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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시마다 소지  | 기본 2013.09.06 02: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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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검은숲 | 201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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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시마다 소지의 '형사 요시키 타케시 시리즈' 세 번째 편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국내에 번역된 것으로는 일곱 번째 작품인 '유체 이탈 살인 사건,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첫 번째 작품인 '침대특급 '하야부사' 1/60초의 벽'이 먼저 출간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총 15편이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80년 데뷔를 시작으로 다작을 해온 소설가인 그는 다른 작품은 몰라도 '점성술 살인사건'은 꽤 유명해서 제목만이라도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용와정 살인 사건',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 사건', '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점성술 살인사건', '침대 특급 하야부사' 정도를 읽어봤습니다.

 

1980년 이후의 주로 초기작을 읽어본 편이라 휴대전화가 없다던가 경찰 수사의 일부 시대감을 느끼게하는 요소들을 갖고 있지만 역시 명성답게 한 작품, 한 작품이 수작임은 틀림없다는 인상을 가지게한 작가입니다. 

 

잘된 추리물이란 독자로 하여금 일련의 요지를 제공한달까, 어느 정도 추리를 할 수 있는 개연성을 주면서 동시에 상상하지 못했던 기발한 트릭을 지니고 있어야 재미있게 보게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시마다 소지의 글은 논리적 비약없이 꾸준하게 글을 끌고가는 느낌이 들어서 끈기 있고 성실한 일면도 엿보여서 단지 트릭만이 아니라 읽는 과정에 신뢰가 가고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속에서 '형사 요시키 타케시'란 인물은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형사답지 않게 잘생기고 키도 큰 멋있는 인물로 설정해뒀지만 그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거든요. 열심히 추리를 하고자 노력하는 정도의 인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습니다. 그것을 염두해뒀던지 세 번째 이야기 속에서는 '인간 요시키 타케시'란 인물을 작품 속에 많이 녹여뒀습니다.

 

사실 미타라이 기요시가 너무 강력한 인물이라 요시키 타케시는 반대로 인상을 흐리게그렸을까 싶을 정도로 시리즈의 주인공치고는 좀 약한 인상이었거든요. 

 

덕분에 추리물이라기엔 조금 말랑하다고 해야할지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해야할지, 이 부분에서 조금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시리즈의 측면에서 볼 땐 이런 작품이 꼭 나와야한다고 봤을 때 괜찮은 시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덕분에 주인공의 삶이 엿보이고 어떤 인물인지 알게되니 시리즈에 대한 애착이 더 생기거든요.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이 소설은 형사 요시키 타케시의 개인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혼한 것으로 언급되었는데 전부인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겨울이 배경이라는 점과 열차가 주요 장소로 등장하며 덕분에 타 지역을 이동하는 면, 피해자가 여자라는 점에서 첫 번째 이야기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전작에 등장했던 타지역의 형사도 나오구요.

 

오래 전 이혼한 전부인에게 전화가 걸려옵니다.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는 통화를 마치고 그녀가 좋아했던 열차 시간에 맞춰 달려가 겨우 얼굴을 보지만 대화는 하지 못한채 찜찜한 기분만 남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열차 안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알게됩니다.

 

덕분에 '형사 요시키'가 아닌, 어쩔 수 없이 헤어졌지만 아직 사랑하고 있는 전부인을 위해서 홀로 수사를 하는 '인간 요시키'가 주로 나오게 되지요. 흔히 형사물에서는 파트너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그 모습이 기본으로 그려지지만, 첫 번째 이야기에서도 그랬듯 이 시리즈는 요시키 타케시가 혼자 움직이는 모습이 기본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인지 전형적인 형사물과 탐정물의 중간 형태쯤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전부인 미치코가 살고 있던 구시로를 찾아 그는 진상을 조사하게 됩니다. 표지에 등장하는 그림에 힌트가 있듯이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한 지역의 괴상한 전설이 드러납니다. 뜻밖에도 다른 살인 사건이 있었음을, 그리고 다시한번 또 다른 살인 사건을 만나게 됩니다. 

 

이 사건들은 연관성을 갖는가? 전설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대체 미치코가 숨기고 있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등의 치열한 조사에도 보이지않는 결말과 몇 가지 불안감으로 지루할 법한 분량을 지니고 있지만 지속적인 새로운 장소와 사건의 변화는 긴박감 넘치는 과정을 갖고 있습니다.

 

시마다 소지의 소설을 읽어보신 분이시라면 공감하겠지만 이야기를 서술하는 과정이 매력적입니다.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독자를 다급하게 하지 않는달까 적절한 선에서 조금의 힌트만으로 끈기있게 끌고간달까요.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에서는 대담하게도 이 정도면 추리할 수 있지 않겠냐는 독자에게 도발적인 페이지를 삽입해두기도 하지요.

 

대체로 예상 가능한 범위의 이야기를 쓰긴 합니다만 그것이 치밀하게 짜여진 사이코패스의 살인을 보여주는 것보다 흔히 일어날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 놀라게 되는 결과를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개인사가 들어갔기 때문에 제 3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지 못하는 면과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트릭, 비슷한 트릭이 다른 작품에서 언급되었다는 면 정도는 기존 추리물의 매니아들로부터 단점으로 지적받을만한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별점을 다섯개로 매긴 것은 단지 추리 가능한 범위의 식상한 추리물이 아니라 그 이외의 요소들이 등장한다는 점과 시리즈 상 필요했을 주인공의 개인사가 절절히 그려졌기 때문에 즐겁게 보았습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재촉하며 단숨에 읽어내리게 하는 그의 또 다른 소설들이 궁금해집니다.

 

 

 

 

 

 

 

책 정보

 

Kita no Yuzuru 2/3 no Satsujin by Soji Shimada (1988)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지은이 시마다 소지

옮긴이 한희선

발행처 (주)시공사

브랜드 검은숲

2013년 7월 26일 초판 1쇄 인쇄

2013년 8월 7일 초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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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유럽, 빵의 위로, 구현정  | 기본 2013.02.05 18: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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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 유럽 빵의 위로
위즈덤하우스(예담) | 201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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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쌀 소비량이 줄고 밀가루 소비량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간간히 듣게 됩니다. "한국 사람은 밥힘으로 산다."는 표현도 잘 안쓰게 된 것 같구요. 베이킹을 직접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유명한 베이커리를 맛집 리스트에서 종종 접할 수 있지만 사실 프렌차이즈에 밀려서 동네 빵집의 퀄리티는 많이 떨어졌지요. '밥 대신 주식으로의 빵'을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한 것은 동네 빵집인데 말입니다.

 

저 또한 이런 시대 흐름과 같이 간식보단 끼니를 제 때 밥으로 챙기는 주의였지만 몇 년간 식생활을 돌이켜보면 밥 이외의 탄수화물들로 먹어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선입견의 변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식사를 단맛 위주가 아닌 짠맛 위주로 해왔기 때문에 '주식은 달면 안된다' 라는 생각에서 빵류하면 왠지 단맛을 떠올리게 되어 식사 대용은 싫었거든요. 그렇다고 단맛이 도는 디저트류를 싫어하진 않지만 말입니다.

 

주변에서 많이 들었을 법한 흔한 이야기이지만 프랑스에서 먹어본 바게트에 대한 느낌이 빵에 대한 애착을 바꾼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주식으로써의 빵'은 무조껀 담백해야하고 달지 않아야한다는 부분에 대한 철학이 있는데 이 책에서의 시작이 브레첼과 바게트였기 때문에 더 감정 이입을 해서 정신없이 보게 된 것 같네요. 분량으로 보자면 달콤한 빵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겠지만요. 왠지 화려한 디저트류보단 담백한 빵이 독일과 어울리는 기분이 들어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독일에서 4년을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카페 인 유럽'을 앞서 출간했고 이번 이야기는 빵이 중심입니다. 하지만 독일만의 이야기는 아니구요. 제목 그대로 유럽의 몇 개국에서의 이야기를 엮어놓았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앞부분은 '주식으로의 빵'이 소개되어 있구요. 이후 챕터에서는 '달콤한 디저트 류'가 등장합니다.

 

베이커리 소개나 여행 루트에 대한 소개 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보자면 '빵을 매개체로 하는 유럽 생활에 대한 에세이'라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분류겠지요. 최근 수 많은 여행 서적들 덕분에 단순 정보지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출간되고 있지요. 아무래도 여행 에세이라면 일종의 자아 성찰이 묻어나는 에세이가 두드러진다면 이 책은 조금 다릅니다.

 

가족과 함께 한 생활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다국적의 친구들과의 이야기도 종종 드러납니다. 그래서 여러 번 경험한 이야기와 한번 다녀온 후의 기록이 동시에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다 읽은 후 목차만 놓고 보면 4년 동안 이렇게 많은 행적을 남겼나 싶을 정도로 다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노르웨이, 이탈리아가 배경입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정신없었던 한 해가 있는 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한 해도 있지요. 이 책에서는 두 번의 결혼식이 등장하는데 4년이라는 세월이 길다면 길 수 있지만 해외에서의 결혼식이라는 타이밍이 재밌게 느껴지더라구요. 빵보다는 그런 만남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을 보면 역시 단순히 빵을 소개하는 것보단 드라마가 있는 편이 더욱 가슴에 남나봅니다. 정보와 감정의 차이겠지요.

 

소설파냐 에세이파냐 묻는다면 저는 단연 소설을 더 좋아하는 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세이는 종종 읽고 싶어지는데요. 그것은 아무래도 재미있는 픽션보다 더 드라마틱한 논픽션이 주는 가치가 제게는 커서일듯합니다.

 

에세이가 가지는 마력은 타이밍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기술이나 장비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단연 압도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타이밍이겠지요. 그 타이밍을 내가 찍어낼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해보면 기록할 수 있다는 가치까지 더해지겠지요. '내게 나타나는 타이밍'은 의도적으로도 할 수 없고 마치 운명과도 같이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세이'는 사진과도 같이(물론 최근 에세이에는 사진도 포함되어 있지요.) 누군가의 그 운명같은 타이밍에 대한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서는 드라마가 내게 나타난 것이지요. 인생에서의 4년을 독일에서 보내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물론 저자에게 소중하겠지만 이 책에 기록된 각 에피소드들은 운명같은 타이밍으로 찾아온 보물이겠지요. 부럽기도 하고 볼 수 있게 되어 즐겁기도 합니다.

 

빵과 여행과 사람간의 관계. 그런 단적인 부분들과 함께 기적적인 타이밍같은 소소한 놀라움들이 다 읽은 후 남아있습니다. 내게도 그런 소설같은 추억이 있었더랬지.. 하면서 과거를 돌이켜보기도 하구요. 가본 곳은 익숙함으로, 가보지 못한 곳은 훗날을 위해 마음에 담아두고요. 책에 소개된 빵들을 떠올리며 꼭 맛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정보

 

유럽, 빵의 위로
글 사진 구현정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초판 1쇄 인쇄 2012년 12월 28일
초판 1쇄 발행 2013년 1월 10일
디자인 강경신

 

 

 

 





서평, 에세이, 유럽빵의위로, 구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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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몬드 초콜릿 왈츠, 모리 에토  | 기본 2013.01.29 23: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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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 아몬드 초콜릿 왈츠
비룡소 | 201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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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책은 세 곡의 클래식을 모티브로 하는 세 편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작가의 첫 단편집이라고 하네요. 남는 것이 시간 밖에 없을 때 종일 피아노만 치던 작가가 꼭 한번 써보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후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전부 피아노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각각 별개의 단편들이구요. 등장 인물들이 13살, 14살, 15살로 동화 같은 이야기랄지, 치유계 소설이랄지 따스한 이야기들입니다.

 

모리 에토하면 2006년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로 제135회 나오키상 수상 작가라고 알고 있는데 아동 교육 전문 학교를 나와 아동 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바 있네요. 1990년 '리듬'으로 고단샤 아동 문학상으로 데뷔했고 제2회 무쿠하토주 아동 문학상 수상. '컬러풀'로 제46회 산케이 아동 출판 문화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저는 나오키상 수상 작품이 실린 소설만을 읽어봐서 작가에 대해 잘 몰랐는데 찾아보니 동화 작가 본업이구나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군요. 이 책도 역시 그렇습니다. 10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소설들의 장르도 다양하긴 하지만 몇 가지 형태로 정형화되어 있을 것 같은데요. 선생님이 교훈을 주는 방식인 전형적인 스타일의 동화라면 시게마츠 기요시가 떠오르지요.

 

반대로 학생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실제 규칙보다는 '우리'를 강조한 소설들은 순수 문학이라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소설이랄지 라이트 노벨스러운 장르에서 많이 나타나는 편이구요. 또 다른 분류로는 판타지적인 그야말로 동화같은 이야기를 다룬 스타일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그 가운데 위치한 느낌정도입니다.

 

 

어린이는 잠잔다 (로베르트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중에서)
화자인 '교'는 오 년 전부터 매년 여름마다 이종 사촌 아키라 형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냅니다. 총 다섯 명의 남자 아이들의 모임. 부자인 아키라 형과 달리 교의 집은 신칸센을 타지도 못해서 오랜 시간이 걸려 별장에 갑니다. 아키라 형은 규칙을 정해두고 모두 같이 움직이는 편인데 특히 LP판으로 듣는 클래식 감상 시간은 모두 졸음으로 몰아넣는 공포의 시간입니다.

 

중학생이 록이나 팝송이 아닌 클래식이라니 이상하다면서 마음의 응어리를 도모아키와 이야기하지만 혹시라도 아키라 형의 기분이 상할까봐, 그러면 다시는 별장에서의 모임을 갖지못할까봐 그 의견은 함구하기로 합니다. 만약 이 소설의 장르가 추리물이었다면 이쯤에서 살인이 일어난다던가 사건의 시작이 되겠지만 동화인 이 소설에서는 아키라 형의 이미지는 사실 오해였던 것이고 왜 그토록 클래식에 집착했는지 내막이 나오게 됩니다. 친척이라 더 공감할 수 있었던 여름의 추억이 아니었나 싶은 이야기입니다.

 

"피아노의 음색이 사람의 결핍된 마음을 채워 준다." p. 64

 


그녀의 아리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에서)
열 다섯의 화자는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 달이나 지속되어 체력은 말도 못할 정도. 그래서 구기 대회를 위한 축구 연습을 몰래 빠져나와 메이지 시대 말기에 지어져 지금은 쓰지 않는 낡은 학교 건물에 들어가 숨어 있기로 합니다. 거기서 후지타니 리에코를 만납니다. 바흐가 불면증 환자를 위해 지은 곡이라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피아노로 치고 있는 그녀와 친해진 후로 줄곳 그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만나 대화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의 거짓말을 알게되고 실망하게 됩니다. 그녀의 진짜 모습을 알게되고 고민하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들이 독특할 것 없이 구태의연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이라 따스한 이야기였습니다.


어둠 속을 비추는 한줄기 빛 같은 선율. p. 111

 

 

아몬드 초콜릿 왈츠 (에릭 사티의 '자질구레하고 유쾌한 담화' 중에서)
특이한 피아노 선생님 기누코에게 피아노를 배우는 기미에와 나오. 꾀병에도 혼을 내지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그 선생님은 기미에와 나오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입니다. 괴짜로 알려져있는 에릭 사티를 너무 사랑하는 선생님에게 에릭 사티와 닮은 프랑스의 친구 스테판이 찾아옵니다. 평범한 엄마들은 스테판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를 학원에 그만 보내지만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피아노가 치기 싫어서 노래를 부르는 기미에는 스테판을 좋아합니다.

 

행복한 이들의 시간을 지난 후 기미에의 변화와 우울함은 주변 사람들을 위태위태하게 만들지만 정형화된 규칙으로 한 사람을 정의하고 훈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모습은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래도 기미에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모습은 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선을 넘은 것 같기는 한데 말이지요.

 

스테판의 향후 행보의 묘사에서도 작가는 그다지 그런 부분을 생각하진 않는구나 싶어서 시게마츠 기요시 스타일의 전형적인 동화는 아니구나 라고 차이점을 느끼긴 했습니다. (시게마츠 기요시 스타일의 소설은 어딘가 준법정신이 탁월해야할 것 같은 선입견이 제게 있거든요. 모리 에토는 소설로 짐작컨데 잠시의 일탈을 즐기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의 두 편의 단편과 달리 어떤 계기를 통해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맘이 바뀌고 결정하는 타이밍만이 나오는 이야기라 좀 다른 면이 있는 소설이긴 합니다. 캐릭터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토리 자체도 캐릭터와 어울린달까요. 때로는 엉망진창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행복하게 산다면야 그런 면이 어떤가 싶은 부분도 분명 있겠지요.

 

그런 스토리답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관계인지, 어떤 결심을 했는지 전혀 보여주지는 않지만 각자 성장해간다는 면에서 조금 인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아몬드 초콜릿처럼 살아가래."
아몬드 초콜릿처럼?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말은 슬그머니 내 안으로 들어와 내 마음속 어딘가의 뚜껑을 열었다. 또 그 속에서 또 다른 빛이 뿜어져 나와 다른 무엇인가를 비추었다. 그 빛은 미래의 먼 앞날까지도 비춰 주는 것 같았다.
p. 196

 

아무래도 동화여서 어려운 면은 없긴 하지만 단순한 소설임에도 결말이 궁금해져서 쉽게 읽힙니다. 나쁘진 않지만 극찬할 정도도 아닌 것 같아서 별은 네 개만 매겨봅니다.

 

 

 

 

 

 

책 정보

 

Almond iri Chocolate no Waltz by Eto Mori (1996, 2005)
아몬드 초콜릿 왈츠
지은이 모리 에토
펴낸곳 (주)비룡소
1판 1쇄 찍음 2012년 4월 20일
1판 1쇄 펴냄 2012년 4월 30일
옮긴이 고향옥
디자인 인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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