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목을 듣는 순간 ‘재석’이라는 이름 때문에 유재석이 먼저 떠올려지는 건 저뿐만은 아닐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대중문화의 파급력이 큰 탓에 유명 연예인의 이름부터 떠올려지는 것은 당연할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그와 더불어 ‘고정욱’이란 작가의 이름도 초등학생을 키우는 엄마나 초등학생들은 한번쯤은 들어본 이름이라고 생각이 들텐데요. 저 또한 이름은 분명 들어본 작가인데 어떤 책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작가 소개글을 읽고서야 ‘가방 들어주는 아이’의 작가라는 것을 떠올렸답니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학교에서 필독서로 소개를 하고, 학교 행사로 진행된 독서골든벨 선택도서로도 선정이 되어서 워낙 유명한 책이라 작가님을 알게 되었답니다.

유명한 동화의 작가님의 책이라 무척 기대도 했거니와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친구를 구하라’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와서 더 기대를 하고 처음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표지의 순정만화 주인공인 듯 보이는 남자의 그림은 순정만화를 즐겨읽지 않았던 저로선 조금은 부담스러운 캐릭터이긴 했답니다. 혹시나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하이틴로멘스 같은 책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생겼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전 제가 상상했던 재석이의 이미지와는 너무 달라서 이 또한 걱정스럽긴 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런 걱정은 말끔이 사라졌지만요.

제가 이번에 읽은 이 책이 재석이 시리즈의 4편이라고 해서 전편들을 전혀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내용이 제대로 이어질까 걱정을 하면서 책장을 펼쳤는데 다행이 친절하게도 전편 줄거리가 한면 정도 소개가 되어있어 이야기의 흐름에는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4명의 주인공들의 성격 파악이나 환경에 대해 간략한 소개만으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들을 만나게 되어 그것이 좀 섭섭하긴 했습니다. 영화도 속편을 먼저 보고되면 전편을 보고나서 볼껄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겠지요.

제목에서 ‘까칠한’이라고 소개되는 재석이의 성격에 대한 선입견으로 처음 만난 재석이는 예상과 달리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해낼줄 아는 정의의 사도였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좋은데다가 작가라는 꿈도 가진 멋진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게다가 표지에 등장하는 순정만화 주인공 같이 외모 또한 멋져서 이런 주인공이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친구를 어떻게 구한다는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중1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요즘 중고생들을 보면 이해가 안되는 점들이 많아서 걱정스럽기만 한데요. 너무 어린 나이에 화장을 하고, 어른 흉내를 낸 옷차림에, 이해하지 못할 언어들과 욕설, 왕따와 수위가 높은 이성교재 등 저희 어릴때와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있자면 내 아이도 맞닥드릴 현실이란 생각이 들어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이 됩니다. 이 책에서는 제가 걱정하던 모습이 들어있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요. 첫 장면부터 왕따와 집단 구타, 화장을 짙게 한 여고생, 욕설이 등장하고 곧이어 재석에게 저돌적으로 사귀자고 덤비는 채린이까지 요즘 아이들의 일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이런 내용들이 등장해서 표지에서의 선입견과 달리 자연스레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인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이야기 시작에 잠깐 등장합니다.

“너 정말 얼굴 긁어 버린다? 확!”

“어디서 예쁜 척하고 있어.” p12

아이들의 대화에서 구타를 당하는 여자아이의 얼굴이 예쁘다는 것을 예상해볼수 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구타를 당한 여자아이는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 중 한명인 태린이었고, 금안여고 1학년 얼짱에 공부까지 잘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분명히 주변 여학생들에게 시기를 살만한 조건을 갖춘데다가 재석이에게 저돌적으로 사귀자고 덤비는 성격과 SNS에 올린 얼짱 엄마에 대한 글을 보면 자신감과 자만심까지 더해져서 왕따를 당할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결국은 수경의 질투의 대상이 대고 큰 사건이 일어졌는데요. 요즘 아이들이 생각하는 외모의 중요도가 얼마나 큰지 알수 있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초등학교 6학년이던 큰딸아이 반에 유행이 된 물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파우치와 틴트였습니다. 손대지 않아도 곱디고운 아이들이 저마다 예쁜 파우치에 색색의 틴트와 핸드크림, 썬크림을 넣고, 간혹 어떤 아이들은 비비크림도 넣어다니면서 수시로 얼굴에 덧바른다고 했습니다. 저희 딸아이도 화장을 일찍 시작할까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이 틴트를 한두번 발라보고는 귀찮은지 처박아두고, 요즘은 썬크림을 꼼꼼이 발라주는 것 외에는 다른 화장품에는 관심이 없어져서 한시름 놓긴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약간의 색조화장을 하고 다니는 모양이었습니다. 어린나이부터 연예인들의 인형같은 외모를 보면서 그들과 같이 되고 싶어서 흉내를 내고있는데요. 요즘 아이들의 SNS에 올려진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비슷한 각도로 찍은 비슷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예쁘고 아름다움의 기준이 너무 연예인들의 엇비슷한 모습에 한정되어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빨라진 이성교재도 외모지상주의에 한몫하고 있다고 봅니다. 채린이가 수경이 일당에게 구타를 당한 이유도 수경이가 좋아하는 우석이가 예쁜 채린이를 좋아해서 시작된 일이었고, 채린이가 보담를 질투했었던 것도 자신보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보담이를 재석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외모가 좋은 사람에게 이끌리는게 당연한 이치이다 보니 아이들이 이성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예뻐지려 꾸미고, 좋은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도 더 예뻐지고 싶은 본능 때문에 더 외모에 신경쓰게 됩니다.

책속에 등장하는 유명한 웹툰작가인데다가 외모까지 모델같이 멋진 박태원이 자신도 대학 다닐 때 성형까지 했다는 고백을 아이들에게 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들이 박태원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데요.

“하하하. 성형을 누가 하는줄 아니? 아주 못생긴 사람이 할 것 같지? 그렇지 않아.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더 예쁘고 잘생겨지려고 하는 게 성형이란다. 내가 잘생겼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인간은 누구나 외모 콤플렉스가 있지....” p91

“외모에 대해서 나름대로 규정해 보려고 어마어마하게 공부를 많이 했어. 세상에는 정말 아이러니컬한 일들이 많이 벌어진단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 받고 싶어 해. 인간이라면 당연한 거지. 마치 스타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거야. 근데 내가 내린 결론이 뭔지 아니? 남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거야.” p92

“결론적으로 말하면 잘생긴 외모를 갖고 태어난 건 축복이기는 하지만, 잘생긴 외모를 추구하고 열망하는 우리의 욕망은 사실 왜곡된거야. 권력의, 혹은 오랜 기간 차곡차곡 쌓아둔 콤플렉스의 산물이랄까. 그걸 깨달아야 해.” p94

“그래, 예쁘게 태어난다는 건 축복이야.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내적인 충실을 기하는 건 정말 훌륭한 태도란다. 내적으로 충실한 사람은 매력을 지니게 되고 그게 개성으로 발전하거든. 그런 내적 충실함을 가진 사람은 주위에 이런 저런 말이나 남의 가치관에 흔들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p95

박태원은 잘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외모를 위해 성형을 하는 등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진솔하게 이야기해줍니다. 재석과 친구들이 박태원이라는 좋은 멘토를 만나서 건강한 성장을 해나갈 수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좋은 멘토를 만나서 몸만큼 정신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책속 재석이와 친구들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또 하나의 폐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SNS입니다. 채린이가 SNS에 올린 엄마에 대한 글과 사진에 대해서 악성댓글을 올리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 글을 읽고 상처받았을 채린이도 문제가 크지만, 채린이 글에 달린 악성댓글은 수경의 협박에 의한 강제적 악성댓글이었다는 점에서 또다른 문제점이 드러나는데요. 강요에 의해 악성댓글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상처받은 그 아이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겁니다. 분명 그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이 끼쳤을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연예인들도 악성댓글에 시달리다 자살까지 아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연예인들 뿐 아니라 많은 일반인들도 악성댓글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단면을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퇴학, 가출, 불량서클 등에 대한 문제도 다루고 있는데요. 퇴학을 당한 병규가 길거리를 방황하고, 불량서클에 가입해서 여러 가지 사고를 친 우석이와 수경이가 가출해서 고시텔 생활을 하는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런 아이들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서 그들을 손가락질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모두다 아름답다” 비록 나쁜 아이로 손가락질 받던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어두운 이면에는 각각의 아름다움을 가진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퇴학을 당할뻔 했던 말썽쟁이 재석이가 보담이와 보담이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퇴학을 면하고 충실한 학교생활을 하고 작가라는 꿈을 향해서 노력하는 평범한 학생이 되고, 병규가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일상적인 학교시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그리워하며 새출발을 다짐하게 되며, 불량서클에서 나쁜 행동을 일삼던 수경이는 누구보다 성실한 준오의 하나밖에 없는 사랑스런 여동생이었다는 것입니다. 알고보면 그들도 똑같은 순수했던 아이들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 아이들을 편견에서 벗어나 따뜻한 시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학생들이 읽는 소설이니만큼 이야기는 예상대로 해피앤딩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서 재석이와 친구들은 또 한번 성장을 합니다.

“단순한 외적 아름다움은 주변 사람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결국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건드리지. 무조건 아름다움이 최고라고 단순하게 추종할 일만은 아닌 것 같아.” p219

“그런데는 무슨 그런데야. 그런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지금은 그걸 잘 가꾸고 키워야 할 때라는 거지. 세상이 아무리 외모만이 아름다움이라고 강요해도 꿋꿋이 주관을 가져야 해. 많은 사람이 똑같은 미의 기준을 갖고 아름다워지려 하고, 자기 본연의 아름다움은 외면한 채 외모만 가꾸려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 p219

“다 같은 이치야. 우리는 그 사람들이 아름다우니까 행실이나 생각도 아름다울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배신감을 느끼지. 심지어 그들의 아름다움은 조작된 것이잖아.” p220

우리 아이들이 조작된 아름다움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 꿋꿋한 주관을 가지고 자신만의 개성강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더 크게 키운다면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은 나올수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

한번쯤 짚고 넘어가면 좋을 만한 좋은 주제로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가님의 좋은 글을 저는 즐겁게 읽었는데 우리 아이들도 아마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받아들이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평을 마치기 전 단 하나 불편했던 점을 이야기해보자면 이 책의 주인공의 외모가 너무 멋지다는 겁니다. 게다가 여자친구인 보담까지 얼짱에 공부까지 잘하는 엄친아로 나오는데요. 주인공들이 우리가 흔히 볼수 있는 이웃집 소년,소녀였더라면 더 편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외모컴플렉스가 하나쯤은 있는 우리 주인공들이 그 콤플렉스에서 하나씩 벗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줬더라면 좀더 와닿았을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맘앤톡 서평이벤트를 통해서 만나게 된 책으로 모처럼 독서의 즐거움을 느껴보았는데요. 가을이라는 계절에 좋은 책과 함께 한다면 더욱 멋진 가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책과의 만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