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캐릭터들이 뭉쳤다.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이모티콘의 주인공. 카카오프렌즈의 네오, 프로도, 라이언, 튜브, 무지, 콘, 어피치, 제이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카카오프렌즈 러브, 언제나 함께 있고 싶어>라는 책으로 찾아온 이들은 제목처럼 L.O.V.E. 사랑을 전한다.

 

우리가 삶 속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같은 사람은 없듯, 8명의 캐릭터들 또한 다른 생각과 모습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채워주며 살아간다. 아무리 개인주의 사회라지만 결국 사람은 혼자가 아님을 느낄 때, 누군가와 함께 함을 느낄 때 온전하다고 생각되는가 보다.

 

첫 발걸음은 설렘이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 새로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 등 낯선 환경, 대상, 시간과의 만남은 우리를 설렘으로 이끈다. 그렇기에 그런 생각과 계획만으로도 흥분될 때가 있다. 휴식과 여유 속에서 진행되는 과정이라면 더더욱.

 

가끔 세상은 가혹하기도 하지만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거라

믿어요

P.39

 

새로움이란 과정의 단면으로 두려움이란 요소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결국 우리는 그 두려움을 넘어 변화를 직면하고 성장한다. 불확실함은 곧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터, 자신이 처한 삶 속에서 어두운 면보다는 그 안에서 더욱 빛나는 밝은 면을 보는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요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태원 클라쓰>라는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너는 항상 지나치게 빛나.” 여자 등장인물이 주인공에게 던진 말이다. 늘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삶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소신과 신념을 잃지 않는 주인공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우리도 이렇듯 어떤 삶의 무게를 견딤에 있어서 어둠보다는 그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신념을 바라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 어둠이

밤하늘의 별처럼

당신을 빛나게 해줄 거예요

캄캄한 적막함에

두려워하지 않기를

P.81

 

책에서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의 튜브가 라이언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릴 적에 우리 엄마는 너무 바빴어. 그래서 소풍 갈 때는 김밥을 사서 가곤 했지. 어느 날은 엄마가 새벽에 직접 김밥을 싸줬는데 김밥 속에 단무지와 계란 뿐이었어. 평생 그 김밥 맛을 잊지 못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어. 내 기분이 좋아서였는지는 몰라도 말이야. 음식은 그런거야. 그 순간을 기억하게 해주지.

 

튜브에게 가장 맛있었던 것은 김밥 자체의 맛 보다는 그 안에 들어있는 정성과 누군가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따뜻하고 고마운 마음 말이다. 때론 작은 마음, 작은 신경, 가벼운 말 한마디가 다른 이에게 그 이상의 큰 감동으로 전해질 때가 있다.

 

작은 마음에서 피어나는 예쁜 감동처럼 일상의 소소함에서 느낄 수 있는 예쁜 행복도 있음을 알려주는 작품. 사랑스러움과 따뜻함이 많이 묻어나는 책. <카카오프렌즈 러브, 언제나 함께 있고 싶어>는 겨울의 끝자락,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을 통해 내 주변을 돌아보고 사람 간의 온기를 느껴보기 좋은 책이다.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내가 시 그리고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편안한 여유와 시인과 독자 사이에 오가는 감정의 순환 때문이다. 글을 통해 전하는 시인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함께 호흡하는 것이 좋기도 하거니와 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들여다보고 소통하는 과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 <우리가 계절이라면>은 그런 소통의 과정속에서 슬픔과 기쁨을 오간다. 더불어 하루의 시간 중 15:00부터 00:00까지의 느낌을 감정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적인 작품이다. 설렘이나 기쁨과 대비되는 슬픔 강도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슬픔 또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기에 시간이라는 주제에 맞춰서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썩 나쁘지 않다.

 

정처 없이 길을 나서

가두어 놓은 시간을 흘러 보낸다

 

잊혀진 계절의 향기는

바람을 타고 불어와

내게 머무르는 듯

너와의 추억을 불러내었다

 

푸른 언덕에는 꽃이 피고

얼었던 강에는 햇빛이 비추어

 

다시

봄은 찾아온다

 

- 잊혀진 계절

 

결국에는 다시 찾아올 봄이라는 계절처럼, 우리의 인생 속에서 겪는 고난과 풍파가 그것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임을 강조하는 시. 내가 겪은 경험과 노력들이 더해져 끝끝내 봄의 꽃으로 새롭게 피어날 것을 강조하는 시. 그렇기에 늘 우리는 ‘희망’이란 것을 염두하고 사는가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지쳐 앉아 있던 내게

달은 말했다

너의 길을 비춰줄게

앞으로 나아가렴

두려워하지 마

 

달빛

 

초조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 불안을 넘어섰을 때 느끼는 자신감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누구나 흔들릴 때가 있고, 넘어질 때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길 바라며 용기를 전한다. 완전한 사람도 없고, 완벽한 사람도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아간다. 간결한 시의 노래지만 그 안에는 삶이 있고 철학이 있다. 그렇기에 시는 우리를 사유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우리가 계절이라면>은 이렇듯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전하며, 있는 그대로의 우리들을 응원하고 위로한다. 때론 기쁘고 찬란하게, 때론 슬프고 처절하게.

 

우린 서로에게 얼마만큼 진솔했을까.

우린 서로에게 얼마만큼 진지했을까.

우린 서로에게 얼마만큼 진정으로 다가섰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만큼 따뜻한 것이 있을까. 사랑이든 우정이든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위안이 되나 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콩 한 쪽도 서로 나눠 먹으면 더 맛있고 의미 있듯. 이번 작품 <우린 서로에게 가득했네>는 혼자보다는 “함께”할 때의 의미를 잘 담았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우리는 어딘가에 결속되어 있다는 소속감과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더불어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세상 속에서 나 또한 꼭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다름에 대한 관점 또한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과 더불어 서로 간의 시간 또한 중요하며, 나의 시간과 함께 다른 사람의 시간 또한 소중한 것임을 알 수 있게 만든다. 냉랭하고 차가운 관계가 아닌, 한 번을 마주하더라도 조금은 더 진지하고 예쁜 마음으로 다가섬을 이야기하는 작품.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서로”는 무조건적인 “함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자신만의 오롯한 시간 또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절대 빠져서는 안 될 개인적 영역이기도 하다. 그저 편안하게, 만남과 나눔이 있을 때 회복과 안녕이 있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좀 더 의미 있게 이어질 수 있는 관계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글이다. 시를 통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진정성에 대해서도 느껴보면 좋을 만한 작품이다. 추운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읽어보면 더욱 좋을 작품, 서로에게 속삭이며 건네는 아름다운 마음들을 들춰보는 시간으로 <우린 서로에게 가득했네>가 다가왔다.

 

표지에서부터 선하고 편안한 느낌이 잘 전해진다. 꽃의 향기처럼 그들의 이야기 또한 서로를 향한 마음들로 가득 담겨 있었고, 사랑과 이별 앞에 그들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문득 이런 말이 생각 난다. 이별에 대해, 억지로 지우려 애쓰지 말라는 것. 당장 아픈 마음이 크겠지만, 그 중에도 좋았던 순간이 있었던 만큼, 내가 쏟았던 애정과 예쁜 마음들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 작품에서는 그렇게 순간의 감정을, 지나간 감정을, 좋았던 시간과 그렇지 않았던 시간들에 대해 쓱쓱 적어 내리고 있었다.

 

서로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하고, 받아들이고 있을까?

 

서로가 가진 건 맞지 않아도

한 입에 입 맞추며

점점 알겠지

 

우리가 만든

부드러운 향과 맛이

부족한 마음을 채운다는 걸

<우린 서로에게 가득했네> “아포카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