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이제 다시 fiction을 읽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몇년을 그 선언을 지켜왔다. 소설이 무가치 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선언을 뒷받침하는 이유야 많았지만 정리하면 대략 아래와 같았다.
첫째, 간접 경험을 위해 독서를 한다면 간접의 간접 경험인 문학보다는 그냥 간접 경험인 non-fiction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경제 논리에 의해서
둘째, 감성에 호소하는 문학은 이성을 둔하게 한다는 나만의 논리에 의해서

하지만, 사람의 정신은 이성과 정신이 균형을 이루어야 제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했는지... 언젠가부터 독서가 무척 지루하고 힘든 작업이 되고 말았다. 즉, 뇌가 독서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독서로 노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성으로 노동을 한다면 감성으로 휴식을 해줘야 한다고나 할까...

어느날부터 뇌에 이끼가 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칼이 무뎌진 듯 렌즈의 초점이 맞지 안는 듯 사고는 느려지고 뭐든 흐리멍텅한 느낌이 된 것이다. 긴장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 책, 저 책을 뒤지다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뇌를 단련하다'에서 이 책의 제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른 소설도 많았을 텐데... 헉슬리라는 사람의 가족력에 호기심이 더 끌려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헉슬리의 아버지는 아주 열렬한 진화론자이다. 진화론의 전도사라고 하면 어울릴 것 같다. 그 외에도 가족들이 성향이 아주 다양하고 저자는 학창시절 시력까지 잃게 되는 등 개인적인 불행도 있었고.. 아무튼 이런저런 책이 아닌 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근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암울하다. 밝게 희망차게 묘사하고 있는 미래의 모습조차도 블레이드러너나 워터월드 같은 암울한 미래영화와 오버랩되어 결코 밝거나 희망차게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작가의 의도인 것이다. 옮긴이의 말이었던가 아니면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이었던가 몰라도 빅브라더가 통제하고 있는 1984보다 더 암울하다.

이유는 현재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모두 파괴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문화의 차이는 있더라도 인류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바로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난다는 것, 그리고 그 어머니에 의해 길러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멋진신세계에는 그 생명의 시작부터가 틀리다. 휴머니즘의 세계가 아니라 메커니즘의 세계이다. 게다가 인간 관계라는 것도 영속성이 없다. 사회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 세계에는 그런 가치가 도덕적인 멸시가 아니라 범죄시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극단적인 사회주의나 전체주의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철저한 사회의 부속품으로 생산되고 계급화 되고 죽어가는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이방인을 따라 움직인다. 모태에서 태어난 자. 사회의 이방인이자 어머니를 가진 원시 형태의 생명체... 이 이방인은 멋진신세계가 요구하는 소양이 없는 야만인이다.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야만적인 인간.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유지하려 맹목적이며, 질투하고, 문학을 사랑하고, 감성에 따라 움직인다. 사람들은 이 야만인의 등장을 쇼로 생각한다.

이런 사회에서 현재의 인간이 뛰어 들었을 때 발생한 결론은 최악의 상황이다. 그런 사회의 종결이 아닌 인간의 파괴이다. 상처 위에 상처를 받고 그 상처로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야만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신적 상처란 없다. 결국 파괴되는 것은 전통적인 인간이다.

나는 인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 이 자본주의 시스템이 극단으로 치달아 물질과 인간을 매달아 놓은 저울판이 크게 기울기 전에 변화가 오리라 생각한다. 멋진신세계는 fiction일 뿐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 저울 자체가 파괴될 날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류는 현재까지 현명했으니까.

분자생물학이란 분야를 열게했다는 에르빈슈뢰딩거의 유명한 저술이다. 저자의 강의를 묶어 출판한 형태라 편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이 강연을 하고 있을 때가 1900년대 초반이었고, 그간 현재까지 생물학 분야에서는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현재는 유전자나 세포분열,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세포내기관이 이미 전문 용어가 아니다. 그냥 운만 좋다면 동네 주점에 앉아 있다가도 들을 수 있는 용어들이 되었다. 게다가 저자가 활동하던 시대의 생물학적 지식과 현재 밝혀진 내용은 좀 차이가 있다. 하지만 현명한 독자라면 그런 부분보다는 거장의 통찰력이 가진 힘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역자의 말처럼 훌륭한 저술은 진리에 대한 답을 주는 것보다 진리를  향한 질문을 이끌어 내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을 위해 준비된 말이다.

에르빈슈뢰딩거는 물리학의 거장답게, 아니 오랜 기간 학문을 연구한 학자로서 훌륭한 통찰력으로 생명현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또한 현재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져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의 학문의 전문화와 그에 따른 학문간의 깊은 골에 대해 비판한다. 당시의 가장 전문적인 학문의 전문가가이자 학계의 원로인 그가 이런 비판을 했다니 대단한 선견지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독자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통찰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생명현상에 대한 더욱더 큰 호기심과 함께... 그리고... 뒤에 있는 정신과 물질이라는 또 하나의 저술을 부록으로 볼 수 있게 되니 그것 또한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빈슈뢰딩거의 저서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영원한 질문이자 존재에 대한 근원적이며 형의상학적인 명제이기도 하다. 아마 이 질문이 해결되는 날... 인간은 신의 영역에 들어서게 되리라.

이 질문에 현대과학은 분자생물학이라는 방법론으로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책은 분자생물학을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어떤 특징의 집합을 생명이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뒤로 미루기로 하자. 단지 환원주의적 방법으로 거시적 생물체를 미시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에 집중을 하자. 현재 물리, 화학 발전은 생명현상을 분자단위로 재구성 할 수 있게 되었다. 세포 단위에서 세포내 세포소기관 또 그들을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과 DNA의 역할과 근원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에르빈슈뢰딩거의 시대만 하더라도 유전자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단백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는 미취학 아동들의 과학도서만 보더라도 DNA의 나선구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럼 이 생명체의 구성과 유지, 현상과 진화를 담당하고 있는 DNA는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하는 것인가? 이것이 분자생물학의 주 연구 과제이다.

이 책은 주로 DNA와 RNA의 역할과 생명유지에 가장 중요한 활동 중에 하나인 세포의 분열 시 이들의 변화에 대해 개괄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중간중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대체로 일반인들이, 범위를 조금 좁혀보자면 고등학교에서 생물학과 화확을 이수한 독자들이라면 대체로 쉽게 받아드릴 수 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지만 좀 더 분자생물학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책으로 발전할 수 있게 개론적 선행학습을 시켜준다.

분자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분자생물학이라는 이 난해한 학문에 첫계단을 오를 수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이 책을 선택하셔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