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대표적 작품이다.
몇 년 전 국네에 소개되었지만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재조명되고 있는 셈이다.
나 또한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이 작가를 알게 되었다.
파트릭 모디아노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엉뚱한 파문을 낳기도 했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인 한국계 프랑스인 플뢰르 펠르랭 장관이 작가의 작품 가운데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언론 프로그램 사회자의 질문을 받고 바쁜 업무 때문에 그동안 책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가 ‘책을 안 읽는 문화장관’이라는 갑론을박과 독서는 문화장관의 아주 중요한 업무라며 문화부 장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집중포화를 맞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것은 노벨 문학상을 배출한 자부심에서 관련 장관의 견해를 묻는 것이었겠지만,
프랑스로 입양되어 와서 장관에까지 오른 한국계 프랑스인에게 자신의 뿌리와 과거를 찾아 헤매는 작품 내용과 연관 지어 장관의 뿌리와 현재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었던 것이 그 사회자의 궁극적인 의도라고 생각해 보았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설 탐정이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자신의 이름은 현재 ‘기 롤랑’에서 ‘프레디 하워드 드 뤼즈’, ‘지미 페드로’, ‘페드로 맥케부아’로 이어지지만 안개처럼 뿌연 과거는 좀처럼 밝혀지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몇 개의 조각들, 어떤 것의 한 귀퉁이들이 갑자기 내 수사의 과정을 통하여 되살아나며” 자신이 과거를 조금씩 기억해내지만,
친구와 애인 등 네 명이 위조한 남미 여권을 가지고 스위스로 밀입국하기 위해 프랑스 국경 지역에서 브로커들에게 속아 돈만 날린 채 혹독한 겨울 눈 밭 속에 홀로 버려지고 마는 정도에 그친다.
그 후 자신과 관련된 더 이상의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다시 자신이 거처했던 로마의 옛 주소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2번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모두 광활한 해변 속의 모래알 한 알과 같은 ‘해변의 사나이’들이며 ‘모래는 우리들 발자국을 기껏해야 몇 초 동안밖에 간직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은 근원을 찾으려는 많은 사람들의 시도가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일갈하고 있다.
나 역시 과거 힘겨운 일로 헤어져 지금껏 연락이 끊긴 어떤 사람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한동안 백방으로 뛰어다닌 적이 있다.
그 때 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이제 와서 그를 찾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그 물음에 대해서는 그저 마음속 아쉬움 때문이라는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오늘에 와서 그 친구의 물음을 저자의 말로 대신 되새겨 본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저녁 속으로 빨리 지워져버리는 것’일진대
“저 위에는 모든 것이 ‘봉인 상태’이기 때문에 올라가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기껏해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는 헛된 믿음으로 자신의 원천으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니체의 통렬한 깨달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하는가?
인생이란 똑 같은 형태로 무한 반복되는 영원회귀라는 진실을.
2014년노벨문학상,
어두운상점들의거리,
기억상실증,
파트릭모디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