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도교의 기본경전이자 노장사상이 반영된 도덕경을 해설한 책이다. 저자는 중국 전진도 용문파 18대 장문인 왕리핑의 문하에서 도교를 수련한수련자로서, 철학자가 아닌 수련자의 입장으로 도덕경을 번역, 해설했다고 한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의 저술 의의와 의도에 대해서 설명하며, 첫 소절의 내용을 예시로 들어, 기존 철학자들의 해석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였다. 노자의 뜻이 전도될 수밖에 없는 해석 구조를 언급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수련가의 목소리도 내보고 싶었다는 게 저자가 밝힌 저술 의도이다. 또한, 수련자의 입장에서 단순히 도덕경에 대한 해석 그 자체에만 몰두하지 않고, 그동안 조명되지 못했던 수련방법 등에 대한 내용도 세간에 알리고 싶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책의 본문 구성은 서론이자 개요에 해당하는 부분과 도경과 덕경으로 구분되는 총론(본론), 그리고 부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본론을 구성하는 도경과 덕경은 각각 수십 개의 단편 본문으로 구성되어 도교의 주요 개념을 풀어서 소개하고 있다. 추천사의 내용을 참고하면 책에서 소개되는 도덕경의 총 주제어는 81편이다. 먼저, 서론에서는 도교의 세계관이나 도교, 도가사상, 도덕경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도, 덕, 현, 유위, 무위, 선천, 후천, 유형유질, 유형무질, 무형유질, 무형무질 등 다양한 도교적 개념들이 소개되고, 향후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주요 개념들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이는 저자의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도교의 사상 자체가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사유가 많고, 어려운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본문에서는 도경과 덕경의 원문과 직역해석을 시작으로, 각 구절별로 한 문장씩 저자가 세부적인 해설을 덧붙이는 내용이 등장한다. 추천사 등을 참고하면, 저자의 해설은 철학자들의 기존 해석과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철학자들의 해석을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읽은 나로서는 그 차이를 알 수가 없었다. 1차 직역 해석도 도교 개념에 대해 익숙지 않은 까닭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뒤이어 등장하는 세부적인 해석에도 어려움이 해소되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세부적인 해석을 접함으로써 더 난해해지고 어려움의 깊이가 심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저자의 설명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논의의 깊이가 심오하고, 도교나 도가사상에 관한 독자 개인의 기본지식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편, 단편 본문의 해설 말미에는 별도의 텍스트로, 해당 본문과 연관이 있는 도교의 수련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이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 내용과 방법을 익혀도 선뜻 따라하기 어려운 점이 더러 있었다. 가령, 112쪽에서 탁기 배출에 관한 내용이 등장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뜨거운 물이 몸속의 탁기를 배출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물의 온도는 뜨거울수록 좋고, 인체의 자정능력에 의해 탁기가 배출되면서 가려움증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방법인 데다,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좋지 않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의 경우지만, 아토피나 알레르기 피부염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는 뜨거운 물에 의한 피부 자극이 가려움증과 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지병이 있는 환자가 이런 수련방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196쪽 이속편 내용에서는 내가 득도자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속편 해석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즐거이 잔치를 즐기고, 여유가 있고, 세상일에 밝지만, 자신은 홀로 슬쓸하고, 업신여겨지고, 홀로 버려진 듯하며, 어두운 것 같고, 흐리멍텅하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쓸모가 있는데, 나 홀로 완고하여 비천한 사람 같은데, 이처럼 나 홀로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은 '도'의 쓰임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등장하는 이속에 관한 내용에서도 '도를 얻은 성인은 세상 사람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세인의 기준에서 볼 때 성인은 부족하고 어리석고 완고한 어눌한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이 장에서 우리는 도의 영향으로 세인과 달라 보이는 득도자의 면모를 엿볼 수 있지만, 다름으로 인해 득도자가 느끼게 되는 짙은 고독감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잘못된 해석을 한 것일 수도 있으나 평소에 비슷한 느낌이 든 적이 많아서 순간적으로 내가 득도자인 건 아닐까 하는 기분 좋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314쪽~317쪽에 해당하는 내용에서는 덕경의 하위 주제인 논덕편을 통해 진정으로 덕을 쌓는 공덕에 관한 내용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선행을 행해야 덕이 쌓인다는 것을 깨닫고, 일상 생활에서 선행을 남모르게 실천할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그동안 남에게 자랑하듯이 떠벌리던 내 태도를 돌이켜 반성하고, 성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대목이었다.

 

이 책의 큰 장점은 단순히 수련자가 쓰고, 수련자의 입장에서 재해석한 도덕경이라는 데 있지 않다. 위에서도 살펴본 바대로 실생활에서 직접 도교의 윤리와 사상을 활용하고, 내 삶 속 경험에 비추어 성찰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형이상적인 공론에 머물수도 있는 도덕경의 내용을 철학적인 사유로만 국한하지 않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윤리와 수련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이를 실제로 적용하여 실천하는 것에는 좀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그저 탁상공론이라고 느껴지던 도교와 도가사상이 한결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게 매개가 되어주는 책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처음으로 도교에 입문하거나 도덕경을 접하려는 독자에게는 바로 권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다. 어느 정도 도교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읽어야 책의 내용을 더 알차게 이해할 수 있을 듯 싶어, 입문서를 간단하게 섭렵하고 이 책에 도전할 것을 추천한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역사보다는 정치와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룬 책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중국이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없는 이유,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초강대국이 될 수 없는 이유를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책일 거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일단, 완전히 내 예상을 빗나간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예상과 맞아떨어지는 책이었냐고 하면, 그건 더더욱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는 국제정치학적인 내용보다 중국, 나아가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인종에 관한 내용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겉표지에는 ‘우리는 중국의 속국이 아니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머리말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저자는 21세기 새로운 패권국으로서 중국 그 자체를 연구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부상하는 중국과 관련하여 우리의 역사가 어떤 위치에 있었으며,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고,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중국을 대할 것인지를 역사, 정치, 문화의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의 목적은 저자가 말한 대로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 역사에 관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함’에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책 내용 가운데 역사와 관련한 내용으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단연, 중국이 주장하는 코리아 속국론에 관한 반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중국측 주장을 부정하면서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북방 유목민족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집어넣었다.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중국-한국-북방민족이라는 새로운 틀 속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수준의 수평적 관계가 된다. 이른바 ‘마의 삼각구도’라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단순히 중국의 속국이 아니었으며 중국과 북방 유목민족 사이에서 동북아시아 세력균형, 패권구도에 큰 변수로 작용한 핵심 주체들 중 하나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한족 중심의 중국과 그들의 사상적 바탕인 중화사상을 비판하며, 우리나라가 그들의 속국이었다는 것을 부정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한족 중심의 중국이 역사상 제대로 동북아시아의 패권국이었던 적은 극히 드물고, 오히려 대부분을 북방 몽골리안 계통의 왕조들에게 억눌리거나 정복당한 역사를 경험했다. 한족 왕조가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한 시간은 고작 400여년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는 모두 몽골, 여진, 거란, 티베트, 위구르 등 이민족과 공존하거나 그들에게 오히려 예속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오늘날 중국이 중국몽을 내세우고, 각종 공정 프로젝트를 통해 이민족을 흡수, 병합하려는 것은 과거 북방 몽골리안에게 당했던 트라우마와 피해의식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중국을 억눌렀던 북방 몽골리안 계열에 속하는 민족으로서, 몽골리안 민족들이 몰락한 이 시대에 유일하게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이처럼 저자는 북방 몽골리안이라는 변수를 내세워 중국의 포장된 역사를 비판하고, 우리 역사를 한층 자랑스러운 역사로 끌어올린다.

 

 이 외에도 중국 근현대사 과정에서 포장된 중국 공산당의 항일 운동사를 비판하고, 중국이 밀접하게 개입한 6.25 전쟁에서 단 한차례의 집단 항복도 없이 공산당의 침략을 막아낸 우리 역사의 자랑스러움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 화교가 전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에도 끝내 우리나라에서만은 정착하지 못했다는 사례를 통해 중국이 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서 성공한 사례가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역사적인 내용보다는 국제정치학적 내용과 시사안보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그 예로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토분쟁, 태평양을 둘러싼 미국과의 패권 경쟁, 우리나라와 이어도 분쟁 등 여러 가지 사례가 언급된다. 저자는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패권국가 될 수 없는 이유를 크게 5가지로 제시한다. 첫 번째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무역관계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라 중국의 무역 흑자는 언제든 적자로 돌아설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무역전쟁의 패배, 경제적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 이유 역시 이와 비슷하다. 미국이 자본의 생산구조인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편함으로써 중국의 노동력을 거부하고, 중국에 투자한 미국 자본을 다른 시장으로 옮긴다면, 중국은 경제적 수입처를 상실하게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중국은 미국과 달리, 세계가 따라올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가 없다.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내세웠지만, 중국은 오로지 중화사상과 같은 자국 우월주의만을 내세우고 있어, 패권국가로서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데 제한사항이 있다. 네 번째로 중국은 사실상 외톨이 국가라는 점이다. 미국은 자유세계 우방들이 넘쳐나지만, 중국은 혈맹이라 할 수 있는 동맹국이 북한, 파키스탄밖에 없다. 저자는 이 두 나라가 하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나라라는 점을 언급하며 중국이 사실상 외교적으로 고립된 나라의 성격을 갖는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패권 도전은 시기 상조라는 점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볼 때 패권국가가 조급하게 도전을 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중국 역시 과거 실패한 도전국가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으며 군사패권과 경제패권을 단기간 내에 모두 쟁취하겠다는 건 성공한 전례 없는 무모한 도전임을 지적한다.

 

 이처럼 저자는 역사, 정치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국이 패권국가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위대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중국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한다. 우리는 중화사상이라는 허황된 꿈에 빠진 중국처럼 거짓된 영광을 쫓는 민족이 아니다. 우리의 혈통은 위대한 북방 몽골리안에서 비롯했으며, 오히려 중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역사의 주인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동북아시아를 넘어 세계로까지 팽창하려는 중국의 야심에 맞서 영광스런 우리의 역사와 맥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위종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우리 한국인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마도 헤이그 특사 중 한명이었다는 사실 외에는 거의 알지 못할 것이다. 이 책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은 헤이그 특사였던 이위종 선생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 외에도, 그가 성장해온 삶의 전반적인 이력이 이 책에서 자세히 등장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이위종 선생의 후손들의 증언과 여러 가지 역사적 자료들, 그리고 저자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졌다.

 

 책의 구성은 총 5부이며, 앞뒤로 머리말과 에필로그가 덧붙여진 구성을 취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이위종 선생의 삶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사건들이 시간 순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그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이나 계기가 된 일들이 하위주제로 등장하고, 그 주제들을 통괄하는 하나의 큰 주제로 묶어 총 5개의 부를 이룬다.

 

 먼저, 1부에서는 이위종 선생이 외교관인 아버지 이범진의 슬하에서 성장하며 미국으로 건너가 살게 되고,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이 주로 등장한다. 아버지를 따라 외국 공사관들의 연회 등에 참석하며 견문을 넓히고, 프랑스의 생 시르 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학을 이수하는 등 선진 교육을 받으며, 향후 인생에서 운명의 장난처럼 엮이게 되는 인물들과 만나는 과정이 그려진다.

 

 2부에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배우자 엘리자베타를 만나 결혼하고, 본격적인 국권 침탈 과정 속에서 점차 변화하게 될 이위종의 비극적 삶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대한제국의 몰락과 러시아 제국의 패망 등 혼란 속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관한 설명들이 주를 이룬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충격적인 패배를 하면서 국권은 일본에게 넘어가고, 이위종의 삶은 마침내 독립운동을 위해 투쟁하는 삶으로 나아가게 된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이위종 선생이 특사로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조국의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투쟁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헤이그 특사들의 활약상이 이위종 선생과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자세하게 묘사되고, 이에 대응하는 일본 밀정들의 움직임 역시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저자는 당대 시대적 상황에서 국제 역학적인 이유로 약소국의 의견이 간과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과,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굉장한 친일 성향의 인물이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4부에서는 마침내 나라를 일본에게 완전히 빼앗기고, 이위종 선생이 러시아 땅으로 건너가 의병 활동에 가담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여기서부터는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위종 선생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일례로 그가 연합의병, 동지회의 일원으로 안중근 등 저명한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항일 무장투쟁에 참여했다는 사실, 안중근 의사의 의거 과정에서 이토를 저격하기 위한 권총과 탄환을 건낸 사람이 이위종 선생이었다는 내용 등을 들 수 있다.

 5부에서는 이위종 선생이 러시아 블라디미르 사관학교에 입교하여 러시아 제국군 장교로 활약하면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가족들과 결별하게 되는 비극적인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 또한, 그가 적백내전 무렵에 소비에트 적군의 사령관으로 전향하면서, 공산화를 저지하기 위해 출병한 일본 간섭군과 치열하게 싸우게 되는 항일 투쟁의 모습도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오래 전 프랑스 생 시르 사관학교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수학했던 빅토르, 아키야마 등과 적으로서 재회한다. 5부의 마지막 내용은 수십 년 전 이위종 선생을 감시하던 일본 밀정 아카시 모토지로에 의해 선생이 사살당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저자가 역사를 설명하는 역사 서적의 느낌도 분명히 있지만, 그와 다르게 소설과 같은 이야기의 구조를 띠고 있어, 독자들이 읽기에 큰 부담이 없다.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썼다는 점에서 사실에 기인한 내용들로 역사적 지식을 얻어가는 데도 좋은 책이었고,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되었다는 점에서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저자의 창작에 의해 각색된 부분인지 알 수 없어, 책의 내용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은 좀 아쉬웠다.

 

 하지만, 그런 부분만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괜찮은 책이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든다. 한 나라의 귀족으로 태어나 망국의 독립운동가로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위종 선생의 삶은 고된 풍파 속에서 쓰러진 조국, 그 자체였다. 어려운 시대 속에서 안락을 추구했다면, 선생 역시도 그런 삶을 분명히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위종 선생은 자기 스스로 조국과, 겨레와, 동포와 함께 쓰러지는 삶을 택했다. 가족과 이별하고, 오래 전 친구와 적이 되어 만나는 비극적 운명을 감수하면서, 선생은 마침내 어두운 조국과 겨레의 하늘을 밝히는 별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오늘과 미래가 분명히 밝다면, 그것은 먼저 간 선생과 같은 인물들이 별이 되어 우리를 비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의 삶과 정신을 기억하고, 이 나라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