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년 전, 새 시대의 도래를 앞둔 18세기 조선 사회에서 혁신을 꿈꾸었던 북학파가 있었다. 이 책은 북학파의 여러 인물 가운데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덕무라는 인물을 중점적으로 파헤친다. 현대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알고 있는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홍대용 등을 두고, 어째서 이덕무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일까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전개되는 본문의 내용에서는 이덕무가 저술한 여러가지 시문과 문헌을 그대로 인용, 해석하여 이러한 독자의 궁금증을 하나하나 해소한다.

 

 저자는 이덕무가 쓴 글을 통해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철학을 가진 인물이었으며, 북학파 내에서 다른 동지들과 어느 면에서 차별화된 인물이었는지, 주요 행보를 글로써 쫓아간다. 일련의 과정이 이덕무가 직접 저술한 문헌자료를 중심으로 인용하고 있는 만큼, 저자는 이덕무의 문장(글)과 그 바탕이 되는 철학(사고관)을 중시한다. 제1장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듯이 이덕무의 문장은 영처의 미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영처의 미학이란 '어린아이의 천진함과 처녀의 순수함을 닮은 꾸밈없는 글쓰기 철학'으로, 이덕무의 글 전반을 꿰뚫는 기본정신과도 같다. 본문에서는 이덕무의 문장론과 철학이 드러나는 영처시고, 영처문고 등 시문과 서적의 내용을 근거로, 이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영처론에 입각한 이덕무의 글쓰기는 시문에서 '기이하고, 괴이하고, 날카롭고, 새로운' 기궤첨신의 시풍을 드러내고, 주변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탐구함으로써 다른 북학파들과는 차별화된 이덕무만의 백과사전적 글쓰기 형태를 완성한다.

 책에서는 청을 배운다는 북학의 뜻에 걸맞게 반정균 등 청나라의 지식인, 문인과의 문화적 교류의 내용도 높은 비중으로 등장한다. 조선과 중국의 고금 문인의 시문에 관한 이덕무의 비평은 물론, 청나라 지식인, 문인들과 문화 교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서구 문물을 수용하는 데 적극적으로 힘쓰려고 했던 북학파 인물들의 활약상이 기록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그간 북학이라는 키워드에 묻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진 남학에 관한 부분이다. 저자는 이덕무 등 북학파와 청나라 문인, 지식인과의 문화적 교류를 통해 단순히 청-조선 관계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대 동아시아에서 새로이 부상하고 있던 일본이라는 나라를 심도 있게 다룬다.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등이 직간접적으로 살펴보고 진단한 일본에 관한 기록은 북학파가 비단 청나라와 서구의 신진 문명뿐만 아니라 남학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더 나아가 네덜란드 등 주변국의 문명적 수준까지 의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개항 이전부터 일본이라는 나라는 문화적으로 상당히 융성한 상태였으며, 일부 수준에서는 이미 조선보다 우위에 있었다. 18세기 지식인들의 눈으로 평가한 일본 사회의 모습은, 통상 우리에게 알려진 오랑캐로서 왜국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물론, 남학 자체는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려는 주요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까지 모든 면에서 조선보다 뒤쳐진 나라였다는 일본에 관한 그릇된 편견을 재고할 필요성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의가 큰 부분이었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 근본적인 목적은 어디까지나 '조선 최고의 문장'에게 글좀 잘 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터득하는 데 있었다. 문장 구조라든지, 문장 길이, 어휘의 선택 등 이런 측면에서 뭔가 스킬을 배워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그런 스킬에 관한 부분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오히려 이덕무라는 인물과 그가 속한 북학파, 백탑파 지식인들의 사상과 가치관, 그리고 그들이 있는 그대로 진단한 당대 시대상이 더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최고의 문장이란 구체적인 문장 스킬과 기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글쓴이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철학에서 탄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처음 접해 읽은 것은 탄핵정국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마침내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차기 대권주자가 누구일 것인가로 쏠렸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는 바는 없었지만, 많은 잠룡들 중 어떤 인물이 이 정국의 혼란의 수습하고 새 정권의 주인공이 될까 궁금했다. 수많은 대선후보자 가운데 과연 어떤 후보가 대권을 잡게 될 것인가라는 막연한 궁금증이, 나를 이 책으로 인도했다. 물론, 이재명이라는 인물을 향한 관심은 평소에도 높은 편이었다. 이유인 즉슨, 지난 대학 수업에서 조별과제 주제로 '기본소득'을 공부하면서 이재명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 강한 인상을 받은 기억이 있었던 까닭이다. 당시 내가 인식한 이재명이라는 인물은 매우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정책을 추친하는 정치인이었다. 기존에 들어본 적 없었던 파격적인 정책 공약과 풍문으로 떠도는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발언은 여러 대권 후보자 가운데서도 유독 눈에 돋보이는 이재명만의 특징이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이 인물에 관해 대강이라도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던 중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어렵고 딱딱한 책에는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까닭에 조금 쉽게 쓰인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굉장히 편하고 좋은 책이었다. 본 내용에 관한 평가를 떠나서 책 전체의 분량이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고, 각 페이지별 내용이 빡빡한 글씨로 점철되어 있지 않아 여유롭고 가독성이 정말 좋았다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또한, 이재명이라는 인물에 관한 독자의 서술이 설명문이나 기타 책처럼 한 방식으로만 일관적으로 전개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가령, 맨 첫 내용에서 등장하는 시 본문, 저자 개인과 친구들의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긴 듯한 담화 형식의 텍스트, 그리고 일반적인 설명문과 비슷한 구조의 글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이 본문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특정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저자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전개되는 글이라서 읽는 과정에서 큰 부담이 없었다.

 책의 본 내용 역시도 구성 방식처럼 크게 부담 없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게는 저자에 관한 지식, 정보를 심어주기 위해 복잡한 내용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쪽보다는 다른 쪽에 치중한 느낌이 강하다. 이재명이라는 인물의 전체를 샅샅히 개괄하여 분석한다기보다는 저자 개인이 이재명의 어떤 점에 감화되어 그를 지지하게 되었는지, 저자의 기준에서 이재명의 강점이라고 생각되는 일부분을 끄집어내어 내용을 전개한다. 가령, 저자는 기존에 자신의 삶의 가치관이 이재명의 연설을 통해 바뀐 것을 거론하며 그의 연설 속에서 어떤 부분이 저자의 가치관을 변화시켰는지를 수필 형식으로 고백한다. 물론, 책의 후반부에는 기본소득, 핵무장론에 관한 견해 등 이재명의 정책 공약과 관련한 정치적 의논도 등장하지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앞서 거론한 대로 지식과 정보 전달보다는 감성적 차원에서 대중의 마음을 울린 이재명의 강점이 무엇인지 저자 개인의 느낌을 고백하는 형식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떠나 개인적 관점의 견해가 많이 내포한 책이라서 그런지 같은 시기에 접한 다른 책들보다 훨씬 빨리,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애초에 의도한 대로 이재명이라는 인물에 관해서도 제법 많이 알 수 있었고, 특히 그가 주장하는 공약의 내용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끝났고, 결국 이재명 시장은 낙선하였다. 하지만, 그가 내걸었던 정책과 공약, 정치적 비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기 정권의 주인공이 누가 되든, 이재명 시장이 꿈꾼 대한민국의 비전과 미래상을 다방면으로 참고하여 한층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최근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 사건이 있었다. 비선실세 정국에서 탄핵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지도자의 덕목과 리더십에 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의 필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대한민국 정국을 완전히 흔들어놓은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에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출발한다. 저자는 특히 지도자의 덕목이란 관점에 특별히 주목하여 지도자의 이상적이고 올바른 형태는 어떤 것인지 성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종의 삶을 면밀히 살펴본다. 세종은 조선왕조의 4대 임금으로, 그가 남긴 치적은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훌륭한 업적과 치세로 500년 이상의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 책은 과거 세종대왕의 삶 속에서 오늘날 우리가 잊어버린, 상실해버리고 만 지도자의 올바른 모습을 발견한다.

 책에서는 세종이 왕의 자리에 오르기 전 있었던 일을 시작으로, 왕이 되고 난 후 지도자로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구전이야기나 설명의 방식으로 기술한다. 세종실록의 기록에 기반을 둔 내용으로 구성된 만큼, 세종의 삶이 역사적 사실에 따라 그려진다. 실제 기록으로 접하면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내용을 저자의 문체로 재구성한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할 것이다. 저자는 책의 내용에서 '세종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지도자의 덕목은 무엇인가'라는 본연의 근본 주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다방면으로 세종의 행보를 고찰한다. 가령, 세종의 삶에서 단순히 리더십의 요소를 발견하는 것을 넘어, 오늘날 정국 상황을 과거의 개념인 동인, 서인 등에 비유하면서 현 시국에 대해 과감히 비판하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세종과 관련해서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역사적 재조명을 시도하기도 한다. 기존의 일부 역사적 해석에 따르면 세종이 중국을 향한 사대주의적 경향이 매우 높은 임금이었다는 견해가 종종 있는데, 이와 관하여 저자는 전혀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일례로, 세종이 전개한 북방 개척, 신무기 개발 등 일련의 국방정책과 독자적인 문자 창제(훈민정음)의 이면에는 중국을 향한 사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당당한 주권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는 해석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책은 단순히 과거 지도자의 삶에서 현대 지도자의 이상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역으로 현대의 관점에서 과거 인물에 관한 새로운 재해석을 시도하기도 하는 등 단순한 리더십 논의를 넘어선 다양한 논의을 시도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면, 다른 측면에서 이 책의 단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세종이 너무 완벽한 인물 그 자체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책의 본래 목적이 세종의 삶을 오늘날 지도자가 모범으로 삼아야 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 가정한 까닭일 수도 있겠다. 또한, 실제로도 그런 임금이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책에서는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에만 주목하며 세종을 비판하는 데는 소홀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된 황희 정승과 관련한 루머라든지, 죄를 저질러 파직당한 관료를 재등용하는 비원칙적 인사와 같은 사례에서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인데, 왜 이랬는지 본의는 알 수 없다, (황희 등과) 대척점에 선 관료에 의한 왜곡일 수 있다는 식으로 비판을 보류하는 등 소극적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아쉬웠다. 세종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해서 책의 근본적인 취지와 목적이 훼손되는 건 아니지만, 한층 객관성을 내포한 책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다른 부분은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이라 읽는 데도 크게 어렵지 않고 좋다. 오늘날 시국에 비판적 관점을 가진 독자나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 리더십 등 자기계발서를 찾고 있는 독자 중 어느 하나만 해당하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현 시국에 대한 관점과 과거 조선초 역사적 상황에 관한 지식, 리더를 보는 안목 등을 키울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