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후지와라 신야/강병혁 역/푸른 숲
다 읽고 나면 아련한 슬픔 같은 것이 밀려온다.
지하철 무가지에 실렸던 이야기들을 모아서 한권으로 정리한 책이다.
“코스모스 그림자 뒤에는 늘 누군가 숨어 있다”라는 원제목보다 더 예쁜 제목으로 역자가 꾸며 주었다.
여성 작가로 착각할 만큼 섬세한 문체였다.
사진작가였던 저자의 눈이 그런 문체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마음은 한 발짝 먼저 시리도록 파란 차가운 겨울 하늘에 물들었다.”
“마른 모래밭에 물 한 방울이 스며들 듯이,”
평범한 눈으로는 건져내기 쉽지 않은 표현 아닌가.
각 장마다 곁들인 사진이 주제를 함축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표현하는 일은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적잖은 오만이다. 누구든지 자기 그릇에 맞추어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것은 그것대로 존중되어야 한다라는 저자의 부끄러움을 고백한 말은 이 책에 대한 다른 해석이나 비판을 의식한 말처럼 들린다.
일상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잃어버린 슬픈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글들이다.
기억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자기 좋을 대로 변형되기 마련이므로 사람마다 한가지쯤은 동질감과 공감대를 느끼게 되고,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고 묻어 두었던 슬프고 괴로운 기억을 바깥으로 끄집어내 주는 글이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부끄럽고 슬픈 기억들은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위로 받게 된다.
개인화 되어버린 현대인이 소외감과 고독을 공유하고 위로 받는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그림을 보면서 그곳에 투영된 자신의 마음을 보고 위로 받는 거야. 외로운 사람이 외로움을 잊어 보겠다고 화려한 그림을 장식하면 안돼.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맛보게 될걸.
본문 속에서의 이 말이 저자가 글을 쓴 궁극적인 목적 아닐까?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위로 받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한 저자의 속내는 책 뒤편에 실린 저자의 말에서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인간의 일생은(......) 슬픔과 고통에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받고 위로 받는다(......)
슬픔 또한 풍요로움이다.
그것은 결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성화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년언제나네가있었다,
북곰,
후지와라신야,
푸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