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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치료의 과정과 그 효과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으로, 2008년 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월간 「특수교육」에 연재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연극치료에 대한 연구 결과와, 이를 실질적으로 적용해가는 과정에서 얻은 성과들을 담고 있으며, 이론보다는 현실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 연극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극 예술의 치료 효과를 상세하게 알아보고, 거울놀이, 장님놀이 등 연극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면서 쉽게 적용 가능한 활동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또, 여러 가지 치료 사례를 함께 수록해 활동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예외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 출판사 제공

“연극치료라고? 말도 안 돼. 연극으로 어떻게 치료가 될 수 있어? 연극은 배우들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건데.”
“연극치료? 우습군. 연극, 그거 노는 거잖아. 하긴 놀이치료가 있으니까 그런 맥락에서 연극치료라고 하면 가능하기도 하겠어. 요즘은 뭐든지 치료군.”

연극치료에 대해 흔히 이런 말을 하고는 한다. 다 옳은 말이다. 연극은 분명히 공연이고 놀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의미는 복합적이면서 또한 광범위한 영역에까지 걸쳐 있다.

연극의 본질은 무대라는 또 다른 세상에서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것, 즉 변신이다. 변신을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을 알아야 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제대로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연극이 치료의 힘을 발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은 교육과 치료의 근본적인 차이이다. 교육이 아이들로 하여금 어떤 일정한 지적 수준에 도달하도록 이끄는 작업이라면, 치료는 대상자들이 자신의 문제들을 신체적‧정서적으로 치유하고 회복하여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두 영역 모두 아이들의 자발성이 매우 중요한데, 전자보다는 후자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적 영역에서 무엇인가를 자신의 것으로 습득하게 하는 교육자는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여건 속에서 적응시켜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리에 앉아 교사의 가르침을 배우고, 주어진 과제를 이행해야만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치료는 교육 차원보다 대상자들에게 부과되는 조건이 더 무제한적이다.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은 어느 정도 같은 틀 안에서 유사해지는 부분이 있는 데 비해, 치료는 대상자들의 개별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진행함으로써 저마다 다른 성과를 얻게 된다. 이를 위해 치료에서는 교육에 비해 한층 더 다양하고 풍부한 자유와 선택권이 아이들에게 주어지게 되며, 따라서 더욱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처럼 교육과 치료는 그 목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교사와 치료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유사하면서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즉, 교사의 역할이 아이를 이끌어 주는 ‘가이드’라면, 치료사는 옆에 서서 도와주는 ‘헬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치료사는 교사의 역할을 포함하여 보다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해야 하고, 그만큼 더 많은 자질과 요건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

연극치료를 행함에 있어 참여자가 극적 발달 단계 가운데 특히 어느 단계에서 문제를 겪는지 세심하게 진단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그 단계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 연극치료를 하는 데 있어 제일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참여자에 대한 파악과 진단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일차적 근거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의 여부이며, 따라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발달장애와 비발달장애의 두 범주로 크게 나누는 것도 어느 정도까지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발달장애와 비발달장애를 구분하는 근거로 역할 수행을 들 수 있다. 왜냐하면 발달장애아의 경우 대부분 가상 역할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 생활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발달장애아의 부모님들이 연극치료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연극에서 역할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역할을 맡기까지 필요한 신체적․감성적․정서적 훈련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연극 치료 작업의 대부분은 바로 이 후자의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발달장애아를 위한 연극치료는 어떻게 보면 이를 통해 그들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신체와 정서적 접근이 주를 이룬다.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라도 그들에게 다가가는 연극치료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왜냐하면 우리는 저마다 특별하고 고유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는 모든 대상들에게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 같지만, ‘지금- 여기’ 에서 이루어지는 연극치료 작업은 오직 하나, 유일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이나 이론 또는 기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료사와 참여자의 진정한 만남이다.

저자는 <재크와 콩나무>라는 연극을 하면서 재크 역할에 제대로 이입되지 못하고 매우 소극적으로 행동하던 한 아이를 예로 들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고 역할 제대로 입기'라는 소목표를 설정하고 꽤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 집중력이 늘고 자신감도 많아져서 작업 시간 내내 극 활동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처음에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던 화내는 화내는 연기 또한 많이 좋아져서 제법 소리도 크게 내며 물건을 던지는 등 실감나게 행동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물론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장애를 지닌 아이들이 어떤 역을 연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그 역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역할에 대한 이해는 그것에 대하여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역할 입기가 연극치료의 주 작업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떤 것에 대한 이해는 결국 그 표현 양식에 대한 인식과 맞물려 있고, 따라서 다양한 표현 양식을 경험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한 이야기에 대해 음악이나 그림과 같은 다른 예술 매체를 통합·활용하여 극 활동을 하게 되면 제대로 역할을 입고 감정 표현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의 연극치료 참여 경험을 통해서 발달장애아들은 타인과의 관계맺음 및 현실에 대한 대응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처음 연극치료를 위해 특수학교를 찾았을 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물론 재미있지요. 연극이란 건...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겐... 말도 제대로 못하고 집단 활동도 안 되는데다 상상력은 더군다나...그런 건 보통 아이들이나 하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장애아동 보호시설에서 연극 활동을 가르치면서 이미 충분한 가능성을 직접 확인한 나는 그냥 맡겨만 달라고 자신 있게 말하였다. 그 후 8년이 지난 지금, 연극치료는 특수교육 현장에서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연극치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연극치료가 우리나라에서 실행된 지는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아직 제대로 작업할 수 있는 연극치료사도 턱없이 부족하고, 또한 이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앞으로 우리의 연극치료는 더욱 많이 연구되고 실제 작업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점차 제자리를 잡아가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서히 우리 문화와 시대적 상황에 맞는 보완치료의 하나로 정착해 갈 것이다.

연극치료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 보다 많은 사람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치료사나 교사, 보호자가 아니라 고통받는 당사자이며, 그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치유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치료 현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 책은 2008년 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월간 『특수교육』에 연재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이론적 깊이보다는 실제적인 면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우선 저자보다 앞서 연극치료 작업을 해 온 수많은 선배들의 연구와 실제 작업의 흔적이 담겨 있고, 저자가 미국과 영국의 연극치료 워크숍에 참가하여 얻은 경험, 직접 연극치료를 하면서 겪은 다양한 사례들이 담겨 있어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와 연극치료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part 1. 연극치료란 무엇인가

chapter 01. 연극과 치료 그리고 장애
연극 예술과 연극치료 / 연극과 치료 / 연극과 치료 그리고 장애

chapter 02. 치료를 위한 연극의 속성, 하나
연극은 ‘보고 듣는’ 것이다 / 연극은 ‘움직이는’ 것이다 /
연극은 ‘감각’을 자극한다 / 연극은 ‘감성을 깨우는’ 것이다

chapter 03. 치료를 위한 연극의 속성, 둘
연극은 ‘모방’이다 / 연극은 ‘감정’ 표현 예술이다 /
연극에는 ‘역할’이 있다 / 연극은 ‘이야기’다 / 연극은 ‘허구’ 그 자체다

part 2. 연극치료의 토대

chapter 04. 극적 발달 단계
체현: 감각과 신체적 자각 / 투사 / 역할

chapter 05. 역할 모델 이론
태초에 모레노가 있었다 / 로버트 랜디의 역할 모델 이론 /

발달장애를 위한 역할 모델

chapter 06. 이야기의 힘, 하나
이야기에는 사람과 사건이 있다 / 이야기는 진단 평가의 기준이 된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예 1 /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예 2

chapter 07. 이야기의 힘, 둘
이야기 속 인물들은 전형이면서 동시에 개별적인 인물들이다 /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바라보게 해 준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예 3

part 3. 만남 그리고 연극치료

chapter 08. 만남, 진단 평가, 치료, 결과
치료 현장에서의 만남 / 연극치료의 진단 평가 / 치료 과정과 결과

chapter 09. 학령 전 발달장애아 집단치료 사례
만남 / 진단 / 목표 설정 / 첫 회기 작업 진행 과정 / 점검 과정 /
후반부 연극치료 회기 작업 진행 과정 / 치료 결과 평가

chapter 10. 초등학교 저학년 자폐 스펙트럼 아동 사례
집단 구성원 / 학기 초 적응을 위한 연극치료 실제 과정 / 아이들과 학교생활

chapter 11. 지적장애 중학생 사례
만남과 진단 / 실제 연극치료 작업 과정 / 폭력 정서에 관하여

chapter 12. 아이, 교육과 치료, 치료사
교육 현장에서의 연극치료 / 치료사의 자질 /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