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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온 : 문지혁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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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이 금지된 시대, 아버지가 남긴 단 한 권의 책을 찾아라!

종이책이 가득한 서재를 지니고 있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체포되어 사라진 지 20년 후, 성공도 출세도 불가능한 불온 계급이 된 나는 굳게 잠겨 있던 서재의 문을 연다. 그곳에서 발견한 의문의 종이. 다 끝난 줄 알았던 아버지의 비극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곧 태어날 아이와 가족의 미래, 아버지와의 완전한 단절과 과거와의 진정한 결별을 위해 이 수수께끼를 풀기로 결심한다. 아버지가 남긴 단 한 권의 책을 둘러싸고 나를 쫓는 통합정부 대서수사과와 종이책 사수 연대 ‘비블리온’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지고, 마침내 나는 그동안 숨겨져왔던 거대한 비밀에 다가선다.

출판사 서평

이것이 부디 상상에 그치길 간절히 바라며, 책은 영원할 것이다!

2010년 데뷔작 『체이서』가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선정되면서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문지혁 작가의 신작 소설 『비블리온』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2017년 8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웹소설 플랫폼 ‘저스툰’에서 연재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연재 당시에도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문지혁 작가는 통합세기, 세계대전 직후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에 남은 유일한 생존자들의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격전을 다룬 『체이서』,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에서 벌어지는 욕망과 사랑, 복수와 용서에 관한 미스터리 스릴러 『P의 도시』 등을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확고히 다져왔다. 책이 금지된 근미래의 디스토피아를 한 편의 영화처럼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주는 『비블리온』은 긴장감을 잃지 않는 흥미진진한 서사,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촘촘하게 짜인 정교한 플롯, 강렬한 이미지와 매력적인 캐릭터, 섬세한 문체와 허를 찌르는 반전까지, 우리가 ‘이야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주인공 민영의 아버지는 20년 전 체포되어 사라졌다. 통합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종이책을 자신의 서재에 대량으로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서수사과에서 나온 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된 그는 몇 년 후 감옥에서 죽는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 연민과 그리움 속에서 세상에 대해 뒤틀린 시각을 가진 채 성장한 민영은 출신 성분에 따른 제약으로 인해 기록 직종 공무원이 된다. 거주하던 캡슐 타워에서 만난 아내 미아는 컴퓨터 시스템과 코드를 다루는 전산 직종으로, 비슷한 출신 성분의 여자다. 미아는 ‘제대로 살기 위해’ 시를 쓰는 여자였으나 이제는 삶을 이해하고자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민영은 반대하지만 결국 미아는 임신하고, 법에 따라 지금 살고 있는 2인용 주거지에서 곧 나가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집 문제로 고민하던 민영에게 최근 노약자 거주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 어머니가 예전 집에 들어가라는 제안을 한다. 민영은 그 집에 있는 서재와 아버지의 그림자 때문에 주저하지만 딱히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열쇠를 받아 집으로 향한다. 서재의 문을 열고 그곳에서 ‘auribus teneo lupum’이라고 적힌 의문의 종이를 발견한다. 바로 그때 대서수사과 수사관 위은이 들이닥치고 아버지가 만든 책을 찾고 있다는 말을 남긴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아버지의 비극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민영은 곧 태어날 아이와 가족의 미래, 아버지와의 완전한 단절과 과거와의 진정한 결별을 위해 이 수수께끼를 풀기로 결심한다. 아버지가 남긴 단 한 권의 책을 둘러싸고 민영을 쫓는 통합정부 대서수사과와 종이책 사수 연대 ‘비블리온’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고, 마침내 민영은 그동안 숨겨져왔던 거대한 비밀에 다가서게 되는데…….

하나의 책은 하나의 세계, 우리 모두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단 한 권의 책이다.

이 소설의 제목인 ‘비블리온(biblion)’은 그리스어로 ‘책’을 뜻한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종이책을 사수하는 비밀 결사대의 이름이기도 하다. 도대체 통합정부는 왜 그토록 책을 금지하려는 걸까. 또 비블리온 멤버들은 왜 이토록 책을 지키려는 걸까. 정부는 책을 금지함으로써 인간으로 하여금 공감과 상상과 호기심을 갖는 능력, 즉 ‘내면’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정보와 사실만 유통되는 세상을 만들어 아무도 허구와 상상의 영역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들은 ‘내면’을 만들고 학습하면서 동시에 생명공학과 뇌과학을 통해 뇌를 보관하고 육신을 바꾸어 영원한 생을 누리려 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가 책을 지키려는 건 그냥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사는 것과 비슷하죠. 우리는 그걸 일종의 당위로 느껴요. 무엇 때문에가 아니라,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189쪽

그리고 이것이 바로 비블리온이 책을 지키려는 이유다. ‘책’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고, 그저 우리가 주어진 삶을 사는 것처럼, 그냥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나의 책은 하나의 세계예요. 당대의 정치, 경제, 테크놀러지, 이념, 유행, 미적 취향이 모두 집약된 시대의 거울이죠. 동시에 그 거울들은 개별적이고 독립된 우주이기도 해요. 각자로 존재할 권리. 하나로 모아지지 않을 권리. 그게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튼튼한 실로 묶여 있든 접착제로 대강 발라져 있든, 표지가 색이 바랬든 낱장이 떨어졌든 간에, 한 권의 책처럼 살아남는 것. 비록 잊혀지고 버려져 책장 한구석에 처박혀 있을지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한 권의 책이 되는 것.” ?191쪽

이처럼 인간의 내면과 본질을 철저히 탐구하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삶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보여주는 『비블리온』은 장르적 재미와 함께 인문학적 깊이를 동시에 선사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허를 찌르는 반전은 이 소설의 백미다. 절묘한 솜씨로 빈틈없이 엮은 복선의 퍼즐을 맞추며 반전의 반전을 따라가다 마침내 마지막 문장에 다다르면, 가슴을 울리는 묵직한 감동에 한동안 먹먹해진다.

추천사

종이책이 위협적이라니. 억울하고 화가 나 눈물이 맺히고 몸이 떨린다. 만약 이 책에서처럼 통합정부 시대가 도래하여 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책들이 모두 부정당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때에는 이 책을 나의 불행한 자서전이자 유언으로 남겨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책 앞에 ‘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책을 만들고 고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나에게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어떤 책보다 더 무섭고 슬픈 디스토피아를 보여주었다. 책이 금지된 세상이라니, 살아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책과 함께 사라질 영광을 누릴 최후의 비블리온 멤버는 내가 될 것이라 상상해본다. 이것이 부디 상상에 그치길 간절히 바라며. Liber eris in perpetuum. 책은 영원할 것이다.

목차

Ⅰ 빈 서재

Ⅱ 늑대의 귀

Ⅲ 불타는 도서관

Ⅳ 단 한 권의 책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텅 비어 있다는 것만 빼면 집은 예전 그대로였다. 좁은 거실도, 낡은 부엌도, 부모가 안방으로 쓰던 침실과 내가 쓰던 작은 방도 여전했다. 생기를 잃어버린 집은 부검대에 올려진 시체처럼 무뚝뚝하게 나를 맞았다. 나는 천천히 집 안을 둘러보다가 마침내 복도 끝에 있는 그 방으로 향했다. 어쩌면 그 방으로 가기 위해 온 집 안을 돌아야만 했던 건지도 몰랐다. 수천 번도 더 걸어 다녔던 복도였지만 문에 가까워질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요동쳤다. 아버지. 이제는 없는 그의 그림자가 유령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서재.
늘 잠겨 있던, 나에겐 금지된 세계였던 곳. 한때 동경했고 오래 미워했던, 그리고 끝내 내 인생 저 멀리로 사라져버린, 아버지의 방. ?11~12쪽

모른 척해라. 제발 부탁이야.
나는 어머니의 말이 생각나 잠시 망설였다. 이걸 말했던 건가? 낯설었지만 손끝의 감각은 지금 내가 만지고 있는 물체가 종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때의 그 감촉. 분명했다.
충고대로 그냥 모른 척할 수도 있었다. 다시 서랍을 닫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곧 나는 반대쪽 결론에 이끌렸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바로 이런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닌가? 아버지의 흔적. 불행의 기원. 비극의 시작. 나는 내 평생을 갉아먹어왔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어떤 과거와 완전히 이별하고 싶었다. 더 이상 아버지가 망칠 수 없는 삶의 단계로 넘어가고 싶었다. 단순히 도망치는 게 아니라 맞서 싸워 찢고 태우고 없애고 싶었다. 그러려면 꺼내야만 한다. 꺼내서 없애야 한다.
나는 손끝에 잡힌 물건을 잡아당겼다. 예상대로 그건 종이였다. 누르스름하게 변색된 채 반으로 접힌 진짜 종이. 어머니가 놀란 것도 이해가 됐다. 그녀에게 종이란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나 다름없을 테니까. 조심스럽게 종이를 펴자, 그 안에는 누군가 손으로 쓴 듯한 공용어의 알파벳이 가지런하게 적혀 있었다.
auribus teneo lupum. ?45~46쪽

집으로 가기 위해 탄 지상철 안에서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태양은 거의 다 저물어 그 끝만 겨우 지평선에 매달려 있었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은 아름다워서 슬퍼 보였다. 빛의 산란일 뿐인 저 색깔의 변화가 오늘 유난히 내 마음을 휘젓는 이유는 뭘까. 나는 수십억 년 전부터 이 행성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과 저녁마다 뜨고 졌을 태양의 운명을 생각했다. 그 태양을 바라보며 자신의 운명도 그와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했던 잊혀진 이름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버린, 종이책에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뭔가가 있다고 착각했던 아버지를 생각했다. 눈이 부셔서인지 눈물이 조금 났다. 누가 쳐다볼까 봐 나는 안경을 올리는 척하면서 눈물을 닦았다. ?52~53쪽

두려운 건 하나였다. 그녀가 정말 나를 속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그게 거짓말이라는 필의 말이 진짜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그때가 되면 나는 정말로 선택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나는 내 인생에서 별안간 퇴장해버린 아버지와 책과 서재에 대해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아내를 만나 이 무의미한 세계에서 붙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의미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런 아내마저 아버지와 그 무리들에게 연결되어 있던 거라면. 어제 들었던 아버지의 말이 생각나 섬뜩해졌다. 혹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 오랜 벗들이 반드시 이걸 전해줄 방법을 찾을 거다. 그때가 언제든 그들을 만나야 한다. 분명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신발에 잔뜩 달라붙은 흙이 떼어낼 수 없는 아버지의 불길한 예언처럼 느껴졌다. ?147~148쪽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가 책을 지키려는 건 그냥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사는 것과 비슷하죠. 우리는 그걸 일종의 당위로 느껴요. 무엇 때문에가 아니라,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189쪽

“하나의 책은 하나의 세계예요. 당대의 정치, 경제, 테크놀러지, 이념, 유행, 미적 취향이 모두 집약된 시대의 거울이죠. 동시에 그 거울들은 개별적이고 독립된 우주이기도 해요. 각자로 존재할 권리. 하나로 모아지지 않을 권리. 그게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튼튼한 실로 묶여 있든 접착제로 대강 발라져 있든, 표지가 색이 바랬든 낱장이 떨어졌든 간에, 한 권의 책처럼 살아남는 것. 비록 잊혀지고 버려져 책장 한구석에 처박혀 있을지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한 권의 책이 되는 것.” ?191쪽

나는 퍼즐을 맞춰보려고 노력했다. 필이 나에게 마지막 결정을 내리라고 했을 때 나는 아버지의 뇌가 담긴 상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얇게 잘려진 수천 개의 뇌 조각들. 그걸 보다가 아버지가 아무런 책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과 아버지가 어떤 책을 남겼다는 사실이 충돌하지 않는 어떤 지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버지가 남긴 것이 아버지 자신뿐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책이 될 수 있다면. ?270쪽

이미 만들어진 책이 우리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내는 책이 우리를 결정한다. 거기 어딘가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섞여 있는 것만 같다.
아버지는 자신이 원하던 곳에 거의 다 왔지만 결국 그곳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아니, 정확히는 죽음으로써 도달했다. 이제 나는 아버지 대신 그곳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내 생각과 사고, 신념과 목표를 바꾸어야 했지만 그것쯤은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276쪽

아이가 운다.
세상에 나온 지 다섯 달도 되지 않은 아이는 무엇을 위해 저렇게 간절히 우는 걸까.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태어났을 때 우리는 바보들의 무대에 온 것이 슬퍼서 운다고. 이 바보들의 무대에서 나는 무얼 하려는 걸까. 이 지하 통로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면 어김없이 아이가 울기 시작한다. 마치 이제 그만 생각을 멈추고, 지금을 살라고 명령하는 것처럼. ?277쪽

모든 것이 그대로지만 단 하나가 달라졌다. 나는 그것이 나이면서 동시에 당신이기를 바란다. 부디 우리가 서로에게 서로의 다음 페이지가 되기를.
늘 뒤를 조심하라. ?278쪽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001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80년 1월생. 서울대 영문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인문사회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뉴욕대 동아시아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2010년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단편소설 '체이서'로 데뷔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사자와의 이틀 밤'과 공동단편집 '오늘의 장르문학', '한국 추리스릴러 단편선 3'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고흐를 만나다', '렘브란트를 만나다', '호세아', '코끼리 믿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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