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큰한 향과 더불어 약간의 매케함으로 다가오는 뽑기(혹자들은 달고나라고도 하더라)의 추억

탄내와 함께 달달했던 쥐포 살을 뜯던 기억

비 오는 날 집안 가득하게 채우는 기름진 향

그리고 8월에서 9월로 넘어가는 요즘 포도 내음 가득한 외가의 마당...

누구에게나 추억의 맛, 향은 있을 것이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라는 이 책은 이런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저자 자신의 추억에서 끄집어내어 쓰여졌다. 저자 박천일이 쓴 「보통날의 파스타」를 재밌게 읽었던터라 신작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도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화려한 문체가 아니어도 자신의 이야기를 맛난 곶감을 끄집어내듯 풀어가는 글의 재미가 읽으면 읽을수록 더했다. 30대의 나와, 그리고 시골출신인 나와 저자는 삶의 환경이 다르긴 하지만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내용도 많았고, 나 이전의 시절, 서울변두리의 서민들의 삶은 그러했구나 하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내용들도 많았다.

연탄불이 없어 가끔 가스불에 쥐포를 굽다 태운 뒤 먹지 말라는 남편의 만류를 뒤로하고 슬금슬금 조금씩 뜯어먹으면 나는 어린 날 가을 운동회를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층층히 쌓는 찬합을 운동회와 오버랩시켰다. 그리고 라면을 끓이다 옆으로 떨어트린 라면이 바삭하게 익을 때 나는 냄새를 맡으며 조금은 슬프지만 집나간 외숙모가 생각이 난다. 소위 말하는 라면땅을 맛있게 만들어주셨었는데....

책을 읽으며 내내 비슷한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또 아주 엉뚱한 것들을 생각해내고 웃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또 한편 마음이 저릿하기도 했다.

오늘도 어느 순간, 무언가를 먹다 또 어떠한 추억의 자락을 끄집어낼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의 어느 순간이 나중에 어떠한 맛과 결부되어 10년쯤 지난 뒤 떠올려질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이런 면에서 사람은 추억으로 채워져 가는 존재이고, 그 추억들로 뒤엉킨 우리에게 맛은 그 추억으로 다시금 들어갈 수 있는 일종의 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아, 책 제목 참 입에 짝~ 달라붙게 지었다 싶었다.

그런데 내용은 손에 짝~ 달라붙는다.

어제 잡았는데, 어느새 다 읽었다.

최근 들어 속도감 가장 빠른 책이다.

아무리 관심이 가는 육아서적이라고 하더라고 이렇게 손에서 놓지 않고, 업무시간에 서랍에거 간식 하나 꺼내 몰래 먹듯이 읽지는 않는데, 이책은 업무와 업무 사이에 짬짬히 꺼내 읽었다.

하은맘이 던지는 유쾌 발랄한 말들에 배꼽잡고 웃고, “맞아 맞아”라고 공감공감X100쯤 날려주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았다. 30분씩 오가는 출퇴근 지하철의 역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어제는 내려야 할 역 안내방송의 끝자락만 듣고 후다닥 내렸다.

이책에 완전 공감하는 것은 하은맘과 같이 나역시 아이로 인해 이성의 정신줄을 간혹 놓아버리는 이땅의 엄마이기에... 그리고 학원뺑뺑이는 절대 안된다 주장하고, 그 시간에 놀게해주고, 책읽혀주고 싶은 엄마이기에...

하지만 읽으며 점점 슬퍼졌던 한가지는 나는 하은맘처럼 아이 어릴 때 물고빨고끼고하지 못한 워킹맘이라는... 현실이 너무 슬프고 아득해졌다.

하은맘이 날리는 충고들 한마디 한마디가 그냥 내 마음에 팍팍 박힌 이유들... 4살, 1살 우리 집 까꿍이들은 지금 어린이집에서 뭘하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하은맘이 하지말라는 거 몇몇가지들 아주 열심히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에 심연 깊은 곳에서 뭔가가 마구 올라와 화도 났다. 하지만 어쩔... 상황이 상황인 것을...

취사선택!!

어떤 육아서든 간에 취할 것을 취하여, 내게 채찍질을 하고, 가슴팍 팍팍 쥐어뜯고 열심히 내 안에서 굴리고굴리고 굴려, 내게 가장 적당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아무리 공감공감X100을 날려줄만큼 고개 끄덕이게 하는 육아서라도 그것이 진리는 아니니... 너무 절망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간과하지도 말아야 한다.

어제는 찬찬히 집에서 4살 1살 까꿍이들을 보며 지금 어떻게 해 줘야 하나 다시 한번 고민했다.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의 상황들과 그리고 육아의 현장을 어떻게 해야 하나?!

물론 이런 말을 하은맘이 본다면, 나를 자기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4박5일 훈련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언감생심 고런 걸로 책육아에 대해 생각해?”라며 뭐라고 뭐라고 난리칠지도 모르지만, 각자가 처한 현실은 현실이니까.

몇몇가지 조만간 이번주부터 실천할 것들을 생각해봤다.

(이렇게 실천으로 옮길 것들을 생각하게 해 주는 육아서적 고.맙.다.)

1. 아이방(거의 아무도 안 들어가는)에 있는 전시용 책들을 거실로 옮긴다.

2. 한글을 그릴 줄은 아는(읽을 줄은 모른다) 딸래미 데리고 글자놀이 좀 해준다.

3. 매일밤 암만 힘들어도, 딸래미 동화책 “엄마 그만 읽고 자자”할 때까지 읽어준다. 이럴려면 퇴근-밥&이유식-설거지 초스피디하게 움직여야 한다.

한번 해보지 뭐, 뭐 인생 별거 있나. 부딪혀보는거지!!

 

결혼을 하고 4년을 꽉 채우고 3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나이는 35살, 직장생활 13년을 휴직한번 없이 꾸준히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아내 꽃 피다> 이 책은 결혼을 하고 가정에만 몰두하다 어느 순간 자기의 손이 더 이상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아이들이 자란 후, 시간의 공백이 많아지는 여성들을 주 대상으로 쓰여 졌다. 하지만 직장을 꾸준히 다니고 있는 워킹맘인 내게도 상당히 많은 부분에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 일본과 한국, 나라는 다르다고 하지만 여성이 처한 위치와 상황 등은 매우 흡사한가 보다. ‘이건 일본이 배경인 사람이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저자 요시타케 데루코는 자기의 경험과 자신이 강연을 다니며 만난 여러 여성들과의 대화들을 통해 80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현대의 여성들에게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당당히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갈 것을 권하고 있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 자신의 삶을 충분히 풍요롭게 가꿔가는 이들에겐 공감을 살 수 없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아내, 엄마 그리고 회사를 다니고 있는 나는, 살짝 이 책에서 정해놓은 타겟에서 조금은 벗어난 것 같은 나는 완전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책에서 말하는 것은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여성들, 그리하여 한없이 자신 안으로만 파고들며, 자신감을 잃어 반짝거리는 시절을 잃어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정신을 차려”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나는 지금 뭘 해야 하지? 나는 지금 뭘 실천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지? 나는 지금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거 맞아? 이게 최선이야? 10년 뒤에 어떻게 할거야? 나중에 아이들이 나에게 뭐라고 할까?’라는 수많은 질문들을 내게 던졌다. 계속적인 질문들 속에 오히려 속이 상해 버렸다. “에잇!”

‘뭔가 시작해 봐야는데’라며 주저하는 내 모습에서는 책 속에 나오는 ‘제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나한테는 안 맞는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여자들의 고개숙인 자존감이 그대로 오버랩되어 있었기 때문에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계속 뭐라도 해 보라고, 눈에 확 띄고, 바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작은 일이라도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고, 그 변화를 삶의 Turning Point로 삼을 수 있게 하라고 격려하는 저자의 도닥거림에 힘을 얻어봤다.

내가 하고 싶은데, 결혼과 육아, 그리고 직장으로 인해 미뤘던 일들.

시간을 조금 더 쪼개어 사용하면, 내가 조금의 잠을 줄인다면 할 수 있을 일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어 다음 학기부터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닌 할 수 있다의 자심감으로 꾸준히 1년, 2년 연차를 쌓아가며 나도 내 인생의 전환기에 한껏 꽃 피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인생의 롤모델에게서 배우는 것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