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과학은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잠깐 생각해 보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 책의 제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책 표지에 적힌 이 세 질문은 아마 인간이 자신에 대해 인식적 사고가 이루어진 이후 지속된 질문일 것이다.

우리라는 단어보다는 "나"라는 단어를 넣는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했을 질문이다.

기독교이기에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생각은 정리가 되어져 있다.

하지만 기독교적인 세계관 안에서도 나의 존재목적, 올바른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우주를 배경으로 이런 철학적인 고민들에 대한 과학적인 답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진화론적인 답을 저자가 하고 있는듯 보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책에서  "빅뱅 이전의 영역은 종교의 영역일지 몰라도 과학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기에 진화론이니 창조론이니 하는 고민은 미뤄두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빅뱅에서 그 시작점을 시작해 냈고, 과학시간에나 들었을법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허블상수(지구과학 시간에 참 싫어했던 공식들...의 나열, 글은 읽고, 수식은 건너뛰었다. 문과의 이과라는 경영학을 전공했어도 역시나 숫자는 별로 구미에 맞지 않는다), 스펙트럼 등등등...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역시나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부분과 더불어 문학적인 접근을 보여주며 결론을 맺고 있다.

 

철학적 사고가 있었기에 과학적으로 그것을 규명하는 작업들이 진행이 되었고, 과학적인 답들을 찾아내고, 그 과정 가운데 잘못된 가정과 결과를 다시금 재정비하며 과학적인 답안들을 조금 더 명확히 찾아가며, 그 과정을 다시금 철학적인 것으로 승화시키고, 그것은 문학의 소재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여전히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며, 그 답에서 다시금 질문을 던지며 그렇게 자신들의 결론을 향해 물리적인 시간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인문학은 삶을 살아가는 것에 많은 지혜를 준다.

삶이 팍팍해 여유가 없어 인문학 서적에 손을 뻗는 것 까지가 어렵고,

또한 아주 옛날 사람들이 하는 말이 과연 현재의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어떤 지혜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선입견이 앞서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손을 뻗어 인문학 서적을, 고전을 손에 잡는다면 이러한 선입견에 대한 생각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

고전이 왜 고전이냐? 오래 되었기 때문에 고전인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지금까지 공유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지혜를 주기 때문에 고전인 것이다.

 

「공병호의 고전강독(3)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진정한 행복을 묻다」는 철학책을 통해 익숙히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이기에 마음의 접근이 조금은 용이했던 거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을 풀이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저자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인류가 가진 가장 오래된 질문들 중에 하나인 이 질문을 화두로 던진다.

그리고 탁월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은 '아리스토스-가장 좋은'와 '텔로스-목적'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좋은 목적, 우연히도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이름과 걸맞게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목적론(teleology)을 고민한다. 그러하기에 각각 탁월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으며, 그 탁월성으로 행복을 추구해 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주기 위해 쓰여진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저자의 아들이 마틴 오스왈드(Martin Ostwald)가 번역한 번역본을 공부한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토대로 아들이 공부한 흔적을 따라가며 읽고 공부하며 저술 되었다. 영문판을 통해 고전을 공부하는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책을 저술한 저자... 이 부자에게는 고전연구와 글짓기에 대한 탁월성이 있고, 이를 통해 본인들도 행복하며 독자들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는 탁월성을 뽐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나보다.

 

6장에 걸쳐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의 제1조건인 탁월성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다. 그리고 현재 지식사회에서의 행복하고 성공하기 위해 지적인 탁월성이 있는지, 그러기 위해 고민하고 독자들이 가져야할 지적인 탁월성의 부분을 짚어준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인간의 감정과 태도에 대해, 자기 자신으 다스릴 것을 권하며,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부와 명예의 관리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며 어떤 그릇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회생활에서 지켜야 하는 정도를 권면하는 아리스토 텔레스의 권면을 전하고 있다.

 

인간의 존재 목적이 행복하기 위함. 행복에 대한 오래된 고민에 대한 아리스토 텔레스의 귀한 조언에 귀 기울여볼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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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길 양쪽으로 잡초가 한껏 자란 황토먼지 풀풀 날릴 것만 같은 길에 서 있는 부자의 그림자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푸른 하늘은 꾸준히 이들을 지켜줄 것 같고, 약간 꼬부라진 길은 끝없이 연결되어 있고, 아빠 옆에 선 작은 아이는 조잘거리며 아빠의 손을 잡고 끝없는 그 길에 꾸준한 걸음을 디딜것만 같다.

아들을 데리고 국토를 순례하는 것은 아빠들의 로망이 아닐까?

적어도 우리 집에 있는 사람은 아이들과 여기저기 다녀보지 못해 안달이다. 이제 겨우 4살, 1살인, 게다 둘째는 겉은 누구보다 튼실하나 속이 골골해 태어나 8개월인 지금까지 변변한 여행을 못했으니 여행병 있는 아빠는 속이 꽤나 타 들어가고 있다.

첫아이 때는 50일 안된 아기를 데리고 안동으로, 100일 안된 녀석을 데리고 미시령을 넘어 강릉을 가기도 한 겁을 상실한 부모였던 우리 부부였으니, 둘째 태어나고 지난 8개월은 정말 궁둥이가 들썩들썩하는 날들이긴 하다. 내년을 기약하며… 그 내년까지 남편에게 눈으로라도 여행을 하라고 넌지시 책을 쥐어주니 너무 좋아한다.

탁자위에 책을 높아두고 짬짬히 틈나는 사람이 주섬주섬 읽으며 부자의 여행길을 따라갔다.

만3살, 여전히 꼬물거릴거 같은 아이의 손을 잡고 7시간을 걸어 첫 여행을 시작해 10년간의 여정을 따라 걸으며 남편 눈에 왠지 모를 남다를 계획이 세워지고 있는 것 같다.(하지만 절대 우리 남편은 책의 저자와 같이 걸을 위인은 아니다. 우리집 차만 고생하는거지…)

아버지가 사주는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좋아 걷던 아이는 조금 자라 왜 걸어야하느냐며 떼도 쓰고, 왜 남자만 걷냐며 항의도 하는 시간을 보내고, 앞서 걸음을 인도하던 아버지는 위암이라는 병과도 싸우고, 때론 짧은 거리를 걷기도 하고, 때론 몇일간 야영을 하며 걷기도 한다. 경찰차에 연행되는 일도 겪고 10년 만에 춘천에서 시작한 여행이 부산에서 그 중간점을 찍게 되고 이 책은 덮게 된다. 그것이 2011년이니 지금 이 저자와 아들 진석이는 부산에서 다시 어딘가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긴 걸음을 걸을 수 있을 테니 10년보다는 짧은 시간에 그들의 목적을 성취할 것 같다. 그러면 아빠와 아들 대한민국을 걷다2가 나오려나? 그럼 그 책도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시간의 흘러감에 걸음을 더한 부자의 이야기는 이후 아들 진석이에게 대한민국 어딘가에 갈 때마다 아빠와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든든한 삶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무턱대고 살부비며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 가운데 같이 웃고 울고 하며 공유하는 공간을 가지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다.

 

둘째 녀석의 속이 좀 더 단단해지면, 우리도 우리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떠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