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운영했던 저자 황상민의 본서는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하기도 하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움찔하게 하기도 했다.

서른과 마흔사이에서, 젊지도 않고 그렇다고 중년의 중후함도 없이 그냥 삶에 치여 살고 있는 내게, 내가 지내온 날들에 대한 추억을 되돌아보게 하며 부족하고, 치기 어렸던 그 순간들 속에 내 모습을 되돌아보며 잘 넘어왔음을 안도하게 하기도 하고, 잘 넘기지 못했던 순간들에 대해서 씁쓸함을 다시 맛보게 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한번 첫 페이지를 넘기고서부터 열심히 속도를 내어 책을 읽게 했다.

저자는 본인의 상담사례를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담자가 파놓은 곳곳의 함정들을 피해가며,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가고 있다. 그 문제들 속에서 저자는 내담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담자가 알면서도 피하고 싶어 하는, 직면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짚어준다.

문제의 핵심은 본인에게 있고, 그 실마리도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내담자는 알지만, 교묘하게 상담자를 속이려하고, 본인도 속이고 있다. 그 내담자의 이야기 속에 내 모습이 투영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조금은 불편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 속의 내담자가 마치 내가 된 것 마냥... 피하고 싶은, 풀리지 않는 문제에 직면하면, 누군가에게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위로를 얻고자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했기에 이 책을 통해 나는 황상민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 내담하고 있는 나와 조우하였고, 과거 내가 가진 문제들의 해결과정 가운데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것을 이제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게 되고, 그로 인해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바라듯-‘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의 실마리는 ‘나’에게 있다. 모든 것이 ‘나’에게로 귀결된다. 따라서 불행하고 괴로운 나를 바꾸면 행복해질 수 있다.’- 해결의 열쇠는 내게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바라는 내가 되거나, 사회통념이 바라는 내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베트남의 수도는? 호치민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나 역시도 베트남 하면 하노이보다는 호치민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호치민이 일명 호아저씨로 불리는 베트남의 지도자의 이름이기도 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스토리텔링 하노이”는  얼핏보면 하노이로 가기 전 하노이에 대해 알려주는 여행책자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하노이를 통해 베트남을 볼 수 있는 베트남 입문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편집을 살펴보면 일반 다른 책들과는 다른, 베트남에 관한 잡지 한권을 읽는 느낌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표지도 화사하게 이쁘고, 사진이 많이 들어간 구성과 하나로 통일된 레이아웃이 아닌 변화가 다채로운 레이아웃은 그런 느낌을 더해준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하노이의 풍경을 여행자의 입장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토대로 나레이션하듯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3부로 책의 흐름을 구성하여 하노이에 대해,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부에서는 하노이의 역사를 이야기를 통해 짚어준다. 우리나라의 낙랑공주를 떠오르게 하는 미 쩌우 공주의 이야기, 이야기와 풍경 속에 담겨진 하노이의 역사, 그리고 그들이 가진 마음자세들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리고 2부와 3부에서는 베트남 작가들이 쓴 글을 통해 베트남 사람의 눈으로 들여다 본 그들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해준다. 간간히 베트남을 이야기하는 한국작가의 글들도 있다. 베트남 작가들의 글 속에서는 전쟁의 상흔과 급속히 현대로 접어드는 베트남사람들의 일산이 애잔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고, 한국 작가들의 글에서는 낯선 나라와 풍경 속에 들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노력이 느껴졌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어떤 책의 제목처럼 스토리만큼 한 나라를, 개인을 유지시키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긴긴 역사 속에서 탄생신화를 가지고, 많은 굴곡진 시간들 사이사이에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도시, 그리고 나라...

빗속에 사이클로를 타고, 훅~하고 끼쳐오는 더운 공기가 느끼며 책을 덮었다.

 

1년에 1,000권을 읽으려면 한주에 20권, 하루에 2.7권 남짓을 읽어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독서량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먼저 손사레를 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다.

저자는 독서를 어렵게 이야기 하지 않았다. 전문서적이나 두께가 있는 책만을 읽으라고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벼운 책들, 만화책조차 그 권수에 포함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서의 습과, 독서의 생활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직장생활, 2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살림을 살아야 하는 주부로서의 현 내 모습에서, 책을 잡고 읽을 수 있는 것은 지하철, 딱 하루 24시간 가운데 출퇴근 합 1시간 주어진 그 시간 뿐이다. 그 시간에 아둥바둥하며 책과 씨름을 벌이고 있는 나는 이 책을 통해 격려를 받았다. 이렇게저렇게해서 1,000권을 읽으십시오가 아니라 작가가 이야기하는 그 독서의 습관, 생활화가 조금은 내 삶의 일부에 배어 있는 거 같다는 느낌을 통해 1차적인 격려를 받았고, 작가가 제시한 100가지의 방법들 가운데 내가 실천해야 하는 몇몇가지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 내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실천항목이다. 읽기만 하지 기록을 남기지 않아, 책꽂이에 꽂힌 예전 책들을 보며 '읽었나?', '이건 무슨 내용이더라'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미흡하나마 어떻게든 독서기록장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서두 목차에 나와있는 저자의 조언리스트만 읽어도, 독서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라면 방향성에 대한 해결책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