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너무 지쳐있었나보다.
작년 업무종료 이후 심한 우울증과 기력저하에 시달리고
시험준비로 온몸이 피폐해진 이후
책을 거의 놓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우울해지고 사는게 괜시리 힘들다 느껴질 무렵엔
아무책도 보아지지 않고
책을 봐도 책읽는 것자체가 힘이 들더라.
그래서
티비를 보고 또보고
혹은 다운로드 받은 드라마나 예능프로를 보고
그냥 의미없이 웃고.

3월말에 일을 시작한 이후
정신이 나고 사는데 활력을 얻고.
또 지금은 언제 그랬나는 듯
즐겁게 웃고 지내는 나를 보며
요즘같으면 참 좋겠다.
행복하다 느껴졌는데.
문득 어제 책 생각이 났다.

몇몇의 책들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이 설렘이
참으로 오랜만이라.
너무 좋다.

삶의 의미는 자고 먹고 쉬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는데 있다던
고3때 책상 앞의 그 명언처럼

조금은 주저 앉더라도
지나갈 고통임을 알고 
인내하며 조금씩 전진 할 수 있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

그냥 그래요.
당신이 여자후배랑 전화를 20분간 했다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에 기분이 그냥 그래요.
말수가 줄어들고 그냥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내기분은 그냥 그래요.
어제 한시간동안 당신 스터디가 끝나길 기다리며
기분이 더 가라앉았네요.
같이 밥을 먹으며 기분이 그냥 그랬다는 나의 이야기에
당신은 무신경하게도 그 후배랑 친하다는 이야기를 하네요.
그래요. 그냥 그래요.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정말 모르겠다는
당신의 얼굴을 보며 나는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이지 나도 잘 몰라요. 왜 이러는지.
당신은 무엇이든 내가 고치라고 하면 고치겠다하지만
지난 시절 연애는 내게 한가지 교훈을 주었지요.
이건 당신의 문제가 아니예요.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고쳐질 수 없어요.
대신 몰래 하던지 이야기를 안하던지.
...
아이스크림을 먹고 당신이 가자는 그말을 들을 때까지도
내 마음은 풀리지가 않네요.
자기전 당신과 나누는 통화속에서도 내마음은 풀리지가 않아요.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아요.
말을 자꾸 뱉다보면 오기어린 모진말들이 나올꺼 같아요.
당신 전화를 받지 않고
당신 문자에 답장도 하지 않고
그러고 있네요. 
미안해요. 나도 하지만 설명할 수가 없네요.
나도 잘 모르는데 당신에게 이런 나를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당분간 그냥 당분간
혼자서 기 기분이 지나갈때까지 조용히 있어야 할까봐요.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