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세계사 모니터링 열 번째.

1편이 조금 번잡하게 개념을 쏟아내고 있는 것에 비해 2편은 정리된 개념을 보여주고 그것의 쓰임을 계(plane)-체(body)와 차크라(chakra)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개념 이해도 한층 수월하고 소개된 명상도 그리 어렵지 않으며 소위 말하는 신비가, 오컬트에서 이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무엇을 수행이라 하는지, 신비가의 사명 등에 대해서도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신에 대해 개방적이라면 『신과 나눈 이야기』의 세계관이고, 기독교의 색채를 계속 유지한다면 『지중해의 성자 다스칼로스』가 아닐까 싶다. ^^

하지만 "마음속에 그만의 환상으로서 예수를 모시고" 있는 사람과 "자신을 굽어보고 있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환시"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여전히 모호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뒤에서 "신은 사람들 각자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매듭을 지었지만, 다스칼레의 강의에서 일관성 있게 다뤄진 "염체"를 생각한다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다.

불교를 생각해보자.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뜻하고 부처님의 갈켜주신 것은 연기법이다. 연기법을 통해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공을 깨달아 피안으로 건너가자는 것이 불교를 따르는, 즉 부처님의 법을 공부하는 불자들의 목표다. 이 세계는 피안과 차안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연기법이 강제되는 곳이 차안이고 연기법의 강제를 벗어난 곳이 피안이라고 한다. 불교의 목적은 도피안이다. 피안으로 건너가자는 거다. 글구 차안은 삼계로 이루어져 있어서 욕계, 색계, 무색계라고 한다. 부처님은 연기법의 강제에서 벗어나 생노병사의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고, 그래서 불러도 대답 없는 자에 해당한다. 모든 인연으로부터 벗어나 해탈하고 열반했기 때문이다. (*)

이랬을 때 내가 부처님을 본다면? 혹은 부처님의 대답을 듣는다면? 교리상으로 보면 다스칼레가 말한 염체에 해당하지 않을까. "마음속에 그만의 환상으로서 예수를 모시고" 있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는 거다. 물론 환상으로 예수를 모시고 이 사람이 탐진치를 일으키기 않고 선업을 쌓으며 인생 건강하고 즐겁게 살고 있다면 이대로 또 좋은 거다. 그럼 무엇이 현현이고 무엇이 환상일까, 아니면 둘의 구분이 필요한 일이기나 할까?

예전에는, 꿈 때문에라도 '바른'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생의 삶이 괴로운 것은 무지 때문이고 중생이 부처가 되지 못 하는 것은 마음의 삼독 때문이라 했으니 '바른' 법을 배우고 사유하여 수행함으로써 뭔가를 성취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TFT에서 말하는 정보장의 섭동을 하나씩 제거함으로써 드러나는 신성처럼, 직관과 충동을 구별하고 사로잡힘 없이 다양한 정보장을 '처리'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

같은 길일 수도 있고, 같은 곳을 향하는 다른 길일 수도 있고, 진실은 저 너머에.. ^^a

(*) : 불교의 관점은 구름님의 「삼계의 여행」에서 배운 것이고 정보장의 섭동과 직관에 대한 것은 현수님의 TFT 관련 포스팅에서 배운 거다.

20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