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세상을 통쾌하게 잘근잘근 재치있게 씹어버리고,
약자의 편에 서서 가슴을 시원하게 관통하는 필력은 그 자체로 이외수다.
단물 빠진 껌이라 할지라도 그를 거치면, 풍선껌이 된다. 일단, 뭐라도 된다.
꿈과 희망이 사라진 입안에 단내만 가득한 인생, 메마른 입술을 침으로 적셔보지만, 피 맛만 난다.
그 척박한 가운데, 소나기는 아니지만, 필요한 만큼의 단비를 내려주는 이외수의 신작
"쓰러질따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 출간됐다.
중학교1학년 때 처음 스스로 산 책이, 이외수님의 에세이 "말더듬이의 겨울 수첩"??이었다.
그리고, 삼촌이 두고간, 장편소설 황금비늘..
그렇게 이외수님이 쓴 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인생을 알고, 고독을 아는 그는, 항상 낮은 곳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지닌 이 시대의 대변인이었다.
그 외에도 괴물 장외인간, 완전변태, 하악하악, 아불류 시불류, 사랑외전 등 이외수만의 인생론을 펼치는 작품들을 접해오면서, 내 나이는 어느 덧 서른이 넘었고, 그는 아프다.
쥐어짜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세상에 많은 청춘들 지친 현대인들 삶을 버티는 가장들에게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글에서는 전혀 지친 기색 없이 당당할 수 있는 힘.
여전히 그만의 철학으로 특유의 재치와 말투가 살아있다,
말 더듬이의 겨울 수첩처럼 고독함이 묻어나는 건 내 느낌일까?
그리고,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모든 걸 초월한 듯 한 글 귀가 인상적이다.
"먼 길을 떠날 때는 짐이 가벼울수록 좋다. 명상을 통해 우주를 한바퀴 돌아보려면 티끌 같은 잡념도 태산 같은 짐이 된다. 우리가 빈 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p158-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가장 설득하기 힘들었던 상대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설득 없이도 알아서 잘 쓰러진다. 비굴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조화할 줄 안다는 뜻이다."-p217-
아버지만큼 강한 사람 또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축 쳐진 어깨와 늘 건강을 무기로 사셨는데, 겨울마다 천식을 앓기 시작해서 잔기침을 많이 하시는 요즘 아버지를 보니, 그 성격 다 어디로 갔는 지 예전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지금의 모습이 낯설다. 아니, 지금의 모습을 볼 때 옛날 기풍당당했던 기억이 낯설기만 하다.
지금 아버지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깨달음을 인생 선배로써 날 앉혀두고 얘기할 때가 있다.
환갑에 깨달음이라...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깨어있어야 하는 게 맞나보다.
나는 언제쯤 조화롭게 살 수 있을까...
"가끔 꽃도 보고 살지만, 가끔 똥도 보고 산다. 가끔 칭찬도 하고 살지만 가끔 질타도 하고 산다. 가끔 울기도 하고 가끔 웃기도 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그래, 인생 길에는 가끔 오르막이 있으면 가끔 내리막이 있는 법이라고,
있으면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최선을 다한다는 신조로 인생을 살아가면, 언젠가는 성공이라는 놈이 팔을 활짝 벌려 그대를 껴안을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조낸 버티기"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이 오락가락 한다. 처절한 몸부림처럼 인생을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는 내 자신이 버겁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출근 길 이 책 몇장씩 읽어내려가면, 나도 모르게 불끈 손을 쥐게 된다.
살아야지. 살아봐야지. 이겨내야지. 쓸쓸한 발걸음 우직하게 내 딛어야지.
한 치 앞에 두려워 걷지 못하면, 족쇄에 갇힌 꼴이지.
"누운 나무에는 열매가 안 열린다는 속담이 있다. 죽은 듯이 방 안에 드러누워 허송세월하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생기는 게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움직여라. 움직여야 행운도 따라온다." -62p-
"당신이 걷는 인생길은, 때로 꽃잎에 덮여 있기도 하고 때로 빗물에 젖어 있기도 하고, 때로 낙엽에 덮여 있기도 하고 때로 눈에 덮여 있기도 하다. 유심히 보면 같은 길은 없다. 다만 당신의 시선말 새롭지 않을 뿐, 길은 언제나 새롭다"-63p-
내용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140파트가 넘는 글이 수록 되어 있다.
짤막한 단락으로 보기 좋게 되어있다.
그리고, 자연적인 정태련 화백의 그림이 이외수 작가와 잘 어울린다.
다수의 작품을 함께 해서 그런 지 그림만 봐도 글과 한 몸같다. 작품이다. 그리고 아름답다.
특히 책 속에 엽서 한 장이 들어있는데, 색이 고운 물고기가 그려져 있고, 향기가 난다.
한 참을 엽서에 코를 대고, 킁킁 거렸는데, 책에서도 나는지 맡아보았는데, 엽서에서만 진한 꽃향기가 난다.
소중한 이에게 글과 함께 향기와 이 책을 함께 선물하기 좋을 듯 싶다.
사실 이미 인터넷서점에서 6권을 구입해 전달했다. 편리한 세상이나, 직접 엽서에 글과 함께 선물했으면 더 의미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어떤 이가 쓸모없다고 생각해서 내버리는 진흙 한 덩이라도 도공의 손에 들어가면 예술 작품이 된다. 그대의 인생 또한 인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닐 뿐 "
"인생이 깊어지기 위해서는 희망도 필요하고 절망도 필요하다. 단지 포기라는 놈의 유혹만 과감하게 물리칠 수 있다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가끔 쓰러지면 어떤가.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지. 그대를 응원한다. 힘을내라." -207p-
이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보지 않은 사람. 단 한사람도 없다.
인생은 시작과 끝이 혼자이기에 삶이 늘 외로운 법이라고 애기한다.
내가 만들어진 건 부모님의 주신 선물이다. 혼자서는 절대 나는 존재 하지 않고, 나 혼자만의 힘으로 세상의 빛을 볼 수 없다. 산모는 내가 나올 때 놀고 있지 않다.
그리고, 작은 방 쓸쓸한 죽음 앞에서도 우리 육신이 알 수 영적인 누군가가 나를 데려온다고 믿는다.
믿고, 의지하라고, 종교를 주셨고, 마지막 책을 주셨다.
우리가 외로운 건 책을 읽지 않아서다. 힘든 건 책 속의 진리를 실천하지 않아서다.
지치고, 이외수님 말처럼 "조낸" 까이고, 힘든 인생 속에 당신을 위로할 누군가가 없다면, 이 책을 들어라.
반드시 오늘 하루가 그대의 것이되며, 희망으로 인도할 것이니, 당신의 마음을 두드리고, 격려해 줄 존재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