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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수요일에
내 눈을 확 끌어당기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나는 조선의 옻칠쟁이다> - 전용복 지음 -
지역에 옻칠 명인이 6-7년 전에 계셨던 터이고
직접 찾아가서 만나 뵌 적도 있고
소중한 마음으로 수저 두 벌을 사 온 적이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서 인지
몇 해 전부터는 연락두절이다.
기억을 더듬어 한 번 찾아 볼 요량이다.
그 당시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진짜 옻칠을 한 것은 불에 대어보면 안다고 하셨다.
옻칠을 제대로 한 것은 불을 대어도 아무 변화,반응이 없다.
배운 것은 실제로 해 본다.
"옻"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친정어머니 돌아가신 후
살아생전 쓰시던 나전칠기 장을
어울리지도 않는 집에 굳이 들여왔는지도 모르겠다.
시어머님께서 지금 쓰시는 나전칠기 장도
인천 어느 부잣집에서 버리려고
집 밖에 내어 둔 것을 어머님을 모시고 가서 구경하고
좋다 하시기에 가져다 쓴 지 벌써 8년이 넘었다.
이런 공예품들 소중히 하는 것을 어려서부터 본 가은이는
시집갈 때 할머니 장을 자기가 물려서 쓰겠노라 벌써 찜하였다.
백년 세월이 지난 들, 변할까?
앞에 나전이 너무 많지도 않은 것이 빛깔이 은은하고 고운데다가
대나무와 소나무, 원앙새와 두루미, 거북이가 너무 빽빾하지 않게
나전의 조각들로 수놓여 져 있는 것이 제법 기품이 있다.
뒷태는 어떠한가?
옻칠한 후에 삼베를 뒷 판에 다 붙여 놓았다. 옻자체가 뒤틀림을
방지하기도 하지만 삼베가 그 역할에 더 일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써 본 분은 알겠지만 옻칠 제대로 한 장에서는 방습제, 방충제 없이도
벌레 나는 법이 없다.
몇 해 전 98세로 일생을 마감하신
시증고모할머니께서 쓰시던
옻칠한 3단짜리 도시락을
살아생전에 내가 물려받았다.
목기로 만들어졌는데 붉은 옻칠로 되었다.
겉면에는 칼라로 난이 그려져 있는데
다양한 색이라 그것은 옻이 아닌 줄 알았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생칠에 돌가루, 황토가루, 금가루, 은가루, 넣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남과북이 가로 막히기 이전에
시할머니께서 금강산 여행가셨다가
사오신 옻칠한 바리떼(발우) 한 벌을 내가 간직하고 있다.
새 것보다 유난히 손이 탄 옛 물건을 좋아하는 내게 물려주신다.
생협에서 옻수저, 옻도마가 나올 적마다
얼마나 관심 있게 들여다보았던지...
나무는 어떻게 건조하고 (자연건조, 인공건조)
옻은 어디산인지 (대부분의 것은 원주가 산지이다)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
자세히 보고 또 보았었다.
식구들 모두 옻수저을 사용하고 있고
찬기 3점 정도가 옻칠 그릇을 사용하고 있다.
가격이 착하고 수월한 가격이라면
옻그릇을 더 많이 사용할 텐데 가끔 아쉽다.
그러나 15년 성장한 한 그루의 옻나무에서 추출할 수 있는
옻의 양을 생각하고 수분조절하며 바르고 말리고 바르고 말리기를
수차례 하는 과정, 영구성과 좋은 점을 고려하면 지금도 착한 가격이라 할 수 있다.
가능하면 접착제로 버무린 PB (particle board)로 만든 가구는
집에 들여 놓는 것을 싫어하고
MDF도 압축의 정도에 따라 꼼꼼히 묻고
페인트칠, 우레탄 도장 등에 대한 것도 꼭 묻고 알려고 하는 편이다.
대충 만든 가구는 대충 1-2년 쓰다보면 휘고 망가지기 마련이다.
곧 자연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없는 처치 곤란한 쓰레기 일 뿐이다.
피할 수 없다면 가능하면 원목으로 된 중고가구를 선호한다.
고가구 느낌이 나는 칠도 알고 보면 카슈(cashwoo)라는 화학성 칠이다.
그래서 순수한 자연 칠, 오래도록 변치 않는 자연 칠, 인간에게 유익한 칠에 대한
동경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젯밤부터 읽기 시작한
’나는 조선의 옻칠쟁이다’
오늘 낮 3시경에 다 읽고 조심스럽게 덮었다.
매일 아침 오르던 뒷동산도 안 가고
아침 대충, 점심 대충, 집안일 적당히 해야만
책 한권 읽을 수 있는 것이 주부의 처지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책 한 권 읽기가 쉽지 않다.
세상이 관심도 갖지 않고 인정도 하지 않는 분야에서
혼신을 다한다는 것은,
특별한 영혼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 특별한 영혼은 "꿈"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 특히 가정생활의 어려움, 경제적인 어려움
그에 따른 육체적인 어떤 역경도
’꿈’을 넘어서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꿈을 이루는데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인연"이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책을 읽을 적마다 느낀 것인데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도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다.
이런 이 땅의 훌륭한 장인들이
이 땅에 자리 잡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일본에서 대접받고 인정받는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명문 동경대학에는 칠예학과가 있어서
칠기문화와 기술을 전승, 발전시키려고 애쓴다고 한다.
중국 China가 china로 되면 일반명사 도자기이지만
일본 Japan이 japan으로 되면 칠기그릇 또는 ’옻칠하다’ 의미이다.
일본의 1920년대에 세워진 ’메구로 가조엔’이라는
대중들이 사용하는 결혼식장, 연회장이
온통 국보급 옻칠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우리나라의 장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예술의 혼을 그곳에 남겨두고
후손들이 이를 지키려고 애쓴 일련의 과정들에 찬탄한다.
전용복 선생님의 새로운 도전에 더욱 찬탄한다.
엘리베이터 철판에도 옻칠을 하고 그 위에 작품을 새겨 넣으셨다.
종이위에 인쇄된 사진조차 어찌나 아름답던지,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인생을 건 역작 "사계산수화"는
한국과 일본에서 내려오는 우수한 옻칠기법들이
전부 망라된 작품이다. 그 속에서 수목들은
봄날의 울창한 숲이 되었고
겨울에는 제 몸의 잎들을 다 떨구고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장엄하게 떠오른 태양은 산천초목에 싱싱한 생명을 부여한 뒤
산 너머로 고개를 떨구었다. (P.272)
내가 만약
일본에 간다면 그곳에 꼭 들르고 싶다.
현재 전용복 선생님은 이와야마 칠예미술관의 관장이라고 한다.
2년 전, 인사동에??회 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와 나무 목木 사람 인人자가 합쳐서 된 글자이다.
그러니까 옻나무는 ’물이 있는 곳에서 성장하는 나무로서
인간이 그 수액을 채취해 쓰는 나무’를 뜻한다. (P.332)
옻칠의 신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옻칠은 지구상의 어떤 물질보다 오래도록 그 생명력을 유지한다.
둘째, 옻칠은 나무에서 추출한 수액이기 때문에 자연친화적인 요소가
강하며 인체에 유익한 물질을 생성한다.
셋째, 옻칠은 무엇보다 아름답다
(P. 334)
우리나라의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이 사는 길은
우리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정이다.
’옻’칠 장인들이 이 땅에서 너무 배고픈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지만
그래도 짧은 인생, 너무 고생하시지 않기를 바란다.
소중한 것을 포기할까 우려함이다. 끈이 끊어질까 두려워함이다.
옻에 항암효과 있다고 하니
스테로이드 성분의 알약을 미리 한 알 먹고
옻닭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 정성?이면 ’옻’과 우리네 사는 집, 그 삶에
무슨 특별한 관계를 세울 법도 하다.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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