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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장어 학교』는 탄탄한 줄거리와 낙동강의 아름다운 서정, 뱀장어를 잡는 아이 남호와 도시에서 전학 온 송이의 풋풋한 첫사랑이 펼쳐지는 21세기 감성동화입니다. 1958년 황순원의「소나기」를 연상시키는 두 아이의 싱그러운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강가에 나가 뱀장어를 잡는 아이, 김남호. 남호가 잡는 뱀장어는 병든 할머니의 약값이기도 하고, 초등학교 3학년인 남호를 더욱 어른스럽게 만들어주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도시에서 막 전학 온 송이는 그런 남호를 '불우이웃'이나 '소년가장'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송이는 그런 남호를 돕기 위해 '뱀장어 잡기'에 나서는데….

☞『뱀장어 학교』는 이러한 에피소드를 통해 '불우이웃'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금전적인 도움을 보태는 것이 아니라, 진심어린 관심과 사랑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제를 제시합니다. 이러한 의도를 읽어낸 어린이 독자라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이 있는 안목과 고민 또한 함께 읽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고도의 정보화, 산업화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소통’과 ‘대화’는 보다 윤택하고 평화로운 삶을 이어주는 중요한 화두이며, 수단이기도 합니다. 인터넷, TV 등 각종 첨단매체의 발달에 힘 입어 '지식'과 '정보'의 소통은 충분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사람들의 마음을 윤택하게 해주는 사랑과 감성 소통은 나날이 정체와 단절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 여간 안타깝지 않았습니다.
<뱀장어 학교>에 부모세대가 감명 깊게 읽은 황순원의 <소나기>의 감성적 맥락을 고스란히 담은 '첫사랑 동화'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보다 감각적으로 변모한 우리 아이들이 단숨에 읽어낼 수 있는 세련됨을 더했다는 것입니다. <뱀장어 학교>가 부모와 자녀 사이에 깊게 패인 감성의 골을 회복시켜 주는 첫 삽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며 이 책을 냅니다.
<뱀장어 학교>와 <소나기>가 나란히 꽂힌 책장 앞에서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앉아 ‘나의 수줍은 첫사랑’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며 살며시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1. 벌거벗은 아이
2. 나무가 흔들려요
3. 둘이 배를 탔어요
4. 첫사랑
5. 뱀장어 낚시
6. 뱀장어 학교

내가 살던 동네 주변에는 강이 흘렀다. 강에서 태어나서 강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할 만큼 동네 사람들은 강과 친숙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강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선물을 전해줬고, 우리는 그 선물을 감사하게 받았다.
강 옆에는 제방이 있었다. 우리는 이 제방을 둑방이라고 불렀는데 어찌나 길던지 처음 만난 사람도 한 바퀴만 돌면 연인이 된다고 했다.
우리는 자라면서 이 둑방에서 종종 마을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이제 겨우 아파트가 몇 채 들어 선 시골 풍경이 그럴 수 없이 좋았다. 특히 저녁이면 아파트 사이로 소가 걸어갔고, 붉은 노을이 저편 하늘을 물들이면 둑방 끄트머리에서 염소 떼가 달려오곤 했다.
여기까지는 유년시절이었고, 나이가 조금 들어서는 둑방에서 사랑을 알아갔다. 사랑이라면 요즘처럼 근사한 이야기나 음침한 이야기가 떠오를 것인데, 우리는 그런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핑계 삼아 여자 아이랑 같이 둑방을 뛰는 정도, 배드민턴을 치는 것 정도였다.
<뱀장어 학교>는 그 즈음 이야기다. 둑방에서 운동을 하다가 우리 반 아이가 배를 타고 낚시하는 모습을 보았다. 철없던 열 살, 열 한 살 할 때 그 아이의 모습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저자 머릿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