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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험한 레트로 : 우리가 알던 일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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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 많던 ‘일제’는 어디로 갔을까? 일본의 완벽주의는 지금 일본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제’라는 마크는 ‘품질이 좋다’는 말의 대명사나 다름없었다. 지금도 볼펜을 살 땐 유니볼이나 제브라 제품을 선택하고, 기본 패션 아이템이 필요할 땐 유니클로를 찾는다. 그러나 눈을 조금만 돌리면 일제 상품들은 많은 시장에서 무너지고 있다. 가전제품 시장의 왕이었던 소니와 파나소닉은 자취를 감췄고, 화장품 코너의 시세이도는 아모레퍼시픽과 클리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일상 속 쉽게 보이던 일본 제품들이 사라지고 한국 제품들이 많아진 것은 우연일까? 혹은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져 필연적인 갈라파고스 현상을 겪는 것일까. 레트로 감성으로 미화되는 일본의 현재, 그 속을 들여다본다.

출판사 서평

*북저널리즘은 북(book)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성어다. 우리가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주제를 다룬다.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하고 사유의 운동을 촉진한다. 현실과 밀착한 지식, 지혜로운 정보를 지향한다. bookjournalism.com

“대한민국에 일본은 ‘걸림돌’이 아닙니다. 깨어 있는 시민의 힘으로 내일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디딤돌’일 뿐입니다.”

지난 2019년 어느 여름날 버스에 올랐을 때 유리창에 붙은 한 포스터를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 공식적으로 내건 일본 불매 운동의 캠페인 포스터였다. 당시 한일 무역 분쟁의 여파로 국내 노재팬 운동의 열기는 뜨거웠다. 번화가의 유니클로 매장은 전례 없이 한산했고, 무인양품 쇼핑백을 들고 거리를 걷는 것은 공공연한 금기였다. 기린 이찌방, 아사히 등의 일본 맥주는 편의점 한 켠에서 자취를 감췄고 원산지 표시 및 대체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노노재팬’까지 등장했다. 이에 더해 유니클로 본사 임원 오카자키의 “한국 불매 운동의 영향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발언은 한국 국민의 공분을 사, 공식 사과문을 두 차례 이상 발표하는 해프닝으로 번졌다.

이러한 일제 불매 열풍은 다수 국내 기업이 반등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 브랜드가 점유하고 있던 SPA 패션, 맥주와 같은 라이프 스타일 산업뿐 아니라 대일 의존도가 높던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는 본격화했다. 아스플로, 엑시콘, PSK 등 국내 강소기업이 반도체 부품 및 장비 산업에서 두각을 보였고 삼성 및 SK하이닉스와 같은 관련 대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도 확대됐다. 국내 소부장 시장에선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인텍플러스와 같은 기업들이 새롭게 들어서며 일본의 소부장은 대체 불가능한 것이라는 믿음은 빠르게 깨졌다.

그러나 경제·산업적 분쟁과는 별개로 일제 불매 운동은 내게 여전히 이례적인 현상이자 의문으로 남아 있다. 강요할 수 없고 하기도 어려운 “국산품 애용”이라는 의제가 그전까지만 해도 낡고 공허한 의제로 들린 탓도, 저자의 말처럼 일본이 식민 지배의 전범국이 아닌 “전 세계 200여 개국 중 하나”로 인식되던 탓도 있다. 혹은 세련된 디자인과 정교한 품질을 자랑하는 제품을 양산해 내는 나라로 일본을 그리던 와중, 개인의 선택에 앞서 국가적 차원의 불매를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위압적으로 느껴진 까닭도 있다.

실제 한국 사회 내 반일 정서는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글로벌리서치가 2021년 6월 전국 만 18~3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싫어하는 나라’를 조사한 결과 ‘일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1.2퍼센트였으나, 해당 표본을 만 18~24세로 좁혔을 때 그 비율은 22.8퍼센트로 약 10퍼센트 감소했다. 일본에서도 한일 관계에 대한 인식은 연령에 따른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일본 동아시아연구원 2021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문화 소비와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었을 때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는 60세 이상의 응답자는 11.4퍼센트에 불과했던 반면 20대 응답자는 30.9퍼센트, 20세 미만 응답자는 66.7퍼센트로 매우 높았다.

2019 무역 분쟁 그 이후, 각기 새 정부를 맞이한 한국과 일본은 3년치 외교 성적표를 앞에 두고 새로운 관계 설정의 모멘텀을 맞고 있다. 이때 저자는 경제적 지표만큼이나 국민적 정서를 강조하며, 그 정서의 핵심엔 일본의 젊은 세대가 있다.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겪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세대, 소셜 미디어로 연결되는 감각이 자연스러운 세대. 가치와 체험을 추구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에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한국의 젊은 세대와도 많은 부분 닮아 있다.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연결하고 표현하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 층은 기존 ‘일본관’, ‘한국관’의 틀을 깨고 있다. 이들에게 상대국은 외교 분쟁의 걸림돌도, 경제 성장의 디딤돌도 아니다. 한일 관계의 구조적 불평등을 역사로 학습해 온 기성세대와 달리, 기술과 콘텐츠로 한국의 젊은 층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신세대로부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목차

프롤로그 ; 한국적 열등감의 근원을 찾아서

1 _ 전자 제품 시장의 갈라파고스화
기울어진 스마트폰 운동장
이노베이션 딜레마
가전 왕국, 막을 내리다
한일 반도체 추월전

2 _ 아날로그 행정의 복병
21세기판 3종 신기
일본의 인터넷이 느린 이유
디지털 인프라의 불편한 진실
순응이 미덕인 사회

3 _ 무너지는 아베노믹스
저렴해진 일본
아베노믹스의 정치적 돌파구
수출 규제, 기회가 되다

4 _ 역사가 만든 안보 격차
모병제가 낳은 일본군
방위산업의 기틀을 마련하기까지
세일즈 국가로의 도약
평화헌법, 발목을 잡다

5 _ 묵묵한 시민상이 만든 사회
정치적 소극주의의 기원
가업에 등 돌린 청년들
매뉴얼 왕국의 오모테나시
우리가 알던 일본은 없다

에필로그 ; 참외라니…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새로운 한일 관계를 그리다

본문중에서

“그런데 일본은 부끄러운 것이 있으면 절대 시장에 내놓지 않으려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좋으니 완벽한 제품을 출시하길 원한다. 기술력에 자부심이 넘칠지는 몰라도 시장 경쟁력에선 뒤처지는 것, 그 결과가 지금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다.” p.22

“아직도 일본의 일부 직장에서는 신입 사원 연수 과정에 서류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도장 예절’ 연수를 으레 포함하는 곳이 있다. 결재란에 도장을 찍을 때엔 부하 직원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듯 왼쪽으로 비스듬히 찍어야 한다는 것 등을 배운다.” p.43

“결국 일본에서 디지털화의 발목을 잡는 것은 인터넷 인프라 자체의 부족이 아니다. 빠른 인터넷망을 보유하고도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애착으로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p.49

“한마디로 ‘Japain(Japan+Pain)’에 빠진 일본 입장에선 과거 식민 지배를 했던 대한민국에 대한 우월감을 바탕으로 정치적 돌파구를 찾아야 했고, 그 돌파구가 바로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표면화된 것이다.” p. 67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지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의 예상과 달리 한국 경제는 타격을 받기는커녕 반도체 등에 필요한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를 현저히 줄였을 뿐만 아니라 소부장 산업을 강화하는 성과를 얻었고, 지금껏 한국 사회에 보기 드물었던 정치·관료·재계의 협력을 보여 주는 계기가 됐다.” p. 70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의 패배 이후 방위 품목의 국산화에는 성공했으나 이 성공이 무기 수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반면 한국은 방위 품목의 국산화를 토대로 해외 시장을 개척했으며, 이제는 국산화율을 높이는 동시에 K-방산까지 접수할 미래를 그리고 있다.” p. 88

“코로나19로 확진자가 속출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스가 정권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면서 일부 젊은 층들이 거리로 나섰지만 정부를 강하게 꾸짖는 집단행동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치적 효능감(political effectiveness)이 낮은 탓도 있지만, ‘화(和)’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상 시민들의 집단행동을 탐탁치 않게 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p. 102

“과거엔 일본 최고의 동경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했다가도 기업의 대를 잇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고 장어 가게 사장으로, 산속 여관 주인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은 가업 승계를 당연시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p. 110

저자소개

강철구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학부와 석사, 박사과정을 거쳐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 2004년 한국에 귀국하여 서울대학교 행정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2006년에는 자리를 옮겨 고려대학교 경제학부 및 일본연구소의 연구교수로, 2008년에는 한동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일본선교의 꿈을 가졌고 현재는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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