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이 책에 대한 정보를 보고 단숨에 찾아봤다. 무슨 대단한 스킬을 배워보거나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다. 관심은 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나 같은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통했다.

 

(오븐이 어머니 집에 있다. 이참에 살까 생각했다.)

 

빵과 케이크 그리고 쿠키에 이르는 61가지의 레시피가 아주 풍성하게 담겼는데 완전 취향 저격이다. 순수 통밀빵과 얼그레이 쿠키를 만드는 레시피는 보고만 입어도 입 안에서 군침이 돌았다. 그런데 저걸 내가 만들 수 있을까? 눈으로만 구경하다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나를 격려(!)해줬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랄까.

 

(잠시 책을 덮고 오븐 가격을 검색해봤다.)

 

정말 좋은 Tip. 프라이팬에 빵을 구울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나 식빵을 맛있게 굽는 방법 등이다. 이건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알 수 없는 알짜 정보였다. 여기에 포토리뷰를 올릴까 하다가, 그러기에는 정보가 아까워서 숨겨두기로. 그것이 궁금하신 분은 꼭 책을 펼쳐보시기를.

 

집에서 바로 만들어 따끈하게 먹는 빵이라…

 

상상만 해도 즐겁다.

행복하다.

 

(오븐 구입 준비합니다..)

1930년대 미국 남부의 조그만 마을 메이컴. <앵무새 이야기>는 그곳에 살았던 어린 소녀 진 루이즈 핀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시작은 굉장히 따뜻하다. 그녀의 집에는 비록 어머니가 없지만, 변호사이자 다정다감한 아빠와 네 살 위의 오빠 젬, 그리고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가 있기에 집은 꽤 아늑했다. 방학이면 찾아오는 어린 약혼자 딜까지 있으니 무얼 더 바랄까. 시골 풍경은 그렇게 정감이 넘쳤다.

 

하지만 그녀는 성장하면서 그 정감 어린 뒤에 숨겨진 무서운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세상의 자세에서 비롯된다. 결정적인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억울하게 강간범으로 몰린 흑인 톰 로빈슨을 변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톰 로빈슨은 강간범이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백인 여자가 먼저 그를 유혹했다가 누명을 씌운 것이 분명했다. 그 정도는 어린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떠했는가. 아버지를 위협한다. 평소에 그렇게 다정다감하던 이웃들이 어느 날 변호사를 공격하려 하기도 한다. 정황상의 증거로 톰 로빈슨을 강간범으로 생각하던 건 어떤가. 그에 대해 변호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톰 로빈슨을 변호한다. 그것이 너무나도 대단했기에 아이들은 무죄, 가 나오리라 생각했지만 배심원들의 판결은 유죄, 소리뿐이다. 어른들이란 그런 것일까? 관용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것일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대해도 되는 것일까?

 

진 루이즈 핀치는 어렵다. 학교의 선생님은 히틀러를 비난하면서 유대인을 동정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흑인들을 공공연하게 멸시한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 민주주의를 수호하던 그들도 그랬다. 도대체 왜 어른들은 말도 안 되는 것에 손을 들어주는 것인가? <앵무새 이야기>는 그것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순진무구한 소녀의 눈을 통해 그 반대의 것을 절실하게 호소하고 있다. ‘인종차별’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또한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관용적인 것이기도 하다.

 

소설의 이야기가 대단히 매끄럽다. 꽤 두툼한 분량이지만 단숨에 읽게 됐던 건, 그 때문인 것 같다. 그 속에 담긴 폭풍 같은 것들은 어떤가. 멋진 소설이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권리를 부여해주고, 어느 누구에게도 특권을 주지 않는 것’이요.”라는 진 루이즈 핀치의 말들이나 편견 없는 아이들의 장난들, 그리고 아이가 성숙해지는 그 장면들이 지금도 가슴 속에서 생생하게 들려온다. 그 소리가 확신을 만든다. 이건 정말 멋진 소설이라고 말하는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다.

‘기아’라는 단어는 막연했다. 그 문제가 지금 인류에게 가장 위험한 것이라는 말에 막연함은 더했다. 인류에게 위험한 것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핵전쟁’을 떠올렸다. 하지만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는 동안 기근의 두려움에 얼마나 할 말을 잃었던가. 그 두려움은 컸고 압도적이었다.

 

예컨대 지금도 8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만성적이고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열 살 미만의 아이가 7초마다 1명씩 기아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으며 6분에 1명씩 비타민A의 부족 혹은 썩은 물과 접촉함으로써 시력을 잃고 있다”는 말은 어떤가?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눈 깜짝할 사이에 뺏어가는 기아의 두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 지글러가 기아 문제의 심각함을 이야기하면서 근거로 제시하는 통계를 보며 치를 떨다가도 한편으로는 궁금해졌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7초에 1명씩 굶어죽고 있는데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음식을 버리고 있는 건 왜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들이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을 도와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도 그것을 이야기한다. 이 세계의 아이러니를 말한다. 

 

부유한 국가는 왜 그들을 돕지 않는가? 평소에 인류의 ‘정의’와 ‘평화’를 내세우던 나라들도 기근에 시달리는 나라들 근처에는 다가가지 않는 건 왜인가? 장 지글러의 주장에 따르면 이유는 간단하다.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양심과 인간애에 호소해야 할 텐데, 그것도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자연도태’이고 두 번째는 ‘신자유주의’다. 부유한 국가는 ‘자연도태’로 기아를 설명하면서 자신들이 모른 척 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얻고 있다. 그들은 열심히 일한 나라가 잘 살고, 게으른 나라가 굶고 있다며 오히려 기아가 지구의 과잉구조를 조절하는 수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소름 끼치는 주장이다. 그것은 인종차별주의의 다른 말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 많은 이들이 아직도 그것을 믿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어떤가. 그것은 자유로운 경쟁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돕지 않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것 또한 아프리카의 국가들에서 사람들이 굶어주는 것을 모른척 하는 것에 대해 그럴듯한 변명을 만들어주고 있다.

 

자연도태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또 다른 변명들을 들을수록 막막했다.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장 지글러는 발상의 전환으로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원조보다 개혁을 하고,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특히 그 핵심이다. 가난한 곳에 헬기로 지나가며 음식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기아를 확산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개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말이다. 지금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

 

물론 이것을 위해서는 ‘세계’의 관심이 필요하다. 사실 나만 하더라도 ‘기아’문제가 너무나 막연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들에게 이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그것이 희망의 시작이 아닐까? 이 책의 목소리도 희망을 만들어가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희망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내가 사는 세계를 조금 더 솔직하게 바라보게 된 것 같은 지금,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깨닫는다. 이것이 나쁘지 않다. 희망을 이렇게 간직하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