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이 너무 좋다. 물론 예전에도 책을 좋아했고
제일 많이 읽을 때는 한달에 30권을 읽기도 했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책을 좋아하긴 했으되 뭔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요즘 책을 대할 때면 무언가 충족되는 느낌
진짜 사랑에 빠진듯 두근대고 설렌다.
내가 맨처음 책을 접하게 된것은 엄마의 작은 꾀에서 비롯되었다.
군것질을 좋아했던 나는 늘 용돈이 궁했는데
엄마가 어느날 제안 하나를 하는 것이였다.
30장 짜리 책을 읽으면 500원 100장 짜리 책을 읽으면 1000원을 주겠다고.
쭈쭈바가 10원 하던 시절이라 500원은 참 큰돈이였고
500원만 있으면 하루가 풍족하던 그런 때였으니
나는 그 때부터 눈에 불을 키고 책을 읽었었다.
읽다보니 독서력이 점점 붙었고
그 때 엄마가 100장짜리를 500원 200장짜리를 1000원으로 올리면서
활자로 가득찬 책이나 전집류들을 독파하게 되었다.
처음엔 군것질을 위해 시작한 독서는 점점 즐거운 놀이처럼 되었고
엄마가 돈을 주지 않아도 혼자 독서를 하게 되었으니
50권짜리 세계명작소설 전집을 독파하면서 받았던 30000원을 마지막으로
책을 혼자서도 잘 보고 또 또래보다 많이 읽는 어린이 독서가가 되었다.
나에게는 4살 터울의 오빠가 있는데
(즉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 오빠는 고등학생이였다.)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한 나는 초등 5학년시절에 고등학교 필독도서들을 읽었고
펄벅의 대지, 데미안, 죄와 벌 등등을
소년소녀전집이 아니라 원본으로 읽기 시작했다.
학교에도 그런 책들을 들고가 애들에게 잘난체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아이들 류의 책들은 사실 그 때의 나는 참 시시해서 읽기가 싫었었던거 같다.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독서경시대회도 많이 나갔고 글짓기로 상을 많이 타기도 했다.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이상하게 독서를 거의 하지 않았고
사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책만으로도 딱히 고등학교 때까지
따로 시간을 내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었으니
정말 초등학교 때 많은 책을 읽었나 보다 요즘 실감한다.
대학교 시절에도 독서는 영 잘 되지 않았다. 사실 지금은 정말정말 좋아하는 자기계발 서적들을
읽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대학을 나와 병원에 들어와 인턴을 지나 1년차가 되면서
병원 안에서 딱히 여가로 즐길만한 것이 없어 찾던 도중 책을 떠올렸다.
사실 그 때 약간의 우울증도 있어서 나에게 힘을 내줄 만한 무언가가 간절히
필요했었다. 한동안 시중에 나온 자기 계발서들을 모두 섭렵했었다.
그리고 다소 정신을 차렸고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했던 거 같다.
티비를 보면 더 힘이 없어지고 쉬었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책을 읽고 자고 일어나면 무언가 쉬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빌릴 곳이 주변에 마땅치도 않았고 반납을 착실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게 아니라서
생각 끝에 한달에 거의 10만원어치 책은 샀었다. 다른 여가를 할 시간이 없었기에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기분으로 책을 샀다.
그런게 지금 거의 2년이 넘어가고 있다.
예스 24에서만 그동안 책을 사왔는데 인터파크로는 지난달부터 이용하기 시작했다.
포인트가 꽤 많이 모이는데 (워낙 사대다 보니) 잘 활용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이다.
블로그로 이렇게 꾸밀 공간도 있으니 애착이 생겨 날마다 들어와
리뷰도 생각나는 대로 쓰고 출석 도장도 잘 찍고
있다.
독서의 달인도 신청했는데 음. 꼭 달성했으면 좋겠다.
책을 읽기 리뷰를 쓰는걸 늘 미루워왔는데 기록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게 됨을
잘 느끼고 있었기에 리뷰도 잘 써보고 싶다.
지금 책에 관한 나의 꿈은 언젠가 결혼을 했을 때 아님 나의 첫 집이 생겼을 때
거실을 서재로 만들어 한 쪽 벽을 책으로만 가득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주말에 레이지보이같은 편안한 의자에 반쯤 누워 옆에 좋아하는 책을 쌓아놓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읽어가는 나의 모습을 생각만 해도
웃음이 지어진다.
책만권. 꼭 만권을 읽고 또 읽으며 나이를 먹으면서도 유연한 뇌를 가지고
책속의 무수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인생을 배워 현명한 사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 그리고 꼭 되리라고 믿는다.
책 나의 영원한 친구. 영원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