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독특했다. 하지만 찝찝함을 버리지 못한것도 사실이다. 독특한 더러움. 그게 내가 이 책을 읽고 느꼈던 것이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그였다. 초등학교때부터 마음속의 괴물을 키워왔던 전진철. 도벽을 가지고 있어 반 아이들의 물건을 훔쳤지만 그를 제지하면 더 무서운 분노가 그를 감싼다. 그는 그렇게 마음속에 괴물을 안은채 살아왔다. 그러던 그가, 초상능력이라는 이상한 힘을 발휘하면서 세상을 악으로 물들일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진정한 괴물의 탄생이다.
그가 초생성서라는것을 설명하기 시작할땐 그의 사상이 잘 드러난다. 읽으면서 오싹했다. 정말 세상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태어난 사람처럼 그는 증오를 가득 품었다. 그것이 그를 점점 더 강하게 만들어간다. 그는 전생에서 자신을 죽인 사람들을 알아내고는 현실에서 그들을 죽임으로써 보복하려고 한다.
많은 다양한 인물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데, 마치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인물이 나오고 도대체 이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무슨 상관일까 궁금해하면서 읽으면 어느새 퍼즐처럼 맞춰지는 것이다. 전진철을 중심으로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그걸 형사가 추적하는 이야기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것 같지만 또 아닌것 같기도 했다. 미묘한 줄거리였다.
난 이외수 작가님의 책을 이것으로 처음 읽어보았는데 생각보단 실망했었다. 이야기에서 풍기는 찝찝함 때문이었던것 같다. 단어의 선택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대체적으로 그런 향기를 풍겼고 이걸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초생성서는 불쾌했지만 전진철의 머릿속을 들여다볼수 있어 좋은 점도 있었다.
전진철의 자만과 고백을 읽으면서 언제나 해보게 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까, 있기나 할까 라는 존재의 대한 생각들. 그의 초생성서는 섬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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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지식으로는 해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초상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그 초상능력들은 현존하는 속생인류를 멸종시키고 초생인류를 번성시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쓰여질 것이다. 앞으로 쓰여질 초생성서에는 속생인류라는 용어와 초생인류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할 것이다. 속생인류는 생명에 속박되어 있는 현재의 지리멸렬한 인류를 지칭하는 말이고 초생인류는 생명에 속박되지 않는 미래의 완전무결한 인류를 지칭하는 말이다. 나는 지구에 태어난 최초의 초생인류다.
나는 봄이 끝나기 전에 메일을 통해서 전국의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초생성서를 전파할 예정이다. 아니다. 메일을 통해서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메일을 가장한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러나 파일을 손상시키거나 데이터를 파괴시키는 기능을 가진 바이러스는 아니다. 단지 초생성서라는 메시지만 전달하는 바이러스다. 일반 메일처럼 삭제하면 즉시 사라져버리지만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다른 메시지를 가지고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 계획대로라면 초생성서에 의해 공격적 성향을 가진 정신질환자들과 네클로필리아들이 도처에서 살인행위를 일삼을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사랑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면서 살아간다. 사랑이 욕망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사랑은 종족보전의 본능인 성욕이라는 괴물을 거룩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치장하기 위해 조제한 일종의 최음제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최음제에 속아서 알몸이 되고 최음제에 속아서 애무를 하고 최음제에 속아서 성교를 한다. 사랑은 허명이요 착각이다. 사랑이라고 이름 붙여진 일체의 행위들은 종족보전의 본능이 조장하는 번식놀이에 불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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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봐도 섬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