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비밀,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하여
- < THE OVERSTORY 오버스토리 >를 읽고 -
얼마전 강원도 일대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로 인해 시커멓게 변해버린 숲을 보면서 우리는 모두 마음 아파했다. 화마는 오랜 시간과 노력으로 일구낸 우리의 푸른 터전을 순식간에 집어삼켰고 피해 복구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화면을 통해 시커멓게 변해가는 숲의 모습을 보면서 그토록 안타까워하고 마음 아파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편의를 위해 쉽게 벌목되어 사라져버린 숲과 생물들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맞닥들인 질문 중 하나는 바로 훼손되지 않은 숲이 얼마나 남았을까(p.399)라는 것이다. 난 이것에 대해 지금껏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가뭄, 화재, 갑작스러운 참나무들의 죽음, 매미나방, 소나무좀과 나무껍질 딱정벌레, 농장과 구획 재설정으로 인한 일상적인 벌목(p.635)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숲은 사라진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도 나무를 보지 않는다. 우리는 열매를 보고, 견과를 보고, 목재를 보고, 그림자를 본다(p.596). 인간들은 세상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그래서 인간들은 나무를 보지 않고 열매, 견과, 목재, 그림자만 본다. 이것들은 인간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서 모든 것들이 화폐가치로 환산되어 이용가능한 도구로 전락했다. 이 행성이 자정에 태너나서 딱 하루 동안만 살아간다고 볼 때 해부학적으로 현대 인간은 자정이 되기 4초 전에 나타났다(p.666)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불과 자정 4초 전에 나타난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음과 오만함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 소설은 벌목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숲을 지키려는 9명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랜 세월동안 나무들의 사진을 찍으며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니컬러스 호엘, 아버지에게 받은 루오한, 아라한이 그려진 두루마리와 세 개의 나무 옥바지를 소중히 간직해온 미미, 인류는 끔찍하게 유해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의 행동에 패턴이 있다고 생각하는 애덤 어피치, 아는 것이라고는 저작권과 특허 관련법밖에 없었던 레이 브링크먼과 속기사 도러시 카잘리, 반얀나무로 인해 생명을 건졌으나 절름발이가 된 공군 하사관 더글러스 파블리첵, 하반신이 마비가 된 후 <숲의 예언> 등의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는 닐리 메타, 장애를 극복하고 나무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숲이 순환을 한다는 사실을 밝힌 패트리샤 웨스터퍼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 빛의 존재들에게 부름을 받은 올리비아 밴더그리프. 이들은 각각의 삶을 살아가지만 나무를 매개로 하여 모이게 되고 하나가 된다. 부유한 벌목 회사 훔볼트 목재가 불법으로 베어내는 나무들과 원시림을 보호하기 위해 애덤을 비롯한 네 명은 시위를 하며 자신들의 몸을 방패막이 삼아 방어선을 구축한다. 그들은 짓밟힐수록 마음 속에 정의를 향한 욕구를 불태웠고 숲이 죽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필사의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그 파괴의 현장에서 미미는 심한 부상을 당한 채 불 속에 던져진다. 그리고 끔찍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네 명은 죄책감 속에 살아간다. 그러다 애덤은 우연히 더글러스 파블리첵을 만나게 되는데 그 후 이어지는 결말에서 우리는 인간의 비정함과 냉혹한 현실의 세계와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은 우리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는 벌목의 문제를 소재로 한다. 나무는 인간이며 숲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이 소설은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는 일을 왜 멈추어야 하는지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울림을 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인간적인 존재들에게 자신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작은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고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특권이 과연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사라져가는 원시림을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걸었던 사람들의 열정과 정의를 향한 외침, 자신이 살기 위해 동료를 무참히 배신해야 했던 인간의 비정함과 나약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은 배신자가 되지 않으려고 종신형을 받는 애덤의 인간애까지 오롯이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가는 아마도 소설 속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이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논쟁도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없고 오직 훌륭한 이야기만이 그럴 수 있다(p.682)는 것을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인류는 이웃에 대해 완전히 틀렸고, 우린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생각에 대해서, 우리가 훔친 모든 것들에 대해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p.437). 이제라도 우리는 어리석음과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기억해야 한다. 15억년 전에 인간과 나무는 공통조상에서 나왔고 여전히 유전자의 4분의 1을 공유하고 있다(p.622)는 것을. 그리고 나무 한 그루를 자를 때 그걸로 만드는 건 최소한 우리가 잘라낸 것만큼 기적적인 것이어야 한다(p.636)는 것을 말이다.
- <오버스토리>를 더 감동적으로 읽으려면
1. 등장 인물들의 이름에 익숙해지기
이 소설에는 9명의 중심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각각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각각 따라가면서도 이야기는 나무를 매개로 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낯선 인물이나 새로운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중심 인물들이 9명이나 되고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다양한 형태도 나열되기 때문일 것이다. 패트리샤(웨스터퍼드 박사), 더글라스(더기), 데니스(덴), 페트리샤(패티), 니컬러스(닉) 등과 같이 등장인물의 이름이 여러 형태로 지칭해서 나오고 또 서로에게 메이드헤어(올리비아), 파수꾼(닉)과 같은 별칭을 붙여 부르기도 하는데 이렇게 다양한 호칭들로 인해 생각보다 더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소설 속 인물들의 다양한 이름들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익숙해질수록 내용 파악이 쉽고 스토리를 따라가기 수월해진다. 그래야 등장인물들의 독립된 삶과 그들의 유기적인 이야기까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 비유적인 표현의 의미 새기기
이 소설에는 비유적인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9명의 등장인물들은 한 그루의 나무이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적인 존재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때로는 시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이 소설에는 은유적이면적 시적인 표현들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인물과 스토리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이런 내용들의 의미를 좀 더 음미하고, 작가는 과연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기 위해 이런 표현들을 썼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곱씹어야 한다. 번역을 통해 원서의 내용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100% 오롯이 전달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가독성면에서 볼 때 이 소설의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 한 요인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곳곳에서 감동을 주는 주옥같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고 그 의미를 곱씹는 일은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신선한 감동이자 이 소설이 갖는 매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3. 7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주는 압박감, 시간을 두고 여유있게 읽기
이 소설은 약 700페이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책의 두께만 보고서 미리 질릴 수 있을 것이다. 게다 국내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술술 읽히는 느낌도 받기 어렵다. 그래서 호기롭게 책 읽기에 도전했다가는 처음 몇 십 페이지를 읽고 금세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처음에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등장인물들의 각각의 스토리와 그들이 서로 만나고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이어지는 스토리를 잘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단 시간에 이 책을 완독하겠다는 마음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스토리를 따라가며 그 의미까지도 곱씹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