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굉장히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 재미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시인해도 스스로가 역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기 때문에 하루하루는 정말 지루한 날들의 연속이다. 

'나'는 새로운 커피하우스가 문을 연 것을 보게 된다. 그곳에 우연히 들러 간단한 간식을 대접받고 난 후 가게의 개업일을 도와주다 정식으로 일하게 된다. 이 변화가 '나'의 일상을 바꿔놓는다. 마법처럼 갑자기 하루하루가 행복해져 세상이 장미꽃으로 보이는게 아니라, 무미건조했던 일상을 약간이나마 깨뜨릴수 있는 충격이 찾아온 것이다.

가게의 주인은 이상하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이상하다는 말로 표현할수 있다면 말이다. 우선 이 주인은 자라온 배경부터가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다르다. 아버지가 학교에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겪어 보지 않았고 학생들이 흔히 겪는 입시 스트레스에도 시달려 보지 않았다. 아마 학생 시절이 없었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그 대신 주인은 많은 독서를 했다. 그의 아버지는 항상 주인에게 책을 읽게 하고 난 후 독후감 쓰기를 시켰다. 그 많은 책들이 주인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가는 주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풍부한 독서는 그의 머리에 해박한 지식을 넣어주었고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풍부한 상상력을 심어주었다.

분명 '나'와 주인은 지극이 상반된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고 있지만 그로써 어떤 재미, 희열도 느끼지 못하고, 대학에선 남들과는 다른 이질감을 느끼며 어쩌면 소외받았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생활에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 반면 주인은 오히려 자신이 사회를 소외시켰다. 어딘가에 종속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을 따돌렸다고도 볼 수 있을것 같다. 물론 그런 충동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라고 그는 고백한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주인은 무한경쟁과 시간과의 싸움이 판치는 이 사회를 진정으로 조롱할수 있게 된 것이다. 직접 만든 식빵, 직접 키운 채소, 직접 우려낸 커피... 이 모든 것들은 그의 소중한 보물이자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인 것이다.

난 주인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주인은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즐길줄 안다 난 내 속도가 아닌, 반쯤은 끌려가는 속도로 가고 있다. 조금 더 여유있어지길 원하지만 내 주위의 것들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남들에게 뒤쳐지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우린 힘든 몸을 부여잡고 또 간다. 그러다보니 나에게 맞는 속도가 아닌, 너무 빠른 속도, 부작용의 속도로 가게 되고 결국엔 현실과 타협하며 어느새 숨가쁘게 뛰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저 멀리 뛰어가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 천천히 걸어간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으레 뛰기 마련이지만 주인은 오직 자신만의 느낌을 믿고 천천히 걸어간다. '나'가 테이블 수를 늘리고 메뉴를 고정시키자고 해도 바꾸지 않는다. 그는 남의 말에 따를 생각도, 바꾸고 싶은 욕심도 없는 것이다. 남과 다르다는걸 그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그래서 난 주인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내 소신껏 행동하고 내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고 삶을 더 풍부하게 살아보는것. 그 같이 사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요즘같이 이리저리 바쁜 걸음을 옮겨다니는 현대인들에게 이 커피하우스는 멋진 안락처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계속 고민과 갈등만 하게 되는 어지러운 마음속에 잠깐이나마 그런 것들을 다 몰아낸다면, 그 날 하루는 경쾌하게 시작할수도 혹은 행복하게 마무리 지을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평범한 아이들을 둔 엄마이다. 다만 그녀가 독일인과 결혼해 독일에 정착해 살고 있다는게 다른점이라면 다른점일것이다. 그저 평범한 주부의 평범한 이야기인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읽어내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그녀만의 확고한 관념이 잘 드러나기도 하고, 공감가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러웠던 점은 아마 자유로움이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학생이다보니 이런 것들에 관해선 특별히 더 관심이 간다. 한국의 투쟁적인 부모와는 달리 그저 느긋하게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 부부 사이에는 확실히 커다란 차이점이 존재했다. 우리나라의 과열된 경쟁에 비판적인 난 이 부부의 느긋함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다. 애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도 모른다.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도 그들은 각자 알아서 할일을 한다. 부모는 그저 엇나가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뿐이다. 혹자는 그렇게 방관적일수 있냐며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이건 방관이 아닌 멀리서 지켜보는 관심일 뿐이다.

	우리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이 우리 품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고유한 특성과 재주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간 열중해서 노는 와중에 자신이 원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계발해왔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내 아이들이 그렇게 중대한 과업을, 그 나이에, 자기 힘으로 이룩했다는 자신감을 안고 세상으로 걸어 나가 어렸을때 자긍심 지수를 학교 성적에 두지 않았듯이, 커서도 행복 지수를 부귀나 영화에 두지 않는 현명하고도 소박한 인생을 살기를 기원한다.
페이지 : 97 나는 우리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영어로 읽고 써고 듣고 대화하는 일에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 자체가 목적이었던 적은 없다. 영어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인 자동차 같은 것이었고, 목적지에 대한 열정이 크다 보니 자동차 운전도 열심히, 빨리 배웠을 뿐이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열정의 불가사의한 힘을 알 것이다. 열정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 열정이 저절로 솟도록 용기를 꺾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이들의 진정한 힘을 기르는 교육이 아닐까?      페이지 : 133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께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 책엔 내가 그동안 원하고 말하고 싶었던 교육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 부모님들은 저 글귀를 보고 찔리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영어를 ’목적’으로 배우고 있지 않은가? 아이에게 강요하는 짓은 금물이다. 공부에 열정이 없는 아이를 그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슬픈 논리로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상 깊었던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었지만 무엇보다도 독일의 자기비판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독일은 과거에 크나큰 죄악을 저질렀다. 히틀러라는 독재자??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일본의 역사수용방식은 매우 다르다. 독일은 역사를 왜곡하지 않으며 깊은 반성의 기회로 삼는다. 학생들에게 철저한 교육을 통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들을 낱낱히 알려주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어떠한가? 그들은 역사 왜곡은 물론 우리나라가 요구하는 사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뿐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본 국민 전체가 무릎 꿇고 사죄해야 마땅하다. 일본의 이런 천벌 받을 태도는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상당한 분노 게이지를 채울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게다가 일본은 참 세계에서도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잘못을 떳떳히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게 낫지, 왜 그렇게 감추려고 드는지, 그게 국제적으로 어떻게 보일지는 생각도 안 하는듯하다. 언젠간 독일의 한 잡지에서 일본의 이런 태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아시아 국가에서 반일 감정을 자처하는 일이라고 한 적이 있다. 일본이 과거에 가했던 잔인한 만행을 잊지 않은 국가들은 일본과 아슬아슬한 관계를 가진 것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의 한 케이블 방송에서는 애국기념으로 ’일본침몰’이란 영화를 방영했을까. 일본의 기술은 받아들이지만 역사의식은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는 이중의 관계. 한시 바삐 풀어야할 숙제가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선 아마 일본이 제대로 된 공식적인 사과를 할때까지 풀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 그 사과를 받아들이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감정의 잔재가 남아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두 가지에 대해서 써봤다. 내 머릿속에서 떠돌았던 생각을 이렇게 장문의 글로 써내니 후련하다. 아직도 엄마껜 이 책을 보여드리지 않았는데 이제 보여드릴까 싶다.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처음엔 주로 그림들이 눈에 띄어서 금방 다 읽을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읽다보며 느끼는 것들도 많고 여러 사람들의 개성있는 그림체를 보는 재미도 있어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전혀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것들을 안고 살아가는지, 안타까움의 한숨이 튀어나오는 사연들도 많았다. 아마 한장의 엽서가 그들의 사연을 담기에는 크기도 했을것이고 작기도 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추억이 비밀이 되는 경우도 있고 생애 최악의 경험이 비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나도 비밀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비밀이 있다. 
비밀은 말하지 못하니까 비밀이다. 다른 사람에게 떠벌리고 싶지 않아서 생긴 나만의 자연스러운 방어책이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말하는게 쉽지가 않다. 그 사람들과의 관계가 악화될까봐 두렵고 자칫 소문이 날까봐 두려워서 꼭꼭 싸매는게 보통이다.

근데 여기, 비밀을 엽서에 적어 보낸 사람들이 있다. 소문 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처럼 자신의 마음 밑바닥에 철저히 가라앉힌 무거운 비밀들을 엽서에 적어 한 사람에게 보냈다. 그 결과, 이렇게 멋진 책이 만들어졌다. 개개인의 비밀이 모여서 한 권의 비밀책을 만든것이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이고, 힘든일을 극복했거나,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보낸 엽서도 보인다. 선정적인 문구도 많고 욕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의 엽서엔 공통점이 있다. 사람냄새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감당하지 못할 일을 겪어 자살하고 싶은 사람이나, 우울함을 극복해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나 모두 똑같이 세상을 산다. 적어도 그들이 보낸 엽서에선 한치의 거짓도 없이 감정을 까발리고 욕하고 낙서를 하며 고백한다. 그래서 어떤 글에서보다 더 사람의 냄새가 난다. 힘든 냄새, 슬픈 냄새, 우울한 냄새, 행복한 냄새, 유쾌한 냄새 등등등,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맡는 냄새란 냄새는 모두 여기에 있다.

그냥 이렇게 떠드는것보다 그냥 한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에게도 여러가지 비밀이 있는데 그것들을 써서 보내고 싶을만큼 날 자극시켰다. 유쾌한 비밀이 아닌것도 있다. 힘든 비밀도 있다. 그걸 엽서에 적어서 극복할수 있다면, 한번 보내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아마 이건 비밀이 아닌 좋은 추억이 되겠지.

엽서에 유쾌한 일을 적어 보낸 사람들에게 웃음을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엽서에 힘든 일을 적어 보낸 사람들에게 평화와 안식이 있기를 빈다.
엽서를 보낸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이 찾아갔으면 좋겠다. 어쩌면 벌써 찾아갔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