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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으면서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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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조성웅
  • 출판사 : 갈무리
  • 발행 : 2006년 11월 13일
  • 쪽수 : 192
  • ISBN : 978898611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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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조성웅 노동시집. 울산 현대중공업, 죽음의 공장에 들어와 하청노동자로서 일하고 또한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비정규직 투쟁에 참가하면서 희망을 품고자 했던 30대 초 중반의 시인의 삶과 투쟁의 기록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출판사 서평

시인 서문
이 땅의 밑바닥, 가장 어렵고 힘든 조건에서 인간다운 삶의 존엄을 위해 일어섰던 대공장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 토목건축, 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의 투쟁, 기간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은 21세기 초입의 가장 절박하고 치열한 계급투쟁의 역사이며 민주노조운동의 향방을 결정하는 계급적 경계선이었다. 그만큼 노예적 침묵을 강요하는 자본의 노동유연화 공세에 균열을 내며 인간적인 빛으로 타올랐던 비정규직 투쟁은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정당한 지위를 요구할 수 있고 또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이번 시집은 울산 현대중공업, 이 죽음의 공장에 들어와 하청노동자로서 일하고 또한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비정규직 투쟁에 참가하면서 희망을 품고자 했던 내 30대 초 중반의 삶과 투쟁의 기록이다.
하청노동자로서 당해야 했던 서러움과 분노의 정서로 싸웠고 하늘로 하늘로 올라 인간다운 삶의 집, 그 희망의 집을 짓고자 했던 치열했던 비정규직 투쟁의 한 시기가 마감되고 있다. 심장이 아프고 눈물이 솟구친다. 비록 이기지 못했지만 절망하지는 않는다. 투쟁의 거리와 현장, 함께 했던 동지들의 그 신뢰의 눈빛들, 따뜻한 함성들, 연대의 몸짓들이 희망의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유서 한 장 그럴 듯 하게 써 놓지 않으면 열사 칭호도 받지 못하는 타락한 노동운동, 현장 조합원들의 머리를 밟고 허공에 떠 있는 노동조합 집행 권력과 자본가계급과의 협력 관계, 노동조합 관료제의 법적 제도적 공고화. 이제 노동조합운동은 혁명의 지렛대가 아니라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더 이상 민주노조는 없다. 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전망부재의 이 비혁명기의 시간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희생을 통해 인간다운 삶, 혁명을 꿈꿨던 열사들을 생각한다. 내 곁에서 투쟁조직가로서의 역할과 모든 사물에 대한 집요한 질문을 포기하지 않도록 가르쳐 주었던 박일수, 류기혁 열사와 나란히 노동자 출신으로 조선공산당 책임비서였던 차금봉을 비롯해 1930년대 조선공산당 재건을 위해 목숨 걸고 투쟁했던 경성트로이카, 경성꼼그룹 등 선배 혁명가들의 삶이 역사적 시간을 가로 질러 지금, 내 새로운 삶의 출발지에서 하나로 결합되고 있다. 강령과 전술 조직 노선 상에서의 오류에 눈 감지 않으면서도 이 땅(남과 북)에서 의도적으로 “삭제”되었던 선배 혁명가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우고 자기희생을 통해 길을 열어가고자 했던 열사들의 삶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희망을 찾고 있다.
단절과 계승의 경계 위에서 두 번째 시집을 펴낸다.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되고 나서 투쟁을 호소하는 것 이외에 조합원 동지들에게 줄 것이 없어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내게도 줄 “선물”이 생겨 기쁘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투쟁의 현장에서 만났던 모든 동지들에게 이 시집이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다.
희망의 불씨로 내 심장에 살아 있는 소중한 동지,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박일수 열사와 류기혁 열사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다시 “열사정신”은 노동해방이며 “열사정신 계승”은 노동해방을 위해 자신의 삶을 온통 거는 일이라 생각한다.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자!

2006년 10월 13일 서른여덟 생일,
골리앗 크레인이 보이는 울산 동구에서
조성웅

목차

서문

1부 삶은 변한다
새싹에게 고맙다
함께 밥을 먹으면 정이 든다
잘려나간 손마디가 더욱 붉다
도장공의 피 속에는 신나기가 흐른다
끝을 물고 이어지다
삶은 변한다
일어서는 하청노동자
하청노동자들의 마음은 모두 똑 같다
화장실 벽에 새겨진 하청노동자들의 마음
라인을 끊자
오늘, 울 엄니 이빨 하나가 또 부서졌다
내 투쟁의 심장은 살아있는가
입덧은 투쟁신호처럼 왔다
생명을 키우는 몸
환하게
밥과 투쟁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허용하고 있다
내 친구 우석이
절망은 없다
합법적인 나날
투쟁이 투쟁을 부른다
다시 저 꽃 빛 속으로

2부 물으면서 전진한다
용수아이가
함께 한 만큼 내일입니다
정말 푸른 겨울 저녁
양정 나라
좌우명
탄환을 꿈꾼다
차이가 우리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살아있게 한다
나를 채우고 키운 것은
슬픔이 깊을수록 투쟁의 강도는 강하다
문 밖으로 나가는 아이
자본가들의 정치적 수다
이라크의 꿈 많은 소녀들은 부시도 후세인도 원하지 않는다
물으면서 전진한다
밥 한 끼의 정치
용감한 관료들과 어설픈 투사들
독방에서도 난 꿈을 꾼다
오늘은 봄빛 좋은 어린이 날
꽃피듯 날아든 엽서 한 장
넉넉한 웃음
다가올 10년은

3부 죽음의 공장
우리는 죽어도 동지를 그냥 보낼 수 없다
한진중공업 가는 길
투쟁이 있는 곳에서 투쟁을 확대하라
죽음의 공장
죽어도 열사를 꿈꾸지 말라
흐린 날

4부 푸른 달의 궤도
저물녘, 은행나무 아래에서
내 사랑의 미풍
푸른 달의 궤도
섬끝 마을에서
가을좆이 봄보지에게
월곡동 산 1번지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소박한 창문
그대에게 가는 일의 순서
2002년 12월 겨울나무
봄의 내부

5부 적빛의 매화꽃 향기
어느 친숙한 봄날에
투쟁 사업장의 아침
무장한 노동자군대
공장은 노동자의 것이다
그래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하늘로 오르는 깃발
적빛의 매화꽃 향기

발문ㆍ정남영
노동의 분할을 넘어서 우리 모두의 하나됨으로

본문중에서

백무산 시인 추천사
노동투쟁도 노동정치도 그건 다만 영토 확장의 말뚝 박기다. 투쟁을 통해 노동의 영토를 확대하고 그것을 침탈당하지 않도록 말뚝을 박고 담을 치는 행위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노동의 영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대지에 무엇을 들여오고 무엇을 뿌리내리게 하여 대안적 삶의 풍요를 가꾸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없다면, 그 공백에는 필시 낡은 것이 들어와 또아리를 틀게 될 것은 뻔하다. 소비 경쟁적 상업문화, 부르주아 정치문화, 패권주의적 지배문화, 개발주의적 파괴문화가 그것이다. 결국 노동투쟁도 노동정치도 그곳에 기반할 수밖에 없게 되고, 나아가 노동과 자본이 같은 뿌리를 두게 되는 절망적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 결과, 87년 대투쟁 이후 대공장노조는 국가지배체제 하위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 자본에 대항할 어떠한 도덕적 문화적 우월성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국가체제에 포섭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운동은 바로 이러한 비판과 성찰 위에서 시작되어야 했다. 그만큼 많은 난관과 탄압과 무관심과 배제와 냉소를 견뎌내어야 했다. 이것은 곧 이 운동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운동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인은 이 대열의 중심에서 각고의 견딤으로 투쟁을 이끌어오면서 온몸으로 시를 써온 놀라운 저력을 가진 우리 시대 드문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삶과 투쟁을 일치시키려는 신실한 노력과 고뇌가 배어있다. 아내가 해고되던 날 ‘입덧’이 시작되었고 그것은 곧 새로운 희망이 잉태할 것임을 역설적으로 예감하고, ‘밥을 짓는 일도 투쟁’이며, 마침내 삶이 ‘축복받은 투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삶이 투쟁 이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투쟁 또한 삶의 일상에서 이탈할 수 없는 것임을 몸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제국의 시대에는 자본이 노동력뿐만 아니라 착취의 공간을 삶의 일상에까지 확대하고 있는데 대한 저항의 표현이다.
‘축복받은 투쟁’을 위한 투쟁의 열정과 상처 그리고 인간에 대한 눈물겨운 사랑을 보여주는 그의 시는 그만큼 격렬하고 뜨겁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9

저자 조성웅은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시집 『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물으면서 전진한다』 『식물성 투쟁의지』가 있다. 박영근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전국현장노동자글쓰기모임 ‘해방글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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