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서평] 문학의 자리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책세상

 이 책을 보는 독자 대부분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도통 책의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 책은, 저자 데이비즈 실즈의 아픔이 뿌린 씨앗이 맺은 열매다. 성장기에 겪었던 아픔이나 상처가 좋은 예술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딱 이것이다(작품에서는 '상처와 활' 이라는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를 비유로 쓴다 P. 42). 

 말더듬증을 알았던 데이비즈 실즈는 말을 더듬을 때마다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서 곤혹을 치렀고 옮긴이의 표현에 따르자면 '글로 쓰인 언어만 통과할 수 있는 작은 빈틈'으로 마침내 멋진 소통을 이루어냈다. 그는 이런 과정을 수많은 인용과 표현으로 책에 담았다. 문학이 소통을 이끌어낸다. 그의 삶이 문학으로 구원 받은 이유다. 이 세상에서 문학이 가진 역할 중 가장 위대한 것이 바로 인류의 구원 아닐까. 

 그리고 역시 말더듬증 때문에, 쓰기와 읽기를 작가와 독자 간의 핵심적인 소통 방식으로 귀하게 여긴다. 내가 글이 대단히 내밀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때문이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를 알아가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아는 것이 가능한 최대한까지, 나는 상대를 알고 싶다. 

P. 42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문학동네

  (온라인 서점에서 데이비즈 실즈의 책을 검색하면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외에 나오는 유일한 책. 대표작이다)

 나에게도 분명 문학의 자리가 있다. 내 삶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거나 위협을 느낀 적이 없어 문학이 나를 구했다, 할만한 일은 없다. 그래도 인생 어딘가에 있는 목표나 이상을 위해 나아갈 원동력을 주기에문학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문학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게 구원자의역할, 이를테면 전지전능한 신적인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지는 나의 오랜 관심사였다.

 내가 지금 딛고 있는 문학(혹은 독서, 책) 이라는 곳이 과연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자리인가? 하는 데명백한 답변이 되길 바랐다.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가 내어주는 답은 어렵다. 두리뭉실하다고 할까? 재치있고 센스있기도 하다. 주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에세이 같기도 하고 어쩔 때는 소설 같기도 하다. 그가 문학이 구원한 삶에 대해 이곳 저곳에 흩뿌려놓은 메모를 시간 배열 순서와는 전혀 상관없이 나열한 느낌이다. 

 

 이 책이 사춘기 소녀처럼 민감하고 말광량이 아가씨처럼 종잡을 수 없어도, 읽는 사람이 한없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결국에 메시지가 한 데 모인다는 점이다. 마치 접속사가 없지만 훌륭한 문장을 보는기분이다. 글 잘 쓰는 방법을 이야기 할 때 불필요한 접속사를 빼라, 빼고도 문장과 문장의 뜻이 통하게하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런데 와 같은 단어를 쓰지 않고도 문장과 문장의 방향이 올바르고 서로를 향해야 한다.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는 문장과 문장 뿐만 아니라 이야기와 이야기, 단락과 단락의 접속사나논리가 없는 느낌이다. 그러고도 독자에게 무언가를 전달한다. 문학, 삶, 구원에 대해서. 이 이야기는뒷표지에 나와있는 씨네21 기자 이다혜 씨의 추천사에 잘 설명되어 있어 인용한다.

 멋진 논픽션이라면, 마지막 대목이 글 전체를 요약하거나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흐름상 피할 수 없는 결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막내 기자 시절에 배웠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알고 싶다면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를 읽어보면 된다. 

 뒷표지 중에서 

 

 이 책을 읽기 위해선 다이빙 할 때의 마음가짐, 혹은 바람을 피운 사실을 들킨 후에 여자친구를 만나기직전처럼 일종의 아슬아슬한 각오가 필요하다. 특이한 구성, 종잡을 수 없는 전개,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내용을 숙련된 조리사처럼 맛과 재료의 배율을 절묘하게 맞춰 읽어야 한다. 

 그게 바로 데이비즈 실즈 문학의 정수다. 그 안의 문학은 그렇게 자리 잡은 것이다. 말더듬증이라는 상처 위에 말이다. 나에게 문학은 무엇일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내 안에 있을 문학의 자리가 '나'라는 사람을 더 정밀하게, 깍아내듯(어떨 때는 가혹하게) 완성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책의 제목에는 저자의 의도에 따라 '감사일기'라고 띄어 쓰지 않았지만, '감사일기'라는 말은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맞춤법 규정에 의거하여 본 서평에서는 '감사 일기'라고 적었다. 

 나는 긍정의 가치를 알고 있다. 행복이라는 인류 공통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긍정이나 만족과 같은 키워드가 무척 중요하다. 행복이라는 건 어딘가 멀리 닿기 힘든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전력으로 투쟁해야만 '생사'라는 시간 안에 간신히 도달할 수 있는 마천루가 아니다. 행복은 언제라도 갈 수 있는 동네뒷산 같은 존재다. 다만 존재감이 희미하고 구태여 찾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게 행복의 첫걸음이다. 간혹 '만족'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면 현재에 안주해서 미래를 바라보지 않는다든가 도달할 목표를 세우지 않은 한량으로 보는 시각이 꽤나 있다. 확실히 말해 그건 전혀 다른 문제다. '만족' 한다는 건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지금을 헛되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가치에 감사하면서 더욱 나은 감사를 쌓아가는 마음이 바로 만족이다.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 흔히 감사의 마음을 갖는 건 부모님을 연상하면 가장 이해가 쉽다. 계실 땐알지 못하고 떠나고 나서야 안다. 계실 적, 그 소중함을 깨닫고 행복을 '자각'하는 것, 눈에 보이는 형태'글'로 남기는 게 '감사 일기'다. 

 감사일기를 작성학 되면 고마웠던 일들을 다시 한 번 곱씹어 감사할 수 있으니 더 좋습니다. 내가 놓쳤던 상황들을 글로 쓰면서 감사할 수 있게 됩니다. 감사함을 느꼈을 때 내 주변에 나타났던 따뜻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다시 한 번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감사일기를 작성한 후부터 사물을, 아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P. 80 

 글은 실로 신비한 힘을 갖고 있어서 쓰다보면 가끔 '내 안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글이 나올 때가 있다. 내 안에 희미하게 담겨 있던 존재가 '글'이라는 눈에 확연히 보이게 구현화되면 그 느낌이 새삼 다르다. '감사일기'를 쓰는 이유도 그때문이다. '생각'으로 끝내지 않고 '글'로 표현해서 내 안에 떠돌던 감사의 마음을 확실히 붙잡고 감사의 마음을 제대로 느끼는 것이다. 

 나는 감사일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기본적인 틀을 잡아 줄 책을 찾아봤고 그러다 「한 줄의 기적, 감사일기」를 골랐다(생각보다 감사 일기에 대해 쓴 책이 많지 않았다). 무작정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법보다는 이미 감사 일기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오랜 시행착오 끝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답을 보고 배우고 싶었다. 웹상에서 정처없이 유령 같이 떠도는 정보들을 믿고 의지하기는 어렵다. 조금더 신뢰할 수 있는 '책'이라는 인쇄물을 택했고 그 선택은 만족할 만했다. 

 가장 큰 수확은 '감사 요청 일기'를 배웠다는 점이다. 「꿈꾸는 다락방」으로 유명해진 '생생하게 꿈꾸면이루어진다' 이론과 맞닿아 있는 일기 형태다. 내일 감사할 일을 미리 생각해보며 적고, 실제로 내일이됐을 때 그와 비슷하게 행동하거나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정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미래를 내가 정한다는 메커니즘이 마음에 쏙 든다. 이는 책의 본질과도 비슷하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행복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 행복을 내가 정한다. 세상에는 감사할 일 투성이고 그감사를 느끼면 나는 행복해진다. 

 저는 그 전까지 아이들에게 자기주도학습에 대해 가르치면서 꿈과 목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누구나 인생에 꿈이 있어야 한다고, 어떤 대학에 가고 어떤 직업을 갖는 것 이상의 굼이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 저는 삶의 목표나 꿈을 한마디로 정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제가 아이들에게 그저 말로만 꿈을 가지라고 가르쳤던 것이지요.

P. 94 

 책의 구성은 늙은 농부의 일처리처럼 투박하지만 짜임새 있다. '감사 일기'를 말할 때, '감사 일기'를 다른 사람에게 설득할 때 가져야 할 모든 걸 가졌다. 도움이 되는 내용을 언뜻 생각해서 정리하자면 이렇다. 감사 일기와 삶의 영향. 동기 부여. 도움이 되는 책 소개, 시행착오, 다른 사람의 감사 일기와 후기,본인의 감사 일기, 감사 일기를 쓰는 방법과 원칙, 구체적인 설명 등. 

 

 어쩐지 서평의 마무리를 향해 나가는 느낌이라 서평이 끝나기 전에 얼른 아쉬운 점도 말해야겠다. 이렇게 좋은 내용을 갖추었는데 구성, 배치가 아쉽다.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이미 감사 일기를 쓰고있던 시점이었다. 나는 얼른 감사 일기를 쓰는 방법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감사 일기를 쓰는 방법이 너무 책 후반부에 쓰여 있다. 서론이 길고 본론에 가기 까지 지치는 느낌이다. 이거 혹시 봤던 곳인가 착각할 정도로 했던 얘기가 반복되는 느낌도 있다. 스포츠로 따지자면 라인업은 좋은데 포메이션이 안 좋은 느낌이다. 현재 일본에서 대활약중인 이대호 선수를 1번 타자에 놓은 격이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메시와 호날두를 수비에 앉혀놓았다. 독서에 대한 강박 중에 흔히 '처음부터 순서대로 끝까지 읽어야한다'는 강박이 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먼저 필요한 부분을 읽고 체득하며 후에 안 읽은 부분을 보충하는 '기지'를 발휘해야 할 때도 있다.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면 스쳐지나가고 있는 행복이 있다. 행운이라는 꽃말을 지닌 네잎 클로버를 찾느라 행복이라는 꽃말을 지닌 세잎 클로버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 무분별하게 떠다니는 행복, 흩어져 있는 행복을 글로써 잡아둘 수 있다. 행복이라는 길고 긴 여정, 몇 번을 경유 해야만 닿을 줄 알았던 그 출입구에 순식간에 워프할 수 있는 방법이 '감사 일기'다. 매일 감사 일기를 (서술형으로)쓰다보면 자연스레 글쓰기 실력도 는다. 글쓰기에는 치유의 효과도 있어 요새 유행하는(지났나?) 힐링을 따로찾을 필요 없다. 내몸과 정신에 행복을 담아 써내려가는 일이 감사 일기다. 

 존 템플턴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사람에게는 근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