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를 받아들고 오랜만에 CD플레이어를 꺼내보았다.
대학교 3학년 때 그 때 사귀었던 남자친구에게
선물 받았던. 헤어지고 나서 mp3를 쓰게 되었고
참 오랜만에 사용해보는 CD플레이어이다.
그사이 바테리도 방전되어 새것으로 갈아주어야 했고.
바테리처럼 그 때의 사랑도 방전되어 지금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니.
시간의 흐름을 오랜만에 느껴보게 되는 것 같다.
주말부터 시작된 장마는 오랜만에 기분좋은 비소리를 내고 있으니
오늘 같은 날은 보사노바를 듣기에 적당한 환경
그리고 지금의 이 기분은 적당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음악에 귀가 열릴 수 있는 그런 때라고 할까
챙겨온 플레이어를 고대했던 막차를 타 사람들이 한명씩 두명씩
잠에 취할 때 조용히 틀어보았다.
달달한 그녀의 음색은 너무 청량하여
정말 소개글과 같이 끈적이고 무더운 여름밤의 온도를
5도 정도는 내려주는 것 같았다.
음색자체는 예전에 참 좋아했던 차은주의 그것과 많이 비슷하였다.
그녀의 let it snow는 지난 겨울 내내 내 미니홈피의 배경음이였는데
여름에 또다른 로비사의 청량한 보사노바는 나의 여름밤의 배경음이 되다니
참 묘한 느낌이였다,
보사노바를 생각하면
늘상 겨울 크리스마스무렵이 떠오르곤 했는데
그건 아마 고정관념, 여름밤 무더위속에서 듣는 보사노바는
옛날의 그애와 그 때의 여름과
지금의 그사람과 지금의 여름을 무던히도 이어주어
지금의 내가 되게 하는 거 같았다.
지나가는 불빛들과 조용한 버스안
조그만한 흔들림
오직 나만이 깨어있는 듯한 이시간
오랜만에 만나게된 좋은 음악과 좋은 여름밤
함께있는 사랑하는 그 사람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