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이라는 여자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아이의 아버지에게 어느날 한통의 편지가 전해진다. 편지의 내용을 따라 에이프릴과 그의 아버지는 북극에 대한 연구와 관측을 위한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아내를 잃고 힘들어하는 아빠, 예전과 다른 집안의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밝히지 못하고 움추러드는 주인공 에이프릴. 지구 온난화가 북극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기상 관측을 떠나는 둘의 여정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따뜻하게 피어난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고, 관측을 위해 오게된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베어아일랜드. <라스트 베어>는 이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를 담았다. 보통의 경우 “우정”, “사랑”이라 하면, “사람들 간의 관계”를 먼저 떠올리기 쉽상이지만, 이 소설은 북극곰과 사람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특정의 주제가 없었다면 당연히 사람 위주로 생각했을 스스로를 돌아보며 사고의 확장이 필요함을 다시금 느껴본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에이프릴은 외톨이가 된 북극곰을 만난다.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저 뼈가 앙상하고, 파란 비닐 끈 같은 형태의 고기잡이 그물과 산업용 포장재를 팔에 휘감고 있는 곰 한 마리의 모습만 비춰질 뿐이다.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곤경에 처한 곰은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전해지는 그 무언가를 통해서 말이다.

 

표정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곰의 감정은 그 어떤 사람의 감정 못지않게 생생하게 펄떡였다.

p.155

 

 

세상에는 말로 못 하는 이야기도 있다는 걸 에이프릴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제대로 듣기만 하면 되는 문제다.

p.156

 



어느 날 에이프릴은 곰에게 이렇게 말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어. 네가 화내는 건 당연해. 어리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비겁한 짓이야. 앞으로 더 노력할게.”

 

“내가 뭐라도 할게. 약속해.”

 

문장 속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인성적이고도 철학적인 가치들이 스토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곰에게 속삭이는 이 대화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내 삶의 이기적 단면에 대한 저항일수도 있고, 환경오염으로 점점 메말라가는 세상에 대한 구조적 외침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마지막 곰”이라는 존재적 가치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에게는 마지막 희망과 노력할 것들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전한다. <라스트 베어>는 엄마를 잃은 슬픔으로 물들었던 에이프릴의 가정이 다시금 회복되어가는 모습과, 곰과의 만남을 통해 맺어지는 우정과 연대를 다룬 따뜻한 이야기다.

 

에이프릴과 북극곰의 이야기는 자연 그대로의 것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노력들. 인권, 동물권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대두되는 여러 가지 긍정적 가치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지구와 생명에 대해서도 보다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베어아일랜드라고 하면 곰이 사는 섬처럼 느껴지지만 작품 속 장소는 곰이 살 수 없는 곳. 역설적인 장소로 묘사된다. ‘있음 직한 것들에 대한 부재’, ‘당연한 것에 대한 당연하지 않음’ 등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작금의 시대를 섬세하게 묘사한 것으로도 보인다. 곰과의 우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고 감싸줄 수 있는 따뜻함, 상대방의 눈과 행동만으로도 서로 공감하며 연대할 수 있는 믿음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곱씹고 우리 사회 모습에 자꾸 반영하다 보니 실상 그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았던 작품이다. 그렇기에 여타 소설보다 조금은 더 오래 들고, 천천히 바라보았던 작품. 그러나 그 의미만큼은 더욱 따뜻하고 희망적이었던 <라스트 베어>다.

 

“아마도 그게 내가 여기 온 이유일 거야..... 오래전에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프리루프트슬리브”

p.35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을 의미하는 노르웨이의 언어

 

가장 가까운 위로. 제목에서처럼 가까이에서 나를 위로하고, 또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작품에서는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나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기를 권한다. 더불어 따뜻하고 단단하게 스스로를 감싸기를 추천한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때론 자신보다 주변을 신경쓸 때가 참 많다. 생각 이상으로 말이다. 주변 사람이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멤돌고, 문뜩 필요 이상의 우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나를 보노라면, “아. 내가 생각보다 주변을 많이 신경쓰고 있구나?”를 느끼게 된다. 나를 향해 쏘아졌던 행동, 말, 타인의 생각, 뒷담화 등 여러 가지 꼬리표 화살은 긍정보다는 부정적 흔적만을 남긴다. 환경적으로도 그렇고, 인간은 관계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늘 주변의 시선과 말들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특히나 더, 나를 살피는 의지와 실천이 필요한 요즘이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지금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금의 나를 만끽할 줄 알고

다정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줄 것

 

나를 보듬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 어쩌면 이것은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찾고, 생(生)의 의지를 회복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늘 기쁘고 즐거울수만은 없기에 어떤 권태기나 의욕 상실 등의 상태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거기서 빠져나올 수단 또한 찾아내야한다. 나의 생각과 행동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때 우리는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엔진이 예열되면 보다 안정적으로 운행이 가능해지듯, 우리의 생각과 방향 또한 예열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를 위한 시간.

 

찬찬히 오래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동안 안 보이던 것들이

안개 걷히듯

선명하게 보인다.

더 많이 알게 되고

감사한 것들이 떠오른다.

- p.97

 

옛말에 틀린 말은 없는 것 같다. 당장 밥상머리 위에서도 건강 하려면 천천히 오래 씹어서 먹어야 하는데 그것이 우리 삶이라면 말해 무엇이겠는가. 인생 또한 천천히 생각하고 음미하는 것이 재맛. 나를 살피고 돌보는 시간은 결국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주변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하는 첫 걸음을 내딛는 단초가 될 것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잠시 나를 봐주기” 정도로 생각한다면 부담 없이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지 않을까?

 

심리치료에서 동그랗게 둘러 앉아 자신의 마음을 내비추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며 그 과정에서 회복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이러한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며, 내 마음을 풀어내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상처를 받고 나서 자신의 약한 부분을 타인을 향해 드러냈을 때,

용기를 내서 내 이야기를 들려줬을 때

시간 차를 두고 분명히 돌아오는 것들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고 나를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받으면서 안전한 느낌을 갖는 것,

이것은 회복의 최종과정이었다.

-p.191

 

삶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 <가장 가까운 위로>는 쉽지만 늘 잊고 살게 되는 나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던지는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먼저 받아서 읽어보고, 느낀 생각과 감정을 담은 글입니다.

 

바다 한 가운데, 혹은 사막의 한 가운데에 내가 있다면?

 

사막이라는 드넓은 공간에서, 우리는 가야 할 방향이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우리 인생,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막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위치에 있을까? 물론 자신만의 방향성과 지향하는 바를 찾아서 힘찬 걸음을 진행 중인 사람이 있을 테고, 아직은 방황의 시기, 인내와 혼란의 시기를 겪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긴 인생을 넘어 다만 어느 한 순간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떨까. 이러한 심리적 상태를 사막에 비유한다면. 그 결론은 누구나가 비슷한 양상으로 도출되지 않을까. 시기는 다를지라도 누구나 한 번쯤 그 방향을 잃은 적이 있고, 고민과 사유의 시간으로 가득찬 시기가 있기 때문일 터. 서로 다른 삶을 살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기에 우리는 완벽한 타인임과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완전한 이웃인가보다.

 

스스로가 사막 한가운데 덩그라니 서 있는 것 같은 그런 순간,

당신은 어떤 길을 만들었나요?

 

넓은 사막에서 정해진 길은 없다. 고민과 사유의 시간 또한 마찬가지다. 정해진 답안이 없다. 그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일 뿐. 그렇기에 자신이 만든 길을 후회하거나, 답이 아니라고 생각할 필요 또한 없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무수한 생각과 마음을 가다듬어 우리는 선택이라는 길을 만들었고, 그렇게 또 하나의 귀중한 생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는 그렇게 고민과 사유를 거듭하는 우리 생에 관한 근원적 외로움과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귀중한 가치들을 담아 놓았다. 나태주 시인하면 떠오르던 사랑에 대한 풋풋한 고백과는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이기에 시인의 다른 관점과 생각들을 살펴볼 수 있으며, 조금 더 진중하고 철학적인 느낌도 많이 나타나는 작품이다.

 

울지 마라, 형제여

머잖아 어둠이 밀려오고 별빛이 나와

우리의 머리꼭지 비쳐줄 때까지

내 네 곁을 떠나지 않으마

 

-사막에 홀려 中-

 

잔잔하게 시를 읽고 있노라면, 내가 사는 삶이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어둠 뒤에는 밝은 빛이 있고, 부정 다음에는 긍정이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공감을 통한 이해는 우리의 마음을 보다 안락하고 안정되게 만들어 준다. 짧은 문장이 주는 강력한 처방으로 우리를 위로하고, 느긋한 시의 호흡으로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시를 통해 느끼는 묘미를 한 층 더 깊게 향유할 수 있는 작품으로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