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4가지의 단편을 엮은, 그러나 큰 줄기로 하나의 이야기를 말하는 책이다.

9년 전의 기도, 바다거북의 밤, 문병, 악의 꽃-

각각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각각 다르지만, 

큰 줄기 속에 미츠씨와 그의 아들 다이코는 계속 등장한다.

「9년 전의 기도」을 읽으며, 9년 전과 현재의 시간이 오가며 배치된 글의 구성에 처음에는 쉽게 읽다가, 

조금 더 신경을 집중시켜 읽어야 한다는 생각, 그러면서 글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조금은 다른 아이를, 찢긴 지렁이로 표현되는 케빈이라는 아이를 혼자서 돌보는 엄마의 이야기.

아이의 존재가 당연 축복이어야 하지만, 찢긴 지렁이로 표현된(추측컨데, 스스로를 닫아버린 아이인듯) 아이는 주인공에게 짐처럼 느껴졌을 것이고, 그런 주인공은 귀향을 하며, 9년 전 밋짱으로 불리던 이와 여행했던 캐나다를 기억해 낸다.

그곳에서 밋짱이 했던 이야기와, 성당에서의 기도- 그리고 다시 현실에서 그녀의 아들 다이코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다이코를 문병 가기 전, 문섬으로 들어가 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며 주인공 사나에는 자신이 피하고 싶어하던 자신과, 그리고 찢긴 지렁이로 표현되는 아이, 그 아이에게서 찢긴 지렁이를 떼어내는 것에만 집중하던 모습에서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게 된다.

밋짱과 직접적인 만남은 없었으나, 그 섬에서 사나에는 분명 밋짱을 만난 것이다. 

「바다거북의 밤」,「문병」은 같은 시간대에 다른 두 집단의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의 되짚으며 찾아온 할아버지의 집. 그 가는 길에 바다거북을 발견하고, 바다거북을 뒤집어 놓는다.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것을 보여주었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 집을 찾아가는 길에서 다이코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일행중 한명인 잇페이다와 다이코가 같은 병, 즉 뇌종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뒤집어진 바다거북의 모습을 통해, 어쩌면 알을 낳고 모래를 덮는 듯한, 어쩌면 바다에서 유영하는 듯한 바다거북의 몸짓을 통해 주인공들은 고통스러운 현재와 만나게 된다.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아버지와 형의 지위에 따라 자신의 위치가 정해진 필부인 주인공, 어릴 적 대단해 보이던 이가 실상은 그러하지 않은 모습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약간은 누군가를 걱정할 위치가 아닌, 걱정을 받아야 하는 모습으로 변해 버린 것을 자조적으로 바라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여기에서는 다이코라는 이름이 아닌, 도기 라는 이름으로 밋짱과 다이코는 등장하여 맥을 같이 한다. 

도기에게 병문안을 가기 위해, 그리고 바다거북의 밤에 나온 잇페이다의 어머니가 위중해 진 소식에 그 젊은이를 공항으로 데려다 주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악의 꽃」에서는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는 다이코. 그의 병으로 인해 그와 그의 부모들이 비운 동네에서 그들의 부재로 인해 그들이 느끼는 불편, 허전함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늙은 치요코를 대신해 악의 꽃을 뽑아주고, 성묘를 해주고, 붓꽃을 대신 놓아주는 것을 늘 대신해 준 다이코. 그가 실상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조금은 부족하지만, 다른 사람들 즐거이 자진해서 돕는 모습. 그러하기에 되려 이웃들에게 그의 부재가 큰 공허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책속의 인물들은 그 누구도 좋은 배경에 완전한 삶을 누리는 이가 없다. 

무언가 부족하고, 빠져있고, 대단해 보였다 하더라도 실상은 그러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순간들이 팍팍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누군가에게 위로의 말을 하고, 돕는 한 가정을 둘레로 하여 그 부족함들이 서로 엮이며 위로를 전하고 있다.

'나는 어떠한가? 내 삶의 모습은 어떠한가?' 를 되묻게 하는 책이다.

 

 

 

평일, 아이와 같이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직장을 다니는 나에게는 5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때론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이 주된 양육을 하며, 나는 그 조력자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내 아이에게 내가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것과 그 이야기를 선생님을 통해 들으면 다른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마냥 새로운 때가 있다.
그렇다. 나는 내 아이에 대해서 100%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주의가 필요하고, 그래서 더 자세히 아이를 살펴야 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를 들어간 뒤, 새로운 사회를 접한 아이, 그리고 그 새로운 사회에 들어간 아이를 지켜보는 나는 늘 노심초사다. 새롭게 형성되는 엄마들의 그룹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어도 그것은 안심보다는 또다른 기우의 조건을 내게 제시해 준다. 
내 아이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도 잘해 줄 것인가? 내가 없을 때, 이 아이는 어떻게 자기의 삶을 꾸려나갈 것인가? 라는 끝도 없는 질문들에 스튜어트 쉥커, 테레사 바커의 「스트레스에 강한 아이의 비밀」이라는 책은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 준다.

아이의 육아에 있어서 조바심 내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름 아이를 대함에 소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이 오면, 그런 소신과 다짐은 결과를 알 수 없는 예측불가능이라는 현실 앞에서 팔랑 귀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당장 코앞에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하나의 관문을 두고 보니, 아이를 대하는 나의 자세는 또 다시 팔랑팔랑 거리고 있다.

직장맘이라는 현실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학교생활을 앞두고 핸디캡이 아닌 핸드캡처럼 느껴지고, 툭 하고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수시로 들곤 한다.

이런 현재의 나에게 relax~ relax~를 던지는 책 한권을 만났다.

「똑똑한 엄마는 서두르지 않는다」(제시카 레히 지음).

책 표지부터 왠지 모를 마음의 위안을 주는 이 책은, 학교 선생님 즉 그러니까 직장맘이면서 두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로서의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엄마들에게 자신의 지혜를 건네주는 책이다.

아 이에게 최대한 개입하고, 챙겨주고, 안내하던 자신의 역할이 어느 순간 잘못된 것을 느끼고, 남편과 상의한 후 아이들에게 앞으로 달라질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저자의 자세는 배울 점이다. 아이 또한 하나의 인격이기에,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무조건 명령하고 순종하는 관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숙제를 놓고 간 둘째 아이의 숙제를 놓고 고민하는 저자의 고민은, 어쩌면 곧 내게 닥칠 문제이다. 누구나 한번은 숙제를 해놓고 집에 두고 가는 실수 정도는 하니까...

아 이가 당할 곤란함을 부모라면 당연히 치워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실상 많은 부모들은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많이들 애쓴다. 하지만 여기서 저자는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에 앞서 아이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것, 그것은 아이의 성장에 있어 여러모로 장애가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아 이가 자립심이 강한 아이로, 창의력이 있고, 문제해결능력이 있는 아이로 양육하기 위해서, 아니 그 아이의 인생을 안내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그 모든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며, 부모의 역할은 지지자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책에 밑줄을 그으며 크게 머리를 몇 차례 끄덕였다.

지금 내 모습이 책에서 말하는 잘못된 사례에 해당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직장 다닌다는 이유로 아이와 함께하는 양적 시간이 부족하기에, 되도록 많은 것을 최대한 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그런 분주함을, 내가 잘하고 있는 엄마인 것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 모습이 책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 이보다 앞서서 행동하고, 때론 나의 부탁에 아이가 천천히 움직이면 조급증이 아이가 행동하기 전에 그 부탁을 해결하고, 그렇기에 아이는 정작 엄마의 부탁을 들어주고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얻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반성하게 된다.

조 금 천천히, 주변의 속도가 아닌 아이의 속도에, 주변의 기대와 나의 기대가 아닌 아이가 바라보는 방향을 같이 바라보며 걸아가 주는 것. 그래서 아이가 실패할 때도 주변을 보며 조급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조금 울다 툭툭 털고 일어나 걸을 수 있게 옆에 있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또다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