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스탁, 작지만 이만하면 충분해>는 엉뚱하고 완벽하지 않기에 거부감이나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 하지만 자신만의 인생 철학은 분명히 가지고 있는, 그런 작은 새의 이야기다. 때로는 완벽에 가까운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틈이 있는 사람에 끌리는 때가 있다. 허당미, 백치미 등 완벽하지 않은 것에서 느껴지는 넉넉함, 친숙함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겠다 싶은 마음도 한몫하겠지만 결론적으로 나와 이질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그래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에 끌리는 것 아닐까. 완벽이 아닌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완벽해지려고 너무 애쓰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 불완전 속에 다름이 있고, 틈이 있으며, 그 속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이해가 싹튼다는 것. 이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드스탁은 제목과 그림에 등장하는 모습처럼 아주 작은 존재다. 특별히 눈에 띄지 않고, 멀리 날지도 못하며, 자주 부딪치는 것이 일상인 그런 아이. 하지만 이 작은 새는 움츠러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주 부딪치면서까지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존재다. 스누피의 단짝 친구로서 그의 말장난과 짓궂은 농담까지 다 받아주는 심성은 작은 모습과 상반되는 큰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자신감이 넘쳐 자만함으로. 혹은 완벽해지고자, 눈에 띄고자 아등바등하는. 지레 포기하고 안주하고 있는.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우드스탁의 모습은 작지만 강함, 너무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넉넉하게, 여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잘 비춰내고 있다. 알을 깨고 나온 것 자체가 큰 산 하나를 넘긴 그의 삶처럼, 우리 또한 시작했다는 것, 움직였다는 것, 시도했다는 것, 그 자체가 큰 도전이고 용기였음을 알아줄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내가 먼저 말이다. 오늘 나에 대한 칭찬 한마디가 내일을 살아갈 나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가가 되기를 바라며 우드스탁의 일상에 잠시 머물러보는 것도 좋을듯싶다. 아주 짧고 간략한 글이지만, 작은 것에서 작지 않은 만족을 느끼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

 

 

우드스탁은 바이올린이나 소방차를 한 번도 본적이 없고,

과자가게에도 한 번을 못 가봤어.

오페라나 교향곡을 들어본 적도 없어.

영화나 연극을 본 적도 없어.

그 대신 하늘과 구름, 땅과 해, 비, 달, 별들,

고양이와 여러 벌레들을 보며 살아왔지.

우드스탁은 자신이 아주 충만한 삶을 살아왔다고 느껴.

p.10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아 먼저 읽어보고, 그 느낌과 감정을 담아낸 글입니다.

 

이번 작품 <오늘따라 달이 참 예뻐서>는 표지와 제목이 매우 끌리는 작품이다. 그냥 표지와 목차만 바라보아도 포근하고 넉넉할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드는 작품.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눈에 담으며

느긋하게 살고자 합니다.

 

제목만큼이나 저자의 생각이 참 긍정적이고 예쁘다. 사람 혹은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시선만큼 따뜻한 것도 없지 않나 하고, 새삼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리는 삶의 방향을 따라 흘러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들을 마주치곤 한다. 이를 마주한다는 것은 조금은 어색하고 또 부끄러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따라 달이 참 예뻐서>는 그런 마음들에 대해 탓하지 않는다. 온전히 들여다보고 사유할 뿐. 누구나가 그렇고, 그러했으며, 그러할 것이라 다독이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들을 이해해보며 나만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한 걸음 한 걸음 인생의 발걸음을 내딛는, 조금씩 성장하는 존재가 아닐까. 완벽하지 않기에 매일이 새롭고 더 나아갈 수 있는 기대가 되는 그런 존재 말이다.

 

사람이 겪는 모든 고난과 힘든 과정들은 그 당시에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멀리서 보면 모두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추억에 든다는 것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기억이 아름답게 포장되는 일련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회의, 미련, 기쁨, 슬픔, 만족 등 다양한 감정들이 어울려 결국 아름다움으로 귀결되는 그런 순환적 관계. 이는 우리가 지금 느끼는 이 순간의 모든 일들 또한 결국에는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할 것이다.

 

오랜 벗과 이야기하듯 술술 내뱉는 글의 호흡은 제법 안정적이고 여유롭다. 이해와 공감을 통해 오늘의 안 좋은 시선과 감정들이 조금은 씻겨 내려가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흔히들 좋은 습관은 들이기 힘들고, 나쁜 습관은 너무나도 쉽게 물든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물들여진 부정적 순간들은 언제나 긍정적 순간보다 먼저였고, 기쁨의 순간은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저자가 그랬고, 우리도 그러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할 터. 우리가 바라보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혹은 보다 긍정적인 부분으로 다르게 바라볼 줄 아는 눈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솔직해져 보는 것. 이는 아름다움으로 거듭나기 위한 싹틈의 과정이자 긍정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괜찮은 척”, “안 아픈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괜찮지 않다고, 아프다고,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는 것 어떨까.

 

나도 상처받는다고

나도 똑같이 아프다고

말해 볼걸.

 

왜 애써 괜찮은 척 나를 다독이고

홀로 끌어안아 나를 괴롭혔을까.

p.20

 

하지만 아프다는 건

오롯한 나의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또 하나의 정체성이었다.

 

그런 내가, 난, 늘, 아직도, 여전히 애틋하다

p.23

 

 

 

우리의 내면에는 다양한 얼굴들이 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내면의 얼굴들은 신체적인 표정으로 표출되곤 한다. 미소와 웃음으로 때로는 찡그림과 울상으로. 그렇게 표현되는 우리의 겉모습은 내면의 얼굴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내면의 얼굴들과 우리는 얼마나 마주하고 있을까. 지난 번<오늘의 감정>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감정과 마음을 다룬 적이 있다. 그리고 쌓이고 묵혀둘수록 독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짚어봤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외면하고 모른척할수록 그 속은 곪기 마련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일지라도 말이다. 감정을 느끼고 마주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이번 작품은 그런 감정을 마주하고 대처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다양한 감정의 순간과 장면들을 끄집어 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심리학적 처방이 아닌 자연스럽게 읊어내는 에세이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들을 호흡하듯 써내려간 글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담백하다. 어렵지 않고, "그럴 수 있겠다.", "맞아. 그런 때가 있었지." 하며 자연스럽게 읽히는, 그런 에세이다. 그런 중간중간 그런 감정들 속에 소홀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지침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결국은 우리를 위로하는 울림의 문장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사랑엔 주는 것과 받는 것이 공존해야 하며, 상대방이 해주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

이별했다고 바닥을 보이지 않으며, 금방 잊고 싶어 커다랗게 생긴 멍을 스스로 짓누르지 않을 것.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나의 잘못이라 자책하거나 나를 미워하지 않으며, 돌아오지 않을 사람에 미련을 두지 않을 것. 혼자 있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며 자존감을 올릴 것. 충분히 나를 사랑할 때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상처 없는 듯 모두를 사랑할 것.

p16. "사랑에 앞서" 중에서

우리는 사랑 받기 마땅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또한 사랑받기 충분한 존재다.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증오든 말이다. 더 나아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내가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 또한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러한 보편적인 가치를 벗어나는 인간이 종종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 사람의 상황과 특성으로 인한 다름이 일반적일 것이다. 정말 나쁜 사람도 있지만, 상황이나 성격 등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다름으로 인해 나쁨이라 판단 짓고 있지 않은지 또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존엄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 그렇기에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내 마음을 알아주려는 생각과 노력도 역시나 중요하다.

저자 성호승은 <감정수업>이라는 작품을 통해 그런 내면의 가치들을 그려냈다. 사랑, 우정, 자아 그리고 인생에 대한 감정적 가치들은 우리가 삶을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연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베터리, 샴푸, 음식 등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소모품들은 그것이 충분할 때에는 그 가치를 잊고 지낼 때가 많다. 다 떨어지고 나서야 아차 싶었던 때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은채 살아가다가 보면 충분히 가슴 벅찬 삶을 살다가도 아차 싶을 때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보듬어지지 않았던 감정은 더 큰 아픔이자 결핍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사람은 절대 완벽할 수 없고, 좋은 말만 듣고 살 수 없으니 때로는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두려워하지 말 것. 타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지 않고, 스스로를 더 의지하며 담담하게 걸을 것. (중략) 아픔을 쉽게 잊으려고 하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주며 누구보다 나를 기다려 줄 것.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나에게 너무 부족하지 않고, 남에게 너무 과하지 않게, 적당히 담백하게 살아갈 것.

p17. "담백하게 살아갈 것" 중에서

너무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담백하게 살아가기. 그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늘 생각하기.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일도 그렇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 또한 넉넉한 법 아닐까. 자만이 아닌 자존감으로 내 감정을 어루만질 수 있는 사람.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그저 그런 감정들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것. 그 안에는 나 그리고 타인, 인생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을 것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 그것은 곧 약점이 된다.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마라. 갈 사람들은 가고 올 사람들은 온다.

거짓말을 하지 마라. 믿음이 깨지면 다시 되찾기 힘들다.

사랑을 할 때 지치고 힘들면 그만해라. 사랑의 기준은 나의 행복이다.

자존감을 낮추지 마라. 나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다.

p15. "내가 꼭 지켜야 할 것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