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두 편의 여행에세이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펴내면서 단 한번도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으로 페이지를 채웠다. 그곳에서 마주한 낯선 시간들에게 ‘시 한 푼만 주십시오’ 구걸하며 얻어온 시 역시 그만의 이야기를 농밀하게 담아낸 것임에 틀림 없다. 2편의 에세이, 그리고 3년 만에 나온 시집 <눈사람 여관>. 작품이 가지는 특성은 다르지만 아마도 시인은 시를 쓰고 산문을 쓰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건네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고 싶다는 이병률 시인. 이제는 우리가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일 차례인 것 같다.
Q 2010년 <찬란> 이후 3년 만에 시집 <눈사람 여관>을 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시집을 낸 소감은 어떤가요.
시 같은 경우는 항상 제 생활과 밀접해있기 때문에 특별한 느낌은 없어요. 어릴 때부터 시를 써왔고, 늘 시인을 꿈꿔왔으니까요. 저에게 시를 쓰는 행위는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매일 하는 일을 모아서 본다고 해서 큰 의미가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한 시대를 정리한다는 느낌은 있을 것 같네요.
Q 3년마다 시집을 내는 것이 나름의 목표라고 들었어요. 의미가 있는 기간인가요?
대나무에도 마디가 생기잖아요. ‘한 사람의 인생에 그런 마디가 있다면 아마 그게 3년이란 터울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3년에 한번씩 껍질을 벗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어요. 꼭 3년이 아니더라도 ‘한 번씩 변화를 주고 발전하고 결실을 맺는다면 어떨까’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3년마다 시집을 내는 것은 지난 3년간의 제 인생을 매듭짓는 일이기도 하죠. 이걸 계속 지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식으로 인생의 마디를 머리에 담고 산다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이 아닌가 싶어요. 이걸 지켜나갈 수 있다면 게을러지는 나를 채찍질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Q 에세이를 쓰는 것과 시를 쓰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시를 쓰는 것은 분명 익숙한 일이긴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라서 굉장히 힘들어요. 어느 정도 기간을 살아냈을 때, 몸에 리듬이 찾아올 때 하나씩 쓸 수 있거든요. 반면에 에세이 같은 경우는 자연스럽지가 않은 느낌이 좀 있어요. 시와 산문이 가지는 사고적인 차이 때문인 것 같아요. 가끔 시적인 사고의 팽팽함에서 풀려나고 싶을 때 에세이를 써요. 항상 시만 생각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럴 때는 산문적인 사고로 사람들 속에 어울려 들기도 하고 교류를 하기도 하는 거죠.
Q SNS를 통해서 이번 시집은 유독 ‘아프다’고 이야기했어요.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눈사람 여관>을 낼 당시 마음 아픈 일이 좀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상처이기도 했던 일이었고, 그 일로 인해 사람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졌던 시기였어요. 그런 시기에 시집을 정리하려고 보니 좀 아프더라고요.
Q <눈사람 여관>은 작가가 혼자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요. 평소에도 혼자 있는 걸 즐기는 편인가요?
네. 혼자 있는 걸 좋아하죠. 사실 뭐 크게 하는 것은 없지만 항공권도 검색해보고 답장 못한 메일에 답장을 하기도 하고요. 보고 싶어서 사둔 책이나 선물 받은 책들을 읽기도 해요. 저는 사람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믿고 있어요. 그 시간을 잘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제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저에게 혼자됨은 생산성과 같은 의미예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서 강해질 수 있고 또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여행에세이스트로 자신을 기억하는 독자가 더 많은데요, 그런 사실이 시인으로서 서운하지는 않나요.
잘 몰랐는데 제가 시를 쓰는 사람인지 모르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사실이 섭섭하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시를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에 살짝 서운해요. 이 부분은 저도 다른 시인들도 어떻게 보정해나가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Q 요즘 사람들이 시를 안 읽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시 없이도 살 수 있으니까요. 20년 전쯤 제가 대학에서 시를 공부하고 있을 때는 시가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시대였어요. 제가 시 전공자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때는 정말 시가 유행이었고 그 시대가 가지는 감성의 중심이었어요. 지금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굉장한 인기이고 하나의 코드잖아요. 당시에 그런 시대적인 코드를 꼽으라면 단연코 시가 열 손가락 안에 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지금은 그런 코드들이 너무나 다양하죠. 그 다양한 코드들 중에 시는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할 테고요. 어쩌면 세상은 그렇게 변해가는 거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시인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야겠죠.
Q 시를 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시집 한 권을 추천해준다면.
마종기 시인의 <그 나라 하늘빛>이요. 시집을 읽으면서 이토록 시인을 직접 만나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던 적이 없었어요. 시인의 마음의 온도가 오롯이 전해지는 시집이고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절절함, 삶에 대한 고고한 애착이 담겨 있는 시집이에요. 이 시집으로 인해 제가 시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확고하게 품게 되었죠. 시와 친해지고 싶기는 한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집이에요.
Q ‘이병률’하면 여행과 에세이를 빼놓을 수 없어요. 특히 <끌림>을 시작으로 감성 여행에세이가 많이 출간되기도 했는데, 그 당시 여행서적의 기존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에세이를 쓴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여행지에 대한 정보만 담는 식으로는 제가 책을 못 낼 것 같았어요. 좀 다른 책을 쓰고 싶었고요. <끌림>을 쓰기 전에 ‘세상에 없는 책을 내보고 싶다’고 편집자에게 얘기를 했고 감사하게도 그 제안을 들어주었어요. 담당자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여러 가지를 고민하면서 만들고 보니 조금은 특이한 책이 되어있더라고요. 많이 팔리지 않을 책이라고 장담했는데도 출판사에서는 참 디자인도 열심히 해주고 제작비도 아끼지 않고 지원해줬어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제 책을 좋아하는 것보다도 깨어있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눈에 띄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Q 책에 실린 사진을 감상하는 것도 작가의 책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진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스무 살부터 사진을 찍었어요. 그게 출판사에 있는 선후배들에게 알려지면서 원고와 함께 사진을 한두 장씩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업계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사보나 기내지 같은 매체들이 거의 사라지고 웹진 정도로만 남아있는데, 당시에는 그런 곳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 매체에 계속 글을 썼어요. 그 글들을 묶어서 책으로 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서 첫 여행에세이를 내게 됐죠.
Q ‘이병률의 여행에세이’는 목차나 페이지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요. 의도한 바인지.
그렇죠. 어차피 인생은 명장면이니까요. ‘책에도 명장면만 넣자’는 생각에 씬 넘버로만 표시했어요.
Q 평소 여행 스타일은 어떤가요?
별 계획 없이 예약도 하지 않고 다녀요. 굳이 ‘뭔가를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여행을 가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지에 가서는 동선이 굉장히 많은 편이죠. 여행하기로 한 도시가 아닌 곳에도 가보고 정신 없이 막 다니거든요. 많이 걷다 보면 뭔가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뭔가를 찾기도 하는데요. 때로는 그게 사진 찍고 싶은 대상일 수도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고 어떤 공간일 수도 있어요. 우연히 어떤 시장을 가게 되거나 정말 살고 싶을 정도로 편한 공간을 가게 되는 것. 그런 것을 찾는 거예요. 그 목록을 쌓아가고 채워가는 기분이 좋아요.
Q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지 중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루마니아요. 루마니아는 겨울에만 세 번 갔었어요. 그 곳의 색감, 나무, 창틀, 페인트칠 벗겨진 벽, 이런 것들이 제가 어릴 때 살던 곳이랑 참 닮아있어요. 아무래도 발전이 덜 되고 외진 곳이라서 그런 편안하고 올드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광택이 반짝 반짝거리는 도시에서 오는 산란함이 아니라 천천히 빛 바랜 색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있어요. 그래서 루마니아에 다시 가보고 싶어요. ‘사진 찍은 지 참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곳이에요.
Q 언제 어디서건 항상 메모하고 사진을 찍는다고 들었어요. 매 순간을 기록하는 이유가 있나요?
글을 쓰면서부터 시로 쓰고 싶은 무언가를 늘 메모해왔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메모는 정말 중요한 기능을 하죠. 메모 한 줄에서 시작해서 시가 되니까요. 또 저는 라디오 방송 일을 오래 했잖아요. 그때도 방송에 쓸 이야기들을 계속 메모했거든요. 그 메모들로 라디오 오프닝이나 클로징 멘트를 썼고요. 제 직업은 메모를 하지 않으면 지속하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죠. 그래서 여행 중에도 계속 메모를 해요. 때로는 카메라가 그 기능을 대신하기도 하고요. ‘나중에 또 와야지’ 생각하면서 길도 찍어보고, ‘나중에 이런 분위기의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풍경을 찍기도 해요.
Q 쉬지 않고 계속 여행을 다니는 이유가 있다면.
떠나 있어야 편하더라고요. 여기 있다고 불안한 것은 아니지만 낯선 곳에서 편해질 수 있다는 그 감각이 정말 묘해요. 온통 낯선 것들뿐인 곳에서 아무 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로 편해질 수 있다는 건 정말 재미있어요. 그 낯선 순간과 연애한다는 느낌도 있고요. 멀리 떠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하는 게 저랑 잘 맞나 봐요.
Q 그래서 그런지 시인이나 작가보다 오히려 여행가라는 수식어가 참 잘 어울려요.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요. 그걸 설명하는 건 참 어렵죠. 떠나고 돌아오게 하는 것, 그걸 계속 따라가다 보면 결국은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 안에 시가 있고 이야기가 있고 인연이 있는 거죠. 그 속에서 나는 사람 냄새, 술 냄새가 시나 사진으로 표현이 되는 것이고요. 저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은 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요.
Q 작가의 여행 에세이를 보면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참 많이 등장하는데요,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어떤가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여행지의 매력 중에 저는 사람이 가장 좋아요. 그 사람들이 특별히 저에게 친절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빵 한 조각 나눠준 적도 없지만 그냥 너무 좋아요. 낯선 여행지에서 현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너 여행 왔구나. 잘 있다가 가.’ 하는 말이 들려요. 그런 눈인사가 정말 좋아요. 물론 대도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여행지라고 하기도 힘든 작고 외진 곳에서만 느껴지는 그런 게 있어요. 가끔은 ‘이야. 넌 이런 데를 다 오는구나.’ 하는 소리도 들려요(웃음).
Q “시를 쓰기 위해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는데요. 여행은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절대적인 고요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제가 이것저것 하고 있는 일이 많다 보니까 그런 게 있어야 뭔가를 할 수 있는 때가 오더라고요. 그런데 평소에는 그렇게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비행기 표를 들고 도주하는 거죠. 낯선 곳에 가서 ‘시 한 푼만 주십시오’하고 구걸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여행을 하는 동안 제가 원했던 수확을 모두 얻을 수는 없지만 희미하게나마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찾아가는 것 같아요. 가끔 거짓말처럼 시가 막 써질 때도 있고요. 여행 다니면서 시만 쓰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면 참 좋겠다는 욕심도 있어요. 낯선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를 생각하는 그 시간에 취해 있는 것이 좋아요.
Q 현재 달 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한데요. 출판사 이름이 참 이병률스러워요. 어떻게 정했나요?
출판사 이름은 친구인 이소라씨가 추천해준 이름 중 하나예요. 이소라씨가 ‘해, 달, 별 중에 하나를 고르던지 아니면 해달별 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지구상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좀 더 넓은 세계관을 담은 작품을 냈으면 좋겠다’면서요. 처음에는 제가 그 이름을 듣고 ‘우리 동화책 안 낼 거야’ 하고 말했었는데요(웃음). 이소라씨가 한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좋은 것 같더라고요. 달이라는 것은 다산이나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고요.
Q 달 출판사가 추구하는 지향점이 있다면.
세상에 없는 책을 내고 싶은 생각이에요. 처음 출판사를 만들면서부터 ‘문학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신선한 필자를 찾으려고 노력도 많이 하고 있고요. 출판사 이름이 달로 결정되고 나니 지향하는 점도 좀 은은해진 것 같긴 한데요. 사실 저는 아직까지도 좀 방방 뜨는 그런 재미있는 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제가 생각했던 출판사 이름이 ‘북두칠성사이다’ 였거든요. 그게 ‘북두칠성’과 ‘칠성 사이다’의 합성어인데요. 이런 느낌의 책을 만들어 보고도 싶어요.
Q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는 색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평소에도 색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요?
네. 많이 생각해요. 저는 좋아하는 색이 정말 많아요. 어느 순간이 되고 보니 싫어하는 색이 하나도 없을 정도가 되어있을 정도예요. 흰색도 좋고 나이가 드니까 검정색도 좋고요. 색을 참 좋아하고 유심히 관찰하다 보니 색깔에 대한 정의를 내 나름대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정리정돈에 능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색깔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감각들을 정리해보려는 시도였죠.
Q 본인을 색에 비유하자면 어떤 색일까요?
굳이 저에게 색을 입힌다면 어떤 색을 주시겠어요? 저한테 색을 하나 줘 보세요. (인터뷰어: 하늘색) 비슷하네요. 딱히 제가 가진 색을 고민해본 적은 없지만 제가 정말 자주 사 모으는 색이 있기는 하거든요. 오늘도 제가 남색 옷을 입었는데요. 집에 가서 옷장을 열어봐도 온통 남색 옷뿐이에요. 쇼핑하면서 ‘남색 옷은 너무 많으니까 다른 색 옷을 사야지’ 하고 생각은 하는데, 막상 사서 들고 오는 옷들은 결국 다 남색이에요(웃음).
Q 다음 작품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준다면.
나름대로 색깔을 정리했듯이 섬도 한 번쯤은 정리해야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나는 왜 섬에 이토록 집착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섬나라들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다음 책에는 아마 우리나라 이야기가 많이 담길 것 같은데 그때 섬에 대한 정리도 해보려고 해요.
Q 지금 제일 가고 싶은 여행지는?
눈이 정말 많이 오는 곳이요. 예전에 하얼빈에 갔었는데 그때가 영하 20~30도를 오가던 때였어요.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카메라가 얼어서 작동을 안 하더라고요. 셔터를 누르면 조리개가 닫히다가 얼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카메라를 항상 옷 속에 넣어서 품고 다녔어요. 지금은 그런 곳에 가고 싶어요. 카메라도 얼어 버릴 만큼 눈이 많이 오고 추운 곳이요. 삿포로도 좋지만 거긴 너무 자주 갔으니까 이번엔 북러시아에 가보면 어떨까 싶네요.
Q 독자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술 한잔 하고 싶은 사람이요. 어떤 사람과 술 한잔을 같이 하고 싶다는 것은 참 많은 걸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싫어하는 사람하고 술을 먹고 싶지는 않잖아요. 술을 먹고 싶은 사람이라는 건 자기 얘기를 많이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라는 거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서 인생을 살면서 나를 모두 털어놔도 될 수 있을만한 사람이 한 사람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런 느낌을 가진 아저씨였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