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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골 미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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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정희
  • 그림 : 이선주
  • 출판사 : 사계절
  • 발행 : 2003년 12월 05일
  • 쪽수 : 23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8971969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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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왜 해방 공간기인가


    우리 어린이문학에서 해방 공간기는 다루기 힘든 분야 중 하나입니다. 단편이나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그 전사로 간략하게 다루어질 뿐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장편으로는 현길언의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만큼 해방 정국의 이념 대립과 혼란상, 그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삶은 작가들이 다루기에 몹시 버거운 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어려운 역사를 굳이 읽게 해야 할까 하는 부정적인 선입견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의 어린이도, 현재의 어린이도 그 누구도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오늘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가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 거슬러올라가 보면 일제 시대와 해방기, 그리고 6·25 전쟁으로 이어지는 수난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미군에 의해 무참히 죽은 미순이 효순이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소파법 개정을 요구하며 촛불 시위를 벌인 지 어언 일년이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 언 손을 불어 가며 날마다 광화문 곳곳에 모였지요. 그때의 아이들은 알았을까요. 왜 미순이 효순이 같은 죄 없는 아이들이 그렇게 어이없이 죽어 가야 했고, 왜 정작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는지를. 그리고 왜 남북이 갈라져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서로 만나지 못한 채 나이 들어 죽어 가야 하는지…….
    이 작품은 과거의 역사가 결코 과거로 끝나지 않고 오늘날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과거의 역사와 삶 속에서 어떤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지금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주는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이자 문학 교과서가 될 것입니다.




    한 집안의 몰락사이자 한 아이의 성장사


    현길언의 작품이 해방 정국과 '제주 4·3 항쟁'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역사에 대한 탐구보다는 일인칭 화자인 주인공의 심리와 성장에 초점을 둔 성장소설로 나아간 반면 <야시골 미륵이>는 당시의 시대상을 전면적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따라서 주인공 미륵이의 내면 심리나 일상 생활보다도 이념의 대립에 희생된 한 집안의 가족 해체와 도시 빈민으로의 이행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륵이의 삶도 굴절되고 피폐해지지만, 미륵이는 절실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역사와 인간과 자신의 삶에 대응해 나갑니다.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미륵이라는 인물의 성장사와 깊이 맞물려 있습니다.
    작가는 도시 한복판도 아니요 마을 한복판도 아닌 깊고 깊은 산 속(야시골) 외딴집에 사는 미륵이네를 통해 당시의 갈등과 혼란이 얼마나 깊숙이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쫓겨 제 집에 살 수 없던 여우들, 이념에 밀려 쫓기고 쫓기다 끝내 여우들이 살던 굴에서 살아야 했던 미륵이네 집의 비극을 '야시굴'이라는 설정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비단 미륵이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제 집에서 쫓겨나 거렁뱅이가 되고 굶어 죽고 짐승 같은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이지요. 따라서 이 작품에서 여우와 야시골은 일제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외세에 주권과 삶의 터전을 빼앗긴 해방기 우리 민족의 삶을 상징합니다.




    어질고 여린 소년 미륵이가 강인한 삶의 주체로 서기까지


    어머니가 부처님 코를 갉아먹고 낳았다 하여 이름이 미륵이인 주인공은 열한 살이지만 집이 가난하고 거리가 아주 먼 산골짜기에 사는 까닭에 학교에 다니지 못합니다. 학교는커녕 아랫마을 탑소를 벗어나 본 적도 없는 토박이 산골 아이지요. 가난한데다 온 식구가 이름 대신 '갓지기(남의 산을 지켜 주는 사람)'라고 불리며 업신당하고 살면서도 자애로운 할아버지와 어진 어머니와 오순도순 살던 미륵이의 유년 시절은 비교적 행복했습니다. 산골짜기 저 너머의 세상은 분명 멋지고 아름다울 것이라는 꿈을 간직한 시기였지요. 그러나 일제 징용을 피해 야시굴에 숨어 살던 아버지가 좌익이 되어 나타나면서 미륵이네 집은 온갖 시련과 비극에 휩싸이게 됩니다. 하지만 미륵이는 빨갱이가 뭔지, 미군정이 뭔지, 왜 한 마을 사람들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가장 친한 동무마저 원수가 되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를 따라 처음 나가 본 장 구경 이후로 미륵이 마음속엔 어렴풋한 문제 의식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아랫마을말고는 한 번도 세상 밖을 경험하지 못한 미륵이에게 장 구경은 큰 놀라움으로 다가옵니다. 무수한 사람들과 미국 원조 물건을 늘어놓은 장터는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륵이는 충격적인 사건을 목도하게 됩니다. 미군들이 트럭에 탄 채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아주머니들을 희롱하다가 총을 쏘아 댄 것입니다. 미륵이는 마치 도깨비들의 세상, 아니 할아버지가 가끔 얘기해 준 지옥에 다녀온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친한 동무 영대의 삼촌과 친일파였던 마을 아저씨가 토벌대의 앞잡이가 되어 아버지 대신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끌고 가고, 할아버지는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장독이 올라 결국 돌아가시고 맙니다. 산사람들이 쳐들어와 겨울 양식을 몽땅 빼앗아 가자 어머니는 성치 않은 몸으로 돈을 벌겠다고 도시로 떠나고, 그 와중에 네 살배기 막내 여동생 붙들이가 죽은 쥐를 뜯어 먹고 죽고 맙니다. 어머니는 결국 돈은커녕 병든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지만 토벌대들이 집을 불태우는 등 미륵이네는 점점 벼랑으로 몰립니다. 게다가 대구 10월 항쟁으로 빨갱이 대토벌에 혈안이 된 토벌대와 경찰들에 의해 아버지는 운문산에서 시커먼 재가 되어 사라집니다.
    할아버지에 이어 붙들이 그리고 아버지와 운문산에서 수없이 죽어 간 사람들……. 그러나 슬퍼하고 절망할 틈도 없이 어린 미륵이는 이제 더 이상 세상은 놀이터가 될 수 없고 아름답지도 않으며 왜 자기 집이 비극을 맞게 되었는지 조금씩 깨달아 가기 시작합니다. 불탄 집에서도 쫓겨나 결국 여우들이나 살던 야시굴까지 내몰리게 된 미륵이네는 그곳에서 짐승처럼 겨울을 나기가 무섭게 토벌대에게 쫓겨 도시로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미륵이는 자기의 신세가 여우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여우들이 살던 굴이지만, 일제 때 징용을 피해 숨어 살던 사람들에 의해 여우들이 쫓겨간 뒤로 아무도 살지 않는 곳. 미륵이네는 삶의 막다른 그곳에서조차 못 살고 도망쳐야 했던 것입니다.
    대구에서 한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산동네 판잣집 방을 하나 얻게 된 미륵이는 역 근처에서 지게꾼 노릇을 하여 번 돈으로 보리쌀 한 되를 사서 식구들과 함께 정말 오랜 만에 '밥'을 먹어 봅니다. 집이 불탄 뒤로 반년 가까이 바깥에서 잠을 자야 했던 것에 비하면, 비록 좁고 지저분한 판잣집 셋방이지만 얼마나 소중하고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미륵이는 돈을 벌어 생계를 꾸리고 여동생 들순이를 공부시키겠다는 희망에 부풉니다. 달디단 보리밥을 배불리 먹은 미륵이는 산에 올라가 산 아래 마을을 내려다봅니다. 온통 캄캄한 산 속이지만 산동네에서 비치는 희미한 불빛들이 미륵이의 마음에 작은 빛을 심어 줍니다. 미륵이는 절망만으로는 이 험하고 무서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없음을 압니다. 사람들에게 쫓겨간 여우들도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듯이 자신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아버지가 이루려고 했던 세상, 갓지기라고 손가락질당하고 업신당하지 않는 세상, 모두가 평등하게 잘사는 세상이 뭔지 미륵이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왜 산 속에서 불에 탄 채 죽어 가야 했는지 결코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어머니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앞으로 어떠한 질곡과 수난이 닥쳐오더라도 절망하지 않고 삶을 헤쳐 나갈 것입니다.




    리얼리즘 글쓰기의 전통을 잇는 수준 높은 소년소설


    이 작품은 가벼운 생활동화가 주류를 이루는 요즘 어린이문학 동네에서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풀어 나간 작가의 노력이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동화작가 김정희는 오랜 세월 동안 자료를 찾고 공부했으며, 그 시대 사람들을 찾아 발로 뛰어다니며 수십 차례의 개고 끝에 이 작품을 조심스레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작품을 거의 접해 보지 못한 어린이들에게는 생소하고 어렵게 다가오는 면이 다소 있지만, 최대한 어린이의 눈높이에 다가가려 애쓴 점이 엿보입니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이야기에 죽 빨려들어가게 만드는 건 역시 뛰어난 서사성 덕분일 것입니다. 여우가 많이 살아 '야시골'이라 불리는 공간 배경도 독특하고, 당시의 생활상과 시대상 그리고 상황 묘사가 리얼하고 핍진해서 그 시대가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체 또한 작품의 무게를 더해 주지요. 리얼리즘 글쓰기의 전통을 정통으로 이어받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 어린이문학의 큰 수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해방 직후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인 1948년까지 미륵이네가 겪어야 했던 수난의 역사를 통해 오늘의 어린이들이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면, 절망 끝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강인하고 생명력 있게 삶을 헤쳐 나가는 인물로 거듭나는 미륵이에게서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이 작품의 의미가 더욱 값지게 다가올 것입니다.

    목차

    1. 성난 사람들

    2. 피난 온 감나무집 식구들

    3. 눈 덮인 야시골 외딴집

    4. 이른 봄에 들불을 피우다

    5. 세상 구경을 나가서

    6. 장마

    7. 잔인한 시월의 바람

    8. 황금보다 더 귀한 똥물

    9. 이삭 줍는 아이들

    10. 꽃잎은 떨어지고

    11. 운문산 시체들

    12. 쫓겨가는 사람들

    13. 꽃 피는 봄날에

    글쓴이의 말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8~
    출생지 경상북도 하양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경상북도 하양에서 태어나 한양여자대학에서 도자기 공예를 공부했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국화], [야시골 미륵이], [노근리 그 해 여름], [대추리 아이들]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들을 꾸준히 써 왔습니다. 이 밖에도 [먼저 온 미래], [겁쟁이 하늘이], [내 친구 야야], [지옥에 떨어진 두 악당], [빨간 집게다리가 최고야!], [아홉 살은 괴로워], [별이네 옥수수밭 손님들], [학교 다니기 싫어!] 등의 책을 썼습니다.

    생년월일 1971
    출생지 충남 천안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1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습니다. 그린 책으로 [선녀와 나무꾼][수수께끼 ㄱㄴㄷ][금속은 어디에?][같을까 다를까][야시골 미륵이][산왕 부루]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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