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세계사 모니터링 일곱번째.

표지가 인상적이다. 제목도 인상적이다. 부제는 좀 별로다.

추천사와 머리말을 읽고 환각물질의 복용에 따른 홀로트로픽(비일상적인 의식상태)의 체험에 관심이 갔다. 수련을 통해 도달하는 곳이 환각물질을 통해 도달하는 곳과 동일하다면, 둘 다 정보의 수신과 사용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닮은 꼴이기 때문이다.

목차를 살펴봤다. 환각물질을 통해 경험한 것을 융의 동시성 현상으로 설명한 사례들을 나열했다. 흥미가 조금 떨어진다. 그래도 홀로트로픽 호흡과 세션에 대한 정보를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다 읽고 허전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흥미로운 사례를 잔뜩 소개했지만, 기법의 부재로 속 빈 강정이 되어버렸다. 무슨 기법을 어떻게 사용했을 때 무슨 경험이 일어나고, 그것을 무슨 이유로 이렇게 해석했는지 구술해야 현상을 통해 답을 추론하려는 시도라도 해볼 수 있을 텐데 저자는 이것을 생략했고, 따라서 독자는 저자의 해석을 강요당한다. 그렇다고 저자의 해석에 뚜렷한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알맹이 없는 사례집이 별로라는 거다. 『타나타노트』는 소설이지만 그래도 풍부한 알맹이를 담고 있다.

잦은 동시성에 대한 설명은 소설 『천상의 예언』이 생각나서 반가웠지만 편집증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고, 동일성은 『마음의 여행』이 생각나서 즐거웠지만 정보의 습득과 대가라는 측면에서 일치하지 않아 역시 의문이 남는다. 초상감각에 대한 서구의 분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기의 영역 때문에라도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아울러 토성을 기의 입장에서 토기의 공급처로 보는 것과 점성술의 입장에서 죽음의 신으로 보는 것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ps. 융의 동시성을 설명한 부분을 보고 있으면 동중서의 천인감응설이 생각난다. ㅋㅋ

20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