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가요 지금 당신은? "이라는 질문에 나는 뭐라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나? 나한테 하는 질문이야?'  책을 들고서 내게 이런 공격적인 질문을 하는 이 예쁜 표지의 책은 그래서 흥미로웠다.

우선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나 행복한가?

행복?!

지금

...

행복한 거 같다. 딱히 불만도 없고,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서 오는 실망도 없으니까.

행복한 거 같다. 내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고 있고, 오늘 보다 내일이 기대가 되니까.

...

"그래, 행복하네."

 

행복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측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물론 여론조사 기관이나 이런 것을 업으로 삼고 사는 이들에겐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름 나의 매우 주관적인 기준에 맞춰 내린 결론은 "난 행복하다"였다.

 

그리고 펼쳐든 알아차림.

저자의 머리말에서 나름 내가 생각하는 게 틀리지 않았구나. 다른 사람도 이렇게 생각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고, 한장한장 읽어가면서 위로의 메세지를 그리고 따끔한 충고들을 챙길 수 있었다.

 

과거에 연연하고 집착하지 말고, 현재 주어진 것과 주변의 환경들에 대해 감사하자.

그래. 그러자..

 

행복? 행복한가?

행복이 연습으로 가능한 것인가?

책을 들고서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폈다.

'멈춰 섰을 때 비로소 깨달은 인생교훈 25'라는 부제는 어쩌면 쉼표를 무의식 가운데 쉼표를 제공했는지도 모른다.

마흔 넷에 암에 걸린 저자 짐 히글러는 가족 가운데 세명을 암으로 잃었다. 어머니, 아버지, 형... 아무리 보상이론으로 자신은 암이라는 것에서 한동안 멀리 있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해도 그것은 결국 자신을 속이는 것이었고, 결국에 본인도 암에 걸린 것이다.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다 멈춰 섰다. 그리고 그는 삶을 바라보는 지혜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문제집도 아닌데 1장 2장 하는 Chapter가 아닌 영어교과서의 목차같이 Lesson으로 나눠진 목차, 처음 목차를 읽을 때는 어색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아, 저자는 내게 지금 오늘 더 행복해 지기 위한 연습을 하라고 가르치고 있지? 그러니까 나는 지금 행복을 공부하고 있는거네’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드라마를 보듯 저자의 삶을 3자의 입장에서 읽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겠구나 하다보면 저자는 ‘너, 넌 인생에 이런 문제들이 있을 때 어땠어? 그리고 어떻게 할 거야?’라고 질문하며 Practice 하라고 노란 시험 문제지를 던져준다.

저자는 책에서 현재의 자신의 이야기로만 교훈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암으로 잃은 가족들과의 이야기도 끄집어내어 이야기 한다. 어머니와 어머니가 가꾸던 정원에 얽힌 추억,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형 케빈의 이야기를 소중한 보물보따리를 풀 듯 이야기 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그 따뜻한 기억이 자신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고, 현재의 어려움을 풀어가는 열쇠가 되는지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혼자 앞만 보고 달릴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가족들과 이웃들, 그들이 건네는 소소한 이야기들과 관심, 그리고 격려가 힘이 된다는 것(때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을 관심, 격려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고민했다. 나는 행복한가?

나는 행복하다. 사실 치열하게 목표를 정해놓고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지도 않고, 적당히 느슨하게 풀어진 상태로 지내고 있기도 하고, 올초 둘째 아이가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그 순간 이후로 오히려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아니 여유라기보다 작은 것에 감사를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맥락에서 나에게 ‘그래, 너 지금 잘 하고 있어. 행복하지? 그러면 계속 그렇게 연습하고 앞으로 한발한발 나아가는 거야. 괜한 욕심 내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며, 작은 것에 감사하며 그렇게...’

한발한발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만큼 훌쩍 삶의 여정을 건너온 나를 발견할 것이고, 오르락내리락한 길도 뒤돌아서서 보면 별것 아니었구나 할 수 있을테니까...

 

철학, 글자만 봐도 참 딱딱하고 어렵고 감히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철학, 글자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도덕시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무척이나 많게 거론되던 -ism과, -주의, 그리고 생소한 철학자들의 이름이름이름... 막상 지금 딱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데카르트, 니체, 칸트 정도.... 그러나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는 몇몇 명언들만 기억이 날뿐, 그들이 정말 무엇을 외쳤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아니 어쩌면 그것들만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와 “악법도 법이다”처럼 시험에 나올 법한 구절들만...

하지만 나를 보호하던 학교라는 곳을 벗어나니, 철학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내가 어떤 생각의 흐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 그 흐름이 과연 옳은 것인지, 그 생각을 이전에 누군가가 더 깊이 고민하지는 않았었는지, 그들의 이야기는 무엇인지, 그렇다면 나는 어떤 생각의 그릇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인지...

“철학을 권하다”는 최근 이런 고민에 빠진 나에게 하나의 묵직한 생각거리를 ‘옛다 선물이다’라는 식으로 던져진 책이다. 게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철학자들은 수백년도 전의 사람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라는 점에서 사회가 아무리 많이 바뀌었다 해도 사람들의 고민과 생각의 흐름은 늘 같은 맥락을 지닌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즉, 오래된 철학자들의 생각과 말이 오래된 그래서 활자로만 남겨진 것이 아니라 팔짝팔짝 내 생활 속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테네 학당으로의 초대, 그리고 하루동안 여러 선생들에게서 듣는 삶의 기술로서의 철학이야기들.... 소크라테스, 에픽테토스, 무소니우스 루푸스, 세네카, 에피쿠로스, 헤라클레이토스, 피타고라스, 디오게네스, 플라톤, 플루타르코스, 아리스토텔레스....그리고 다시 소크라테스로 이어지는 색다른 구성 또한 책을 읽는 재미를 주었다. 아니 정확히는 생각의 흐름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철학, 철학은 평상시에는 그냥 별의미를 가지지 못하다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거나, 힘없어 주저앉아 버렸을 때 아주 중요한 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또한 일상 속에서는 나는 그냥 평범한 아줌마이기에 철학과는 동떨어진 것 같기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살림을 하면서, 바쁜 직장 생활에 치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의 흐름을 삶으로 옮겨내는 것은 나만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 앞에 누군가에게, 나와 같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도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휴가 갈 때 들고 가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