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은지는 꽤 되었다. 당시만 해도 도서관에서 이 책을 꺼내들었을때, 여느때처럼 평범한 마음가짐으로 이 글을 읽기 시작했을때, 그 당시만 해도 내가 후에 이 책을 어떻게 느낄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제목 그대로 짧고 놀랍다. 작가의 통통 튀는 표현력과 완벽한 플롯 속에 이야기는 서서히 진행된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오스카 와오의 그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독재가 팽배했던 시대에 살면서 어쩔수 없이 감당해야만 했던 그들의 저주 쿠푸. 우연인지 행운인지 모를 그 저주에서 살아남은 오스카와 가족들은 처절한 삶을 살았다.
오스카, 그는 사랑을 구걸했다. 어렸을때 차이면서부터 시작된 지긋지긋한 저주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고 평생을 뒤따라다녔다. 그는 뚱뚱해진 외모때문에 남들로부터 멸시를 받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언젠가 운명적 사랑이 자기에게 다가올 것이라는 희망을. 난 그런 그가 불쌍했다. 마음만은 이렇게 순수한 오스카가 외모때문에 그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해야했다는게 가슴이 아팠었다. 도대체 그의 사랑이 있기는 한걸까?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생각했던 질문이었다. 오스카를 비롯한 그의 누나, 엄마, 할아버지, 그들은 모두 시대의 희생양들이었다. 각자 다른 사랑을 쟁취하려 또는 보호하려 노력했지만 결국엔 놔주어야했던 비극적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 그 사랑을 지켜냈다. 이것이 그들이 원했던 것이었고 이런 의미에서 사랑이란 단순하면서 복잡한 감정은 그들에게 더 특별해지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났었을때의 그 여운을 지금도 느낄수 있고 잊을 수 없다. 단지 작가의 특별한 표현력때문이 아니고 낮선 문화에 대한 흥미때문도 아니다. 여과되지 않은 감정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줄곧 그래왔고 깨끗이 정리되기는 커녕 더 큰 혼란을 가져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서야 이 책을 발견했다라는 후회와 이런 책을 읽었다는 기쁨이 함께 남아 있었다. 그밖에 내가 그들에게 느낀 애착과 감정까지 더하면 혼란스러운건 당연할것이다.

어쩌면 이 책을 단지 사랑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만의 이야기로 단정지을수는 없을것이다. 그들은 자유 또한 외쳤고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왔다. 난 그래서 이 책을 그들만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역사, 어쩌면 이 단어가 그들의 삶을 가장 단순히 표현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그들을생각하면 가슴이 짠해진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꼈던 모든 감정들이 그들의 감정과 조금이라도 닮은 부분이 있었을까? 내가 그들을 이해했을까?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난 확신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읽은 책들중 어떤 것도 이 책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이 책은 그만큼 내게 큰 의미를 주었고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때 났던 책냄새, 그리고 설레였던 내 마음.
아직도 잊을수 없다. 한자 한자 읽어 내려갔을때의 두근거림. 
이 책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한마디로 자유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유와 해방, 끈임없는 방황과 상실 속에서 다시 한번 제대로 살아보자는 외침. 적어도 난 이 책에서 이러한 것들을 읽었다.

확실히 이 사회에서, 끊임없이 돌아가고 돌아가는 이 세상속에서 해방감을 느낀다는건 힘든 일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람이 발전하고 의식도 발전하고 모든 것이 발전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뒤쳐졌던게 있다. 바로 외침. 자유를 향한 외침은 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마음 속에 꼭꼭 감쳐둬야만 했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내 경험에서는 그렇다. 아직 세상을 많이 살아보지 못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내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유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느끼기에는 아직 내 마음이 식지 않았다는것을 느낀다. 이 책에 나온 모든 등장인물, 준, 인호등등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다 이렇게 느꼈다. 외쳐보자, 자유를 향해서.

난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이 사회속에서, 서로를 경쟁자로 여겨야 하는 무한경쟁속에서, 성적에 따라 줄세우기를 하는 이 지긋지긋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실 성적순으로 우리의 모든 것이 평가받는다는것은 슬픈 일이고 하지만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 일이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하지만 개밥바라기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내 생각과 가장 확실하게 공감되었던 부분이 준이의 퇴학 부분이었다. 준이가 퇴학을 하려고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썼던 부분. 결국엔 분노에 차서 마구 써내려갔던 그 부분. 아, 대리만족을 느꼈다. 나도 항상 그런 것들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편협한 규칙에 얽매여 살아가는 나에게 외치고 싶었다. 제발 다양한 것들좀 경험하고 살자고. 하지만 그럴수나 있나? 공부공부공부, 내 인생엔 공부하는 것밖에 없었다. 준이처럼 이렇게 대담하게 퇴학을 하지도 못하고 여행을 떠나지도 못했다. 두려웠으니까. 두려움이 온 몸을 휘감아서 내가 여기서 조금만 다른 것을 해도, 공부를 손 놔버리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될까하는 두려움. 개성과 성격 관계없이 공부를 잘하면 우대받는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려면 성적을 잘 받는다는것밖엔 살아갈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개밥바라기별은 무엇보다 내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었다. 시원하다. 어느 책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공감, 그 공감 뒤에 불러일으키는 만족, 만족 뒤에 숨겨진 우울함. 난 왜 이렇게 청춘을 즐기지 못했을까하는 우울함.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조금더 세상을 다양하고 바라보고 체험해 볼걸. 여기저기 가보지 못한게 너무 아쉽고, 체험하지 못한게 너무 아쉽다.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할것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자유를 느끼게 해줄것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아직 나아갈 길이 더 많은 나같은 경우에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여러모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자유를 느꼈다. 더불어 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아주 중요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다. 아직 난 어리고 뭐든지 할 수 있다. 체험해보지 않고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