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로맨스 공모전 제1회 수상작 「싱글빌」.받은지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시간이 없어서 10분, 20분 자투리 시간에 읽었는데도 책장은 빠르게만 넘어갔다.

「이곳에선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오로지 연애만 빼고

사랑에 지쳤습니까? 간섭에 질렸습니까?
여기 최첨단 1인용 주택 싱글빌이 있습니다
조건은 단 하나, 싱글일 것!
사랑 없는 쾌적한 삶,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싱글빌에 입주한 여섯 남녀. 화려한 독신을 꿈꾸는 이들에게 매일같이 수상하고 은밀한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창문이 깨지고, 스토커 쪽지가 붙고, 살인 용의자가 돌아다니고. 감정은 자꾸만 얽혀가고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데. 연애 금지 조항을 어기는 순간 퇴거 조치. 사랑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전체적으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윤성과 현아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고 여러 사건들도 꽤 흥미롭게 읽혔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이라기에는 좀 아쉬운 점이 있다.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한 거라면 이 책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빠져들고 이끌리는, 그 사랑의 감정을 풀어나가는데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창문이 깨지고, 살인 용의자가 돌아다닌다는 등의 에피소드도 로맨스와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로맨스 공모전 수상작에 건 기대만큼 달달하지 못해서 개인적으론 아쉬웠다.

하지만 서로 등장인물들이 꼬이고 꼬여가는 것은 나름 흥미진진했고 나로 하여금 싱글빌에 입주하고 싶게 만들었다. 싱글들만 사는 주택이라는 새로운 소재가 독특해서 더 강하게 끌렸다.

이 책은 무료한 시간을 보낼 때 가볍게 펼쳐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전갈의 아이, 꽤 유명한 책이지만 지금껏 읽어보지 못하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처음 받자마자 제법 두툼한 분량에 기뻤지만 활자가 크고 줄 간격도 넓어서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닌 듯 싶었다.

 

주인공은 마테오 알라크란의 클론인 마트. 여기서 클론은 주인에게 새로운 장기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축과 다름없는 존재다. 실제로 마트는 암소의 자궁에서 잉태되어 태어났다.

 

자신이 보통 인간인 줄 알고 있었던 마트는 우연히 자신이 다치는 바람에 가게 된 셀리아, 즉 그를 돌봐준 여자가 요리사로 일하는 집에 가게 된다. 그런데 그곳의 사람들이 마트를 클론이라 부르며 몸에 닿는 것을 끔찍해한다. 처음에는 클론이 무엇인지 몰랐던 마트는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하지만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 마리아와 셀리아, 엘 파트론(마테오 알라크란)이 붙여준 보디가드인 탬 린과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클론이 무슨 존재인지 깨닫게 되고 엘 파트론이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엘 파트론에게 심장을 주고 죽을 위기에 놓인 마트는 탬 린의 도움으로 벗어나 다른 나라로 가게 되지만 결국은 엘 파트론이 세운 아편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시 그곳으로 가면서 이 책을 끝이났다.

 

이 책이 끝나는 순간, 나는 허전함을 느꼈다. 분명 뒤에 더 이야기가 있어야 만족스러울텐데 이 책은 가슴 먹먹한 희망만을 남겨놓고 끝나버렸다. 단순한 SF 소설인줄만 알고 보았는데 '전갈의 아이'는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클론으로 태어난 아이가 사람들의 무시와 경멸스런 눈초리를 이겨내고 사랑을 배우고 희망을 가지며 성장하는 과정을 같이 지켜보는 동안 벌어지는 상황에 긴장되었고 편안했고 마음 아팠다. 만약 단지 클론이라는 소재를 두고 결국엔 장기를 빼앗긴 채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였다면 난 절대 이 책을 다시 펼쳐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다시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 책은 클론을 소재로한 흥미로운 SF 소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트라는 아이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마트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는 동안 사람들은 분명 행복할 것이다.

환경 재난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보통은 암울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바다가 범람하고, 식수가 고갈되고 등등. 그런데 이 책은 조금 신선했다.

 

때는 2015년 영국, 계속되는 기후 변화에 영국은 유럽 연합 국가 중 최초로 탄소 배급제를 실시하게 된다. 전 국민에게 탄소 카드를 발급하여 쓸 수 있는 탄소 포인트 양을 제한하고 한 달에 200 포인트 이상 사용했을 경우 초과해서 사용한 탄소 포인트만큼 돈으로 계산해서 지불해야 한다.

 

이 책은 주인공인 로라 브라운의 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 날 그 날의 일과 기분 등을 기록해 놓고 신문이나 탄소 카드의 모습 등을 곁들인 책은 정말 한 권의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십 대 로라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일기는 부담없이 편하게 읽힌다. 책의 초반부에서부터 후반부까지 끊임없이 나오는 남자친구 이야기나 짝사랑 이야기는 환경 재난 소설이라는 주제와는 달리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라 거슬리기는 했지만 자연스러운 로라의 이야기를 그려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끔찍하고 절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작가는 다행히도 유머를 적절히 사용했다. 그래서 약간의 우울함과 무거움을 잃지는 않으면서도 가볍게 읽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의 배경은 2015년. 불과 2년 후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책들이 보통은 2020년 같이 몇 십 년 후를 배경으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가까운 시대다. 그러기에 이야기가 더욱더 와닿는다. 아마도 2015년에는 아니더라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재난들인 것은 거의 확실하기에.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다. 이게 우리의 미래라고, 암울하고 끔찍하기 그지 없는 각종 재난들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암울하면서도 유쾌한 이 책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읽어도 괜찮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