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으로 전 세계에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살아야 할 이유를 전해주었던 빅터 프랭클의 자서전이다. 죽기 2년 전 아흔 번째 생일을 기념해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며 쓴 이 책에는 그의 수용소 이전 삶과 그 후의 삶뿐만 아니라, 심리학계 거장인 프로이트, 아들러와의 만남과 갈등, 그리고 그의 철학과 그가 만들어 낸 로고테라피에 이르기까지 빅터 프랭클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환경의 조건이 같더라도 미래를 지향하는 사람, 미래에 충족될 의미를 지향하는 사람은 반드시 살아남기 마련입니다." p126
1905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 이미 의사가 되기로 맘 먹고 어린 시절부터 '죽음'과 삶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만큼 조숙했다. 고등학생 시절에도 프로이트에 관심을 가져 편지를 교환할 정도로 태생적으로 심리학자였지만 아들러와의 의견차로 심리 학회를 탈퇴하고 평생 아들러와 만나지 않는다. 수용소에 들어가기 전 그는 청소년 상담소를 운영하고, 나치의 안락사를 반대하고, '존재 자체가 멋진 사람인' 아내'틸다'와 결혼하고, 강의를 다니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유대인이라는 신분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는 3년 동안 4군데의 수용소를 옮겨 다녔고 그 사이 그의 아내도 부모도 모두 수용소에서 죽어갔다.
"너무 고통스럽네. 하지만 극심한 고통일지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네. 삶이 내게 뭔가를 요구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내가 발견해야 하는 그 무엇인가가 결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p134
수용소에서도 그는 집필을 멈추지 않는다. 집필 자체가 힘든 환경이었지만 그는 의미를 찾는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수용소의 악몽 같은 삶조차도 그를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해지는 과정으로 만든다.
'내가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잃어버린 원고를 다시 쓰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p126
그의 심리학 이론만 보자면 그는 굉장히 근엄하고 진지한 사람일 거 같은데, 책 속에서 나타나는 그의 삶은 참 놀랍도록 활발하다. 그는 나이 여든까지 암벽등반을 했고, 넥타이와 안경테에 관심이 많아 신제품 안경 출시엔 자문을 해 줄 정도였다. 또한 드라마를 한 편 쓴 적도 있으며 만화가로서의 소질도 많다고 하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그가 그린 자신의 캐리커처는 그의 실력에 엄지척하게 만든다.
책 속엔 그의 언어유희들이 많이 담겨있는데 그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심리를 엿보기에 충분하다. 그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덤으로 받은 50년의 삶을 더 받을 수' 있었던 건 어떤 환경에서도 긍정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나왔고 또 거기에서 로고테라피도 탄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궁극적 의미, 초월적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의미를 다 알 수 없지만, 믿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모르파티, '운명에 대한 사랑'입니다." p61
두께는 얼마 되지 않는 책이지만, 주옥같은 로고테라피 문장들이 실려있어 너무 귀한 책을 읽은 선물 받은 느낌이다. 이 책은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가 궁금하신 분이나 빅터 프랭클의 또 다른 멋진 면과 만나고 싶은 분 모두에게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아마도 아주 매력 넘치는 심리학자에게서 위로를 받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실수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