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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순 작가님과의 만남을 고대하면서
우리 아이들, 동네 아이들 책 다 돌려 읽고
[아버지의 눈]이 제 차례가 된 것은
2008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 밤이었네요.
읽으면서 새해를 맞이하였네요.
선소리꾼 복남이 아버지,
홍역을 앓아서 한 쪽 눈을 잃은 복남이
따뜻하고 자상한 어머니
친구 경환이, 민기라는 인물과 만나면서...
가난하지만 정겨운 우리 이웃들의 삶과
어려운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꿋꿋한 이들의 삶이
상엿소리라는 매개를 통해서
아름다운 인생을 그리고 있네요.
선생님의 강의가 끝난 후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해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상여가
생각나서 울었다며 눈시울을 적신 이가 있습니다.
이런 느낌, 아이들이 알기는 어렵습니다.
상엿소리의 가락, 느린소리, 자진소리의 의미,
그 안에 담은 말들은 더더욱 알리 없습니다.
인생무상,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더 감동을 주는 동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화속에 나오는 상엿소리 정리해 보았습니다.
요량을 흔들면서 상엿소리를 구슬프게 하는 선소리꾼과
뒤소리를 해가면서 꽃상여를 메고 집을 나서고
들판을 지나고 산길을 오르던 장면을 되살리면서
(혹은 상상하면서) 실감나게 읽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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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 최은순 글
서창소리 (P152)
이제 고향을 영영 떠나야 할 상여 뚜껑 속의 잠든 아저씨와
상복을 입은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원통하네 원통하네
세월아 네월아 가지를 말어라
아까운 청춘이 다 늙어간다
원통하고 절통하네
인제 가시면 언제나 오실라요
오시는 날짜나 일러나 주요
하직을 헙니다 하직을 헙니다
이 집 문전을 하직을 헙니다
무정한 것이 세월이다
나는 가네 나는 가네
정든 고향을 두고서 나는 떠나가네
행상소리 (P156)
천 년 만 년 살 거라고 어허어허
먹고픈 것 아니 먹고 어허어허
입고픈 것 아니 입고 어허어허
쓰고픈 것 아니 쓰며 어허어허
동전 한 닢 아껴 가며 어허어허
아동바동 살았건만 어허어허
인생이란 일장춘몽 어허어허
공수래에 공수거라 어허어허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에헤야, 넘자 넘어
북망 고개로 나는 간다 에헤야, 넘자 넘어
아침 녘에 성튼 몸이 저녁나절로 병이 들어 에헤야, 넘자 넘어
늦었구나 늦었구나 에헤야, 넘자 넘어
아깝도다 아깝도다 에헤야, 넘자 넘어
기약없는 길이로세
북망산이 멁고 먼데
노자 없이 어이 가리
달구소리 (P25)
늙어지면 못 노나니
물이라도 건수가 지면 놀던 고기도 아니 오고
나무라도 고목이 지면 놀던 새도 아니 오고
비단 옷도 떨어지면 물걸레로 돌아가고
좋은 쌀밥도 헤어지면 수챗구명으로 나가는데
하물며 우리 인생 늙어서 죽어지면 북망산천 가는구나
달구소리 (P162)
인생이 태어날 때 맨손으로 왔다가 맨손 쥐고 가는 것을
에헤 에이랴 달고
공자도 죽고 맹자도 죽고 누구나 한 번씩은 죽고 마는 세상
에헤 에이랴 달고
여보시오 상여꾼들 너도 죽으면 이 길 가고
나도 죽으면 이 길 간다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박을 보고 웃지마라
친구 벗이 많다 한 들 어느 누가 동행할까
술집에 갈 때는 친구가 있지마는
북망산천에는 나만 홀로 가네
어떤 동갑은 백 년도 산다, 차마 서러워 못 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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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면서 김영임 선생님의 <회심곡>이 생각났습니다.
일부 띄엄띄엄 정리해 보지요.
<인생의 길>
이 세상에 사람밖에 또 있나요, 이 세상에 탐문탄생
나은 사람마다, 임자 절로 낳노라고 거들대며 아니 낳습니다.
어머님전 살을 빌고 아버님전 뼈를 받고 일곱
칠성님전의 명을 받고, 제석(帝釋)님전의 복을 빌어
석달만에 피를 모으고 여섯달만에 육신이 생겨
열달 십삭(十朔)을 고히 채서 이내 육신이 탄생을 하니
그 부모가 우릴 길러 낼제, 어떤 공덕 드렸을까
진자리는 인자하신 어머님이 누웁시고 마른자리는
아기를 뉘며, 음식이라도 맛을 보고, 쓰디 쓴것은
어머님이 잡수시고, 달디 단것은 아기를 먹여
오육월이라 단야(短夜)밤에 모기 빈대 각다귀
뜯을세라, 곤곤하신 잠을 못다 주무시고, 다 떨어진
세살부채를 손에다 들고 왼갖 시름을 다 던지고
허리둥실이 날려를 주시며, 동지섯달 설한풍에
백설이 펄펄 날리는데, 그 자손이 추울세라
덮은 데 덮어주고, 발치발치 눌러를 주시며
왼팔 왼젖을 물려놓고 양인양친이 그 자손의
엉대 허릴 툭탁치며 사랑에 겨워서 하시는 말씀이
은자동아, 금자동아 금이로구나, 만첩청산의 보배동아
순지건곤의 일월동아, 나라에는 충신동아, 부모님전
효자동아, 동내방내 위엄(威嚴)동아, 일가친척의 화목동아
둥글둥글이 수박동아, 오색비단의 채색동아 채색비단의
오색동아, 은을 주면 너를 사고, 금을 주면 너를 사랴,
애지중지 기른정을, 사람마다 부모은공 생각하면,
태산이라도 무겁지 않겠습니다. 아하아 아하아
아하하하 헤나네, 열의열 사십소사 나하아 아하아
<몇 년이나 산다고>
부모은공 못다갚고, 인간백년 사자하니 공도(公道)라니
백발이요, 못면할손 죽엄이라, 검던머리 백발되고
고운얼굴 주름잡혀, 귀는 먹어 절벽 되고 이는 빠져
낙치(落齒)되고 두 무릎은 귀가 넘었으니 없던 망령 절로 난다.
망령이라고 구박하는 소리 애鑯으고 절통하다.
그 노인이 비록 귀는 먹었을 망정, 닫은 문을 박차면서
여보아라 청춘들아 네가 본래 청춘이며 낸들 본래
백발이냐, 백발보고 웃지마라. 나도 엊그적게
소년행락 하였건만, 금일백발 원수로다.
인간세상에 나온 사람 빈손 빈몸으로 나와
물욕탐심을 내지마오,
먹고가며 쓰고나 가소 못다먹고, 못다쓰고,
두 손 모아 배위에 얹고 시름없이 가는 인생,
한심하고도 가련하구료
인간칠십은 고래희요, 팔십장년 구십춘광(九十春光)
장차 백세를 다산다 해도,
병든날과 잠든 날이며,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가면, 어느 시절 다시오나,
세상만사 헤아리면 묘창해지일속(渺滄海之一粟)이라
단불의 나비로다 뿌리없는 부평초라
하루살이 같은 우리인생 천년살며
만년사오, 천만년을 못사는 인생, 몽중같은
살림살이, 태평하게 사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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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뒤집는 것과 같은
한 숨 차이라고 하니,
같이 공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네요.
그러니
세상 평화롭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보람있게
살아야겠지요.
[아버지의 눈]을 만나서 오늘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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