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성모를 그리다
라파엘로 <시스티나 성모>
가톨릭 교회의 성모상은 원래 접근할 수 없는 고귀한 존재로 묘사된다.
이에 비해 라파엘로는 친근하고도 자애로운 여성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성모를 표현해냈다.
현재 드레스덴 미술관에 소장된 <시스티나 성모>는 라파엘로가 그린 성모상 가운데 대표작이다. 1512~1513년에 그려진 작품으로, 자신의 아들 예수를 희생하여 전 인류를 구원한 성모를 표현하고 있는데, 높이 265㎝, 폭 200㎝에 달하는 천 위에 유화로 그려졌다. 그림 속 인물의 크기는 실제 사람과 비슷하다.
전체 화면은 마치 무대 같고, 걷힌 막 사이로 성모가 아기 예수를 안고 천천히 걸어 나오는 듯하다. 그녀의 발은 구름을 딛고 있으며, 가벼운 바람이 불어와 옷자락을 흩날린다. 화면의 왼쪽에는 인간 최고의 권력을 대표하는 식스투스 교황이 권위의 상징인 계관을 땅에 내려놓고 성모를 맞이하기 위해 서 있다. 오른쪽 여인은 성녀 바바라로 평민을 대표하여 성모를 맞이하러 나왔다. 아름다운 자태의 그녀는 생각에 깊이 빠져 있다. 그 아래에 펼쳐진 구름 밑으로 아기 천사 두 명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성모의 강림을 기다리고 있다. 이 그림은 거의 모든 성모화 가운데 최고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파엘로의 성모는 중세 이래 성모상의 근엄하고 위엄 있는 천상의 존재가 아닌 인간세계의 어머니와 같은 평안하고도 자상한 여인의 모습이다.
그림 속 성모의 모델은 시에나 출신의 제빵사 프란체스코 루티의 딸 마르게리타이다. 라파엘로는 1514년 비비에나 주교의 조카딸 마리아와 약혼했지만 그녀는 일찍 죽고 만다. 그 뒤로 그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가 마르게리타를 깊이 사랑했다고 전해지나 두 사람 사이에는 신분의 벽이 있어 세상에 그 관계를 숨겨야만 했다. 라파엘로가 마르게리타를 처음 보았을 때, 그녀는 꽃밭의 작은 샘에서 아름다운 발을 씻고 있었다. 라파엘로는 그녀를 보자마자 순진무구한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 후, 그녀에게 거주할 집을 마련해 주었다. 후세 사람들은 그 집의 담에 나무판을 걸어두었는데 거기에는 이런 말이 새겨져 있다. ‘라파엘로가 깊이 총애하여 만세에 남게 한 사람이 여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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