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지금은 천재일우의 기회야. 김정은이란 완벽한 도화선이 있기 때문이지. 이친구는 트럼프가 세게 나가면 움츠러들어. 바꿔 말해서 약하게 나가면 도발한단 말이지. 핵문제가 어느 정도 교착 상태에 빠지면 반드시 도발해. 핵실험이든 미사일 발사든 안 하고는 못 배겨. 요체는 이 도발을 이용하되 어떻게 중국이 끼어들지 않을 수 없도록 교묘한 상황을 만드느냐는 거야."
"성배기사단에서 그걸 짜주나요? 그중에서도 군수 집안인 오빠가 앞서서?"
"트럼프는 교활한 사람이야. 허나 어떻게 보면 굉장히 현명한 사람이지. 그는 왜 전쟁을 해야 하고, 어떻게 중국을 끌어들이며,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아. 쿠슈너를 푸틴에게 보내 시진핑과 사이를 벌려놓고, 남중국해에서 낡은 잠수함에 꼬리를 내려 중국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데까지 착착 준비를 해왔어, 이제 트럼프는 국내에서 점점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되어 있고, 김정은은 도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어. 발화점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거지."
"중국을 눌러야 미국이 사나요? 중국과 공존은 안 돼요?"
"그게 선량한 보통 사람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야. 미국은 군사력이고 중국은 경제력이야. 그런데 군사력은 쓰지 않고 경제력만 써서 싸우면 미국이 지는 게 뻔하잖아."
"미국이 군사를 포기하고 그 힘을 경제로 돌리면 되지 않아요?"
"미국이 군사를 포기하는 순간 달러는 폭락이고, 달러가 폭락하는 순간 미국은 붕괴해. 수천만이 노숙자로 전락해 도시를 뒤덮겠지. 그렇게 보면 미국은 전쟁을 해야만 하는 운명을 가진 슬픈 나라야."
소설 속 미국을 움직이는 거대가문의 수장들의 모임인 성배기사단이 이미 전쟁을 결심했듯이
현실에서도 정상회담 후 평화가 정착되기보다는 트럼프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포기와 그 조치들에 흠결이 생길경우 바로 선제타격에 들어갈 것이다라는 기사를 종종 읽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문 정부와 인철, 이지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정식을 고민하게 되는데....
"수학과 달리 세상일에는 완벽한 해답이 없어요. 우리가 선택함으로써 비로소 해답이 되는 거죠. 그래서 삶의 선택이 중요하고, 그 선택을 위해 지식과 경험을 연마하잖아요. 또 선택한 후에는 그 선택을 완성하려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고요. 국가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남북미중을 그 자체로 만족시키는 해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없는 게 오히려 좋아요. 우리가 선택하고 우리 힘으로 그걸 이루어나가는 게 맞으니까요."
소설에서는 러시아는 인철이 얻게 된 푸틴의 검은돈에 대한 자료로 미국의 공격을 막도록 하고,
중국은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대신 현재의 입장을 굽히도록 하고,
미국은 북한체제보장 협정으로 핵포기를 유도, 통교로 중국에 갈 이익을 북한으로 돌리고 북한은 미국에 돌려준다는 논리로 설득시키는데
현실성에 대해서는 차치하고서라도 결국 우리가 먼저 확고한 원칙과 입장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엔 모두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