이 삐걱거린다 부채 주름에 갇힌 바람 같은 비명이 푸른 새벽을 깨운다 제 속에 들어온 발, 꼭 여며잡는 소 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