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편안한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패스트푸드와 우리의 입맛을 달콤하게 길들이는 먹거리들의 유혹으로 가득하다. 이럴 때일수록 생각나는 것이 우리의 제철 채소와 우리 몸에 좋은 먹거리들이다.

 

365일 매일 음식을 만들고 매번 다른 음식을 먹을 수는 없지만 달콤한 것들에 익숙해진 우리 입맛에도 조금은 덜 달콤한 거친 음식이 생각날 때가 있다. 특별할 것 없지만 푸근한 어머니의 집밥처럼 말이다.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고 한 컷 한 컷 사진을 들여다보면 기억 속에 빛바랜 사진첩처럼, 혹은 아련히 떠오르는 옛 추억처럼 뭔지 모를 향수와 좋은 향기들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초등학교 소풍날 아침, 어머니가 부엌에서 김밥을 만드시던 소리들, 방문 틈 사이로 스며들던 그 김밥의 향기에 일찍 잠을 깨고도 마냥 행복했다. 고등학생 때 야간 자율 학습을 하기 전 도시락을 먹었는데 들기름 듬뿍 발라 소금을 솔솔 뿌려 손수 구워 주셨던 김은 지금 어디에서도 그 맛을 찾을 수 없다. 저녁 밥 때가 될 때쯤 집으로 향하면 채송화 가득 피었던 마당 가득히 퍼지던 밥 짓는 향기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우리는 365일 음식을 먹는다. 하지만 그 음식들은 때론 향기로 또 추억으로 기억된다. 바쁜 일상에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는 때가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어떤 날은 예전의 소박하고 거친 밥상이 그리워지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아니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매일 먹었던 먹거리와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식욕을 자극하는 화려한 음식도 바쁜 일상에 손쉽게 먹게 되는 패스트푸드도 소박하고 영양가 있는 제철 재료로 만든 정성스러운 음식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달콤하고 화려한 것에 길들여진 입맛에도 천천히 곱씹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이 더욱 그리워진다.

 

#365음식일기

과학책은 왠지 어려울 것 같아 선뜻 읽고 싶다는 생각을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중나선> 이 책은 DNA의 이중나선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마치 자서전 쓰듯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다른 과학책들을 읽으면서 맞닥뜨렸던 용어의 압박, 바닥을 보였던 내 인내심의 한계도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나마 나를 덜 괴롭혔던 것 같다. 물론 과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에 미쳐 자신의 열정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러운 생각이 든다. 욕심도 별로 없고 소소한 행복에 빠져 있는 나를 보면 그들은 정말 열정적이고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 돌아보지 않고 뭔가 하나에 콕 박혀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들의 에너지가 부러울 뿐이다.

 

 

유전의 핵심이 되는 DNA의 구조를 최초로 밝힌 과학자들 사이에는 경쟁과 질투, 지식의 공유와 비판 등 그들을 자극했던 많은 요인들이 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그들은 과학에 대한 지식을 확장할 수 있었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미지의 세계였던 DNA의 구조를 밝히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DNA의 구조를 밝힌 제임스 왓슨,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는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된다. 하지만 X선 촬영을 하며 결정적인 단서를 남겼던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업적은 묻힌 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어 너무 안타깝다. 더군다나 그녀가 찍었던 X선 사진을 몰래 보고 이중 나선의 결정적인 힌트를 얻었기 때문에 더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다.

 

 

DNA의 발견으로 우리는 생물학에 놀라운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히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눈부신 과학의 발전과 발견 이면에는 많은 과학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