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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윤서방네 수박밭에 떨어진 하느님과 예수님이 세상 사람들과 생활하며 겪는 애환과 에피소드를 간결한 문체로 그린 장편 창작동화. 땅 위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점쟁이를 찾아가고, 청소부로 취직하기도 하며 겪는 세상살이를 재미있게 그린 동화책이다.

<몽실 언니>의 작가 권정생씨가 장편동화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을 냈다. 하느님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아들인 예수를 지상에 내려보냈다는 기독교의 근본 전제를 패러디한 이 동화에서 오늘의 시점에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이는 예수만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인 하느님 자신도 아들과 동행하는 것이다. 하늘나라와 달리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지기만 하는 것 같은 인간 세상의 실태를 직접 보고 싶다는 것이 이유이다. 이 동화는 실수로 대한민국에 착륙한 하느님이 이 땅에서 겪는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지상에 내려온 하느님의 면모는 보통 사람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배고프면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남의 밭에서 수박을 훔쳐먹어야 하며 점집과 교회를 번갈아 찾아가서 걱정거리를 호소하고 가까운 이들이 자신을 따돌리는 것 같아 토라지기도 한다. 인간적 약점과 한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평범한 이웃 할아버지와 같다. 작가 권씨가 이번 동화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당위에 대해서이다. 피난 당시 가족과 헤어져 혼자 살아온 과천댁의 사무치는 한을 보면서 분단의 고통을 실감하고 한반도의 통일 필요성을 스스로 다짐하는 하느님의 모습에서 독자는 희망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

글쓴이의 말

- 하느님이 세상으로 내려오다
- 수박밭에 떨어진 하느님
- 땅 위에서 하룻밤
- 잘못을 비는 하느님
- 점쟁이를 찾아간 하느님
- 전도를 받은 하느님
- 예수님은 청소부로 취직하고
- 거리에서 만난 여자 아이
- 아저씨, 난 집도 없고 엄마도 없어...
- 슬픈 가족
- 강변 움막집
- 들판은 아름다운데
- 셋방살이
- 병석에 누운 하느님
- 하느님은 그 날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
- 감기 걸린 공주님
- 노점상 단속
- 생일 잔치
- 걱정하는 하느님
- 1992년 10월
- 통일이 될 때까지
- 텔레비전
- 어린아이 하나한테
- 예수님 맞선 보던 날
- 하느님이 또 엎드려 빌었다네
- 한가위 차례상
- 단풍 놀이
- 세 번째 성탄절

하늘에, 하느님이 금빛 빛나는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있고 오른편의 조금 작은 의자에 예수님이 앉아 있었습니다. 하늘 나라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죽자 사자 땀 흘려 일하지 않아도 되고, 학교도 없으니 시험도 안 치고 숙제도 없고, 이곳저곳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되고, 그러니까 꾸지람하는 엄마도 없고 깡패도 도둑도 없어 참으로 태평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땅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걱정이 되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얘야, 어떡하면 좋겠니? 마냥 이렇게 앉아 있으려니 끝이 없겠다.||^ 어느 날, 하느님이 아들 예수한테 물어 보았습니다. ||^답답한 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세상에서 한 30년쯤 살다가 올라온 지도 벌써 200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세상은 점점 어려워만 가고 있으니까요.||^ ||^우리 이렇게 앉아만 있지 말고 한번 세상으로 다시 내려가 보자꾸나.||^ ||^싫습니다, 아버지. 제가 다시 내려가서 그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또 질 수는 없어요.||^

예수님은, 2000년 전 채찍으로 맞으며 무거운 십자가를 메고 가던 일을 생각하니 갑자기 식은땀이 나는 듯했습니다. ||^아니다. 두 번 다시 그런 힘든 일을 너한테 시키지 않을 테니 그냥 우리들이 세상에 내려가서 한번 살아 보자꾸나.||^ 하느님도 그때 일이 미안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 본다면 저도 찬성입니다. 언제쯤 내려갈까요?||^ ||^뭐, 망설일 것도 없이 내일이라도 내려가자꾸나.||^ 하느님과 아들 예수는 쉽게 결정을 하고 나자 한시바삐 세상에 가 보고 싶었습니다. 하느님과 아들 예수는 금으로 된 면류관도 벗어 버리고 통으로 짠 하얀 옷 한 벌씩만 입은 채 다음날 일찍 하늘나라를 떠났습니다. 목적지는 예루살렘이 있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중간쯤 내려오는데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은 점점 거세져서 태풍처럼 휘몰아쳐 하느님과 아들 예수를 동쪽으로 동쪽으로 날려 보내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느님은 하늘을 떠날 때 사람들과 똑같이 아무 힘도 없고 어떤 기적을 일으키지도 않으려 했기 때문에 이렇게 불어치는 바람을 막을 수 없어 날아가는 대로 그냥 바람따라 날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라크를 지나 이란을 날아갔습니다.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아프가니스탄을 지났습니다. 파키스탄을 지나 인도를 지났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을 넘자 널따란 중국 땅이었습니다. 자꾸자꾸 날아가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만리장성을 넘어 양자강을 따라 동쪽으로 동쪽으로 날아갔습니다. (11~13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