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시작했다. 이미 잊혀진지 오래인 기억들... 프로야구 전적이라고 볼 수 없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황당한 기록들... 너무 가볍게 출발한 나머지 소파에 기대 로멘스 영화를 보듯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설 연휴인데도 날씨가 추우니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도 못하게 되었다. 하루종일 책만 읽을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가 온 것이다. 졸라대는 큰 아이와 잠깐씩 놀아 주며 나머지 시간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볓이 잘 들어오는 작은 방은 책 읽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처음 부분을 읽고 나니 점점 책에 빠져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감. 책과 작가와 독자, 그리고 창을 통해 비쳐 들고 있는 한겨울의 따뜻한 햇살이 하나가 된 듯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그러며 점점 잊고 있던 우리들의 삶의 의미에 대해 되씹어 보게 되었다.
몇년전 느림에 관한 주제로 많은 책이 나온 때가 있었다. 몇권 사 읽었지만 대부분의 주제는 비슷하여 현대인들의 삶이 얼마나 결여되어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뿐, 그 삶의 실천에 관해 착 감겨오는 듯한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책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잊고, 잃고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내 나이가, 현재의 삶이 책과 공진했는지도 모른다.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철학은 과학도, 종교도, 윤리도 아닌 고도화된 자본주의라는 경제이론이다. 게다가, 영미식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그 달콤한 열매만을 내세워 우리 삶을 파고들고 있다. 모르는 사이 벌써 온몸이 흠뻑 젖어 버린 안개비 속을 지나는 듯이 우리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철학의 특성이 무엇인가? 효율, 속도, 경쟁. 그를 위한 전문화, 부속화. 그에 따른 소통의 단절, 관계의 단순화... 이건 비단 인간 관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의 소통과 관계의 단절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정신 없이 경쟁에서 우위를 위해 다른 모든 가치를 제쳐 두고 달린다. 아마 그 속의 우리들이 경제문제 외 다른 문제의 중요성을 모르지는 않을 테지만 다른 가치를 깊이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게다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에 두려움까지 느낀다.
돈은 인간의 존재적 허무함을 만족시킬 수 없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우리의 삶을 대변하지 않는가? 무언가 얻기 위해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면... 사실 정답은 알고 있다. 다 실행하지는 못하더라도 현재의 삶의 일부분을 떼어 내어 '삼미슈퍼스타즈식의 야구'에 투자한다면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