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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소쿠로프: 폐허의 시간 : 폐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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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파우스트> 감독이자 현존하는 러시아 최고의 시네아스트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러시아 엘레지>가 상영되면서 우리나라에 소개된 러시아 영화감독 알렉산드르 소쿠로프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급변하기 시작한 러시아 영화계의 새로운 경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1990년대 이후 러시아 영화계에서 비타협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그는, 거의 편집하지 않는 관조적 시선의 롱테이크 미학을 작품에 도입했다. “시간의 흐름은 신의 영역에 놓인 그 어떤 수수께끼”라고 말하는 소쿠로프의 미학은 시간을 의식적으로 조작하거나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영상에 담아내는 것이다.
문학과 회화, 음악에 관한 풍부한 소양 위에 구축된 독특한 영상 미학과 삶과 죽음, 시간의 기억에 대한 철학적 주제를 느리고 사색적인 카메라를 통해 담아내는 그의 영화는, 영화가 줄거리와 인물의 대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음에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러시아 영화감독에 대한 일종의 입문서다.

출판사 서평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러시아 영화의 새로운 희망

알렉산드르 소쿠로프(Alexandr Sokurov)는 러시아 영화의 전통을 계승하며 흔히 안드레이 타르콥스키(Andrei Tarkovsky)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평가되는, 현존하는 러시아 최고의 시네아티스트다. 1968년 지금은 니즈니노브고로드로 개명된 고리키 대학 역사학부에 입학했고, 대학 재학 중 고리키 TV에서 일하면서 1974년 마침내 영화제작자의 길로 들어섰다. 1975년에는 러시아 국립 영화대학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연출을 전공했다.
그의 데뷔작이자 러시아 국립 영화대학의 졸업 작품으로 제출한 <인간의 외로운 목소리>가 러시아 영화계와 세계 영화계에 충격을 안겨주었을 때, 이 영화를 본 타르콥스키는 “러시아 영화의 새로운 희망”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1980~1987년에 연출한 소쿠로프의 작품은 모두 상영이 금지되었으나,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정치적 상황이 변하면서 제5회 소비에트 영화인 연합 대회를 시작으로 소쿠로프 작품들의 스크린 상영이 대부분 허가되었고, TV로도 방영되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이어온 그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세컨드 서클>, <엘레지>),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어머니와 아들>), 칸영화제(<몰로흐>, <아버지와 아들>) 등에서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파우스트>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러시아 작가주의 영화의 전통을 잇는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에 관한 입문서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폐허의 시간』

서문을 대신한 1편의 글과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삶과 작품을 다룬 9편의 글로 구성된 이 책은 감독 이전의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삶의 궤적에 대한 추적에서 시작한다.
감독이 된 후 그가 연출한 작품을 이해하는 시발점이 바로 감독 이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를 비롯한 철학, 문헌학 등 인문학을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라고 말하는 소쿠로프의 신념과 19세기 러시아와 유럽의 문학, 클래식 음악과 회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소쿠로프의 소양은 ‘1장 영화, 또 하나의 삶: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삶과 영화’를 잇는 여덟 편의 글을 통해 뚜렷이 확인된다.
소쿠로프는 <인간의 외로운 목소리>를 연출한 이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넘나들며 ‘엘레지’, ‘죽음 3부작’, ‘권력 4부작’ 및 <러시아 방주> 등을 통해 러시아라는 문화의 유산, 예술과 예술가, 삶과 죽음, 절대적인 권력자의 표상을 빌려 영화적 ‘역사’를 구축해왔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소쿠로프의 작품을 통해 소쿠로프 영화에 담긴 철학적 주제와 예술적 성취에 대해 논하고 있다.
_소쿠로프가 주목하는 주제인 권력과 죽음에 대한 주관적 사유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히틀러를 위한 소나타>와 <암피르>
_러시아 영화 최초로 에피소드로서의 죽음이 아닌 현상학적 차원에서 죽음을 다룸으로써, 죽음에 대해 허구적으로 승리하게 하는 현대 문화에 맞서 죽음을 직시하게 하는 <세컨드 서클>
_겹침의 미학으로 명백성과 명백한 의미의 생성에 저항해 흐릿한 의식을 산출하는 <위베르 로베르, 행복한 인생>
_권력의 영광 뒤에 드러나는 비루한 신체가 인상적인 <몰로흐>와
_영광의 육체 뒤에 종결된 인간의 삶을 그리기보다 삶의 과정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했던 체호프의 작품처럼, ‘지속’으로서의 삶의 이미지에 주목해 자신의 생가 박물관을 찾은 체호프를 통해 존재론적 성찰에 다가가는 <돌>
_문화적 메시아니즘이 구현된 역사관을 통해 러시아 문화의 지위를 논하고 정체성을 탐색하며,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단절되지 않고 영원히 항해할 것이라는 감독의 의식을 담은, 러닝 타임 96분의 하나의 숏으로 구성된 <러시아 방주>
_무력 충돌이나 갈등이 아닌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파괴가 아닌 관계의 재건을 보여준 전쟁 영화 <알렉산드라>
_권력 4부작의 마지막으로 작품으로 구원이라는 원작의 반전이 아닌, 바그너의 말대로 선은 없고 악만 있는 비관적 세상을 그린 <파우스트>

시장 원리와의 타협을 거부하며 러시아 작가주의의 전통을 잇고 있는 소쿠로프의 영화는 대중에게는 다소 어려운 영화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낯선 인물이 되어버렸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그의 회고전에 맞춰 발간되는 이 책이 알렉산드르 소쿠로프라는 인간의 의식과 내면세계에 주목하는 이 영화감독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소쿠로프의 대표적 시리즈

엘레지
소쿠로프는 1986년 <엘레지>를 시작으로, 선배 감독 타르콥스키(<모스크바 엘레지>, 1986~ 1988), 문호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솔제니친과의 대화>, 1998), 작곡가 쇼스타코비치(Dmitrii Shostakovich)(<비올라를 위한 소나타>, 1981)와 같은 러시아 예술가부터 이름 없는 농민(<마리야: 농민 엘레지>, 1978~1988)과 보리스 옐친(Boris Yeltsin)(<소비에트 엘레지>, 1989) 등 정치가에 이르기까지 조국 러시아의 정신을 구현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엘레지(e?le?gie, 哀歌)’라는 형식을 헌정했다. 엘레지 연작들은 기억의 문제와 러시아, 소련의 문화적 유산의 문제, 마치 체제 외부의 시간을 살아낸 듯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의 문제를 그리면서 모든 사라진 것을 애도한다.

삶과 죽음에 관한 3부작
소쿠로프는 1990년대에 들어 삶과 죽음에 관한 3부작 <세컨드 서클>(1990), <돌>(1992), <속삭이는 페이지>(1993)를 완성함으로써, 본격적으로 해외 평단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 3부작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일종의 예술적 성찰이다. 1부에 해당하는 <세컨드 서클>은 데뷔작 <인간의 외로운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죽음을 주된 테마이자 모티프로 삼았다. 소쿠로프는 이 작품에 뒤이어 불멸 또는 영혼의 부활을 주제로 한 영화 <돌>을 만들었다. <세컨드 서클>에서 죽음을, <돌>에서 불멸 혹은 부활을 이야기한 데 이어 <속삭이는 페이지>에서는 삶의 부재를 이야기한다.

권력 4부작
소쿠로프는 요양원에서 쇠약한 상태로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레닌을 다룬 <토러스>(2000), 참모진과 연인 에바와 함께 고립된 요새에서 자신의 최후를 관망하는 히틀러를 그린 <몰로흐>(1999), 항복을 준비하는 지하 벙커의 히로히토를 연출한 (2004), 절대적인 ‘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파우스트>(2011)를 통해 자신의 권력 4부작을 완결 지었다. 그는 역사적인 인물이 아닌 문학 작품 속 인물로 권력 4부작을 마무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마가레트를 이용합니다. 히틀러와 레닌 히로히토가 자신들의 국민을 이용한 것과 같지요. 파우스트가 이 독재자들과 어떤 점이 다르겠습니까?”라고 답변했다. 푸틴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권력자 시리즈라는 점이 논란이 되면서, 심지어 소쿠로프를 파우스트로 푸틴 대통령을 그를 유혹하는 이로 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렇듯 영화 이외의 정치적 배경과 함의까지 주목받은 이 영화에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황금사자상이라는 최고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목차

서문을 대신하여: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시간의 박물관[이지연]
01 영화, 또 하나의 삶: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삶과 영화[전미라]
02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의 경계에서: <히틀러를 위한 소나타>와 <암피르>를 중심으로[정미숙]
03 영화에서의 죽음[미하일 얌폴스키 지음, 김수환 옮김]
04 소쿠로프 영화에서의 집과 몸: 이미지라는 껍질[이나라]
05 영원한 현재: <돌>[홍상우]
06 구원과 영원성: <러시아 방주>의 메시아니즘[이희원]
07 폭력을 배제하고도 전쟁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것: <알렉산드라>[박하연]
08 전쟁 없는 전쟁 영화: <알렉산드라>[라승도]
09 소쿠로프와 반(反)파우스트 지향[김종민]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소쿠로프의 영화를 보고 난 뒤 줄거리를 말하려고 하면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이렇다 할 사건이 없어 줄거리를 요약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요약된 줄거리는 그의 영화를 반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쿠로프의 영화를 하나의 줄거리로 요약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영화가 ‘시간의 흐름’을 시간 그 자체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영화의 경우 어떤 사건이 영화의 서사를 추동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때 그 영화는 시간의 흐름보다는 시작과 끝이 정해진 시간의 ‘정지된 단면’을 그린 것이다. 그것은 사건을 중심으로 시간을 오려 붙여 만든 모자이크에 비유할 수 있다. 흐르는 시간 그 자체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했던 소쿠로프의 영화에서 사건은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이 일어나기 전 혹은 사건이 일어난 후, 그 사건의 자장 가운데 흐르는 시간 그 자체가 중요하다.”
_ 45쪽, 01. 영화ㅡ 또 하나의 삶

“소쿠로프의 영화에서 죽음은 주로 황량하고 추운 겨울 풍경, 폐허의 공간, 왜곡되고 지치고 병든 육체와 관련된다. 인물의 육체는 영화의 주제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특히 허무와 죽음과 육체는 초창기 극영화 작품에서 더욱 암울하게 표현되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이 경험하는 암울한 현실은 소쿠로프가 찾고자 하는 존재와 실존의 본래 의미를 사유하려는 따뜻한 시선일 수 있다. 이러한 시선은 다큐멘터리 영화와 극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각각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작품이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_ 52쪽, 02.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의 경계에서

“<세컨드 서클>은 신이 죽어버린 세계, 반복 불가능한 개인성의 존재론적 보증이 사라져버린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것은 죽은 아버지가 주인공이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는 대타자의 시뮬라크르가 되는 세계다. 이것은 흔적들, 프로이트의 ‘사물의 기억의 흔적들’이 씻기고 타버리는 세계다. 그 결과 영원 회귀의 마법적 메커니즘, 끝없는 원의 작용 속에서 개인성이 교체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제2옥 너머에는 제3옥이 이어지며, 그렇게 끝없이 이어진다. 따라서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의 해방은 별다른 낙관주의를 안겨주지 못한다.”
_ 112쪽, 03. 영화에서의 죽음

“소쿠로프의 영화는 보통 러시아, 예술, 권력이라는 주제를 다루지만, 소쿠로프의 어떤 영화를 보고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주요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간파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소쿠로프의 영화가 다듬고 다듬어진 기교의 영화이며, 기교의 결과 탄생한 회화적(pictural) 영화이기 때문이다. 소쿠로프 영화의 회화성과 기교가 이미지의 불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소쿠로프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 이미지가 회화를 좇는다고 밝혔다.”
_ 120쪽, 04. 소쿠로프 영화에서의 집과 몸

“소쿠로프 영화의 특징은 장르 영화의 서사 전개를 거부하고 롱테이크에 동반된 빛의 사용과 카메라의 광학적 특성을 이용한다는 데 있다. 소쿠로프의 영화는 서사 전개에서가 아니라 영화의 고유한 기술적 특징의 이용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소쿠로프는 영화의 줄거리로 관객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 장치를 사용해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사진적인 특성, 인물들의 정적인 모습, 대사의 중요성 감소 등으로 요약되는 소쿠로프 영화의 특징은 감독이 인물의 대사와 줄거리에 의존하지 않고 인물의 화면 배치와 색의 배열 그리고 배경과의 조화 등으로 영화적 표현을 완성해간다는 것이다.”
_ 148쪽, 05. 영원한 현재

“롱테이크와 관조적 시선, 명상과 사색의 영화적 스타일로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의 영화적 후계자로 불리던 소쿠로프의 영화 미학에서 볼 때 이단적으로까지 보이는 <러시아 방주>는, 디지털 카메라와 스테디캠으로 촬영해 러닝 타임 96분의 최장 원테이크(one take) 극영화로 기록되었다. <러시아 방주>라고 이름 붙인 전대미문의 이 야심찬 롱테이크 영화는 기존의 롱테이크 영화와는 달리 역동적이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소쿠로프의 기존 영화 스타일과도 확연히 구별된다.”
_ 157쪽, 06. 구원과 영원성

“요컨대 알렉산드라는 그들이 말하는 ‘모국’, 그러니까 전쟁과 살상을 요구하는 국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녀에게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개념이다.
그래서 국적이 아니라 바로 이 추상적 개념을 기준으로 ‘우리’가 다시 설정되는 순간이 온다. 체첸 시장의 다른 노파인 말리카와 만나는 장면이다.”
_ 207쪽, 07. 폭력을 배제하고도 전쟁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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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엮음)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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