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양자역학의 역사에 ’불확정성 원리’라는 이론으로 크게 기여한 물리학자이다.

물리학, 우리 세계의 비밀을 파해치는 신비한 학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선입견은 수학의 무미건조함과 실험실의 차가움으로 더 쉽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표면을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모래와 같은 건조함 아래 파피루스에 기록되어 있는 잃어버린 고대의 신화가 발견되는 것 만큼이나 재미있는 세계가 펼쳐진다.

어느 학문이나 그 역사는 놀랄만한 천재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의 측면에서는 물리학의 천재들이 발군일 것이다. 그 예가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의 천재라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어떤 면에서 천재라는 것에는 많은 관점이 있을 것이다. 곁길로 빠지는 것 같지만 아인슈타인에 관련해 잠깐 얘기해 보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20세기의 문을 열었다. 뉴튼이 위대한 물리학자인 이유는 자연현상을 수학적으로 기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튼의 물리학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현상을 예측하고 이용할 수 있는 도구를 인류에게 선물했지만 정작 그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못한채 묻어두었다. 그런체로 약 200백년간을 인류는 만족해 온 것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말한다. 즉, 특수/일반 상대성이론은 중력을 포함한 자연계의 힘의 원인에 대해 기술한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견하여 천재라 할 것인가? 물론 결론도 아름답고 훌륭하지만 그 발상의 과정이 놀랍다. 아인슈타인은 맥스웰의 전자기파 이론과 고전물리학인 뉴턴의 역학의 모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상대성이론을 만들어 냈다. 그 전까지 많은 물리학자가 이 모순을 인식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과감한 발상의 전환 즉, 관측자의 운동상태와 관계없는 상수인 빛의 속도를 가정함을써 모순을 해결한 것이다.

이런 과감한 발상의 전환은 도데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질문은 흥미롭다. 경제적인 논리에 밀려 소외되는 환경 처한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의 어려운 여건때문에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는 우리민족이 기초과학에 기여하는 것이 과소하다는 현실때문에도 그렇다. 어쩌면 그 해답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 중반의 격변기, 그리고 그 태풍의 눈인 독일을 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이 책은 당시까지만해도 물리학의 최고 선진국의 하나인 독일의 학풍을 숨김없이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다.

이미 이 당시에도 문학과 과학의 전문화가 현대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교양 수준의 교류는 충분했던 것 같다. 이미 자연과학에 뜻을 둔 저자는 문학, 음악에 많은 접촉이 있었으며 그 수준 또한 상당한 경지에 이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현재의 모습과 크게 대비된다. 전문화라는 강박관념은 자신의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문외한을 만들고 있다. 스스로 인간의 지적능력을 제한하는 모양세이다.

이런 각박한 환경에서 상상력이라는 것은 자리 잡을 수 없다. 상상력은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가장 큰 능력이다. 어떤 분야든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 상상력이 가장 주요할텐데 상상력을 위한 아무런 훈련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방법으로 미루어 보면 상상력 학원에라도 다녀야할까? 이 발상에 웃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상상력의 속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답은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당양한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답이요, 그것이 아니라면 여러가지 간접 경험의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가장 좋은 간접 경험이라면, 책과 예술이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잘 생각해 보면 불가능하지 않다. 다만 당사자가 느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같은 의미에서 이 책은 나의 아들, 딸에게 꼭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 공부를 해야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왜 해야할지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하나의 해답을 주기도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지성이 이루어 놓은 다양한 분야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숙고 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만일... 이 책을 30대 중반인 아닌 10대 중반 아니... 20대 중반에라도 접할 수 있었다면 내 인생은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생각이 30대에 접어든 나의 경험에 의해서 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분명 변화는 있었을 것이다.

만일 독자가 10대라면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20대라도, 30대라도 읽고 후배들에게 권할 수 있는 훌륭한 책이라 생각한다. 한 학자의 자서전 이전에 인류의 지성에 큰 획을 그어 놓은 위대한 인물의 사고의 흐름이라는 면에서 매우 흥미롭고, 또한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유명한 역사학자의 저서의 제목으로 글을 시작하려니 부담감이 밀려온다. 게다가 군주론에 대한 리뷰 첫머리에 역사에 대한 물음이라니...

하지만, 정치에 관해 말하며 역사를 모른체 하기에는 둘의 관계가 그리 멀지 않다. 그럼 다시, 역사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선대의 E.H Carr와 같은 선대의 역사학자를 들먹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역사란 커다란 산과 같아서 보는 이에 따라 많은 관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가장 쉽게 정의하자면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그럼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 또한 큰 범주에서 보면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특수한 관점이다. 이런 면에서 정치와 역사는 서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 마키아벨리도 이런 관점에서 군주론을 집필하였다.

군주론은 교과서적이다. 목차를 보면 그 짜임세와 논술의 방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세부적으로는 당시 저자의 세계(즉, 유럽)의 정치 상황을 통시적으로 기술함으로 논거와 독자의 공감을 구하고 있다.

군주론은 마키아벨리에게 호평과 악평을 모두 가져다 준 작품이다. 정치학의 교과서라 불리며 냉정한 정치 즉, 목적을 위한 수단의 정당화로 당시 카톨릭 교황에 의해 금서의 목록에 올려지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지만 내 관점에서는 더 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실천해야할 덕목이 많다.

과거 가장 큰 변화와 혼돈시대를 살았던 한 지식인의 시대 읽기가 현재의 상황과 오버랩되는 것이 역사의 반복때문인가? 아니면 현재 대한민국의 특수성때문인가? 온고이지신, 옛것을 논하는 것이 어느덧 보수의 전유물로 되었다지만 사실 진리는 시간에 의해 변색되지 않아 그 이름이 걸맞는 것이다. 어느 시대의 산물보다 혁신적인 작가의 저작은 현대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상황을 읽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수 많은 다른 견해가 있겠지만 본인이 아는 한 불교의 교리는 가장 합리적이다. 세계인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종교 중(중국의 유교는 종교에서 제외하도록 하자) 가장 동쪽에서 발원한 종교가 서양의 합리주의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다. 아마 불교는 종교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기독교나 다른 절대자를 섬기는 종교는 그 윤리적, 도덕적인 측면에서의 기능으로는 불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지만 인간의 이성에 의한 답변이 어려운 질문에는 결국 절대자로 그 답을 대신한다. 이러한 모양이라면 결국 아이가 묻는 곤란한 질문에 "넌 어리니까 몰라도 되"라고 대답하는 어른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종교가 무엇인지에 대해 저마다 입장이 다를겠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활속에서 필요한 수준의 종교라면 이런 대답도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인간이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철학적 과제 즉, 인간의 정체성과 정신작용에 관련된 문제라면 이런식의 대답은 언제까지 의심만 남겨놓을 뿐이다.

이런 질문에 대해 인류가 남겨 놓은 해답 중 가장 그럴싸 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불교의 답이다. 마치 다른 종교는 불교의 이론을 아직 미개한 지성의 인류를 위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해석해 놓은 듯 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밀하고 방대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불교가 발생할 당시 인도는 힌두교의 나라였다. 불교가 차용한 연기론, 윤회론, 수행의 방법도 역시 힌두교에서 이미 제시한 것이고 재밌는 것은 부타가 깨닳음을 얻을 때 그의 주변에는 힌두교의 신들이 그를 수호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불교는 힌두교의 강한 영향 아래서 당시 인도인들의 정신세계가 강하게 반영된 종교인 것이다. 하지만 두 종교의 차이는 크다. 범신론적인 힌두교와 달리 불교는 인간의 마음이 현상을 만들어 내고 만물이 모두 그것의 상이라는 기괴한 이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 우주의 모든 현상이 마음의 작용이라니... 플라톤이 우리를 그림자라 하더니 이번에 부타는 만물이 우리의 인식의 그림자라고? 하지만, 이 이론은 정말 그럴 듯하다.

종교를 과학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아주 위험하다. 종교의 신비주의와 과학의 명증적인 성격이 결합할 때 인간을 크게 현혹시킬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모든 시도가 이성을 마비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단, 두 잣대를 교묘하게 들이 대면 마치 절대 진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고민을 해볼만은 하다.

현대 과학이 성과로 뇌의 작용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게다가 물리학도 물질의 본질에 거의 다가간 듯 하다. 두 학문이 아직은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답을 내지는 못해도 현상에 대한 자료는 많이 수집해 놓았다.

먼저 뇌의 작용... 임사체험이라는 말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인간이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혹은 인간이 죽음의 세계에 이미 들어 섰을 때의 체험을 말한다. 이들의 경험은 문화권 마다 차이는 있을 지 모르지만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이를 주제로 한 몇 가지 책이 있는데 관심이 있다면 다치바나 다카시의 ’임사체험(상,하)’를 추천한다. 이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다. 실제 죽음의 체험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무시하지 못할 반대 의견은 죽음, 즉 개체의 파멸을 뇌가 받아드리는 방식이라는 설이다.

이는 다른 뇌의 연구에서 관찰되는 것을 근거로 한 의견일 것이다. 실제로 뇌는 외부의 자극을 받아드릴 때 굉장히 주관적이다. 다른 말로 하면 능동적으로 자극을 처리한다는 말이 될 텐데 상황을 뇌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석을 한다(분리뇌 실험의 예를 참고하시라). 극단적인 관념주의의 단편적인 면이지만 이러한 경향을 발전시키면 정신이 상을 만들어 낸다는 것도 일리가 있다.

다음 입자 물리학... 우주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는 오랜 물리학의 숙제이다. 20세기 초반 아인슈타인이 우주가 시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주장을 한 후 급속한 발전으로 최근 초끈이론까지 물질을 이루는 최소단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결론은 물질은 진동하는 에너지의 끈이다. 아직 M이론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최신 물리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거의 확신하고 있는 듯 하다.

현재로는 뇌의 인식 문제와 물리학의 존재이론이 합쳐질 가능이 보이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하나로 관통하는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론은 불교이론과 아주 유사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불교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불교의 방법론은 아주 주관적인 경험에 의지하고 있다. 즉, 반복 실험이 불가능한 체계인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해탈이라는 경지는 해탈의 주체만이 경험할 수 있을 뿐이다. 언어도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 경지는 초언어적인 경지이기 때문에 언어로 묘사할 수가 없다. 답답한 일이다. 언어의 용도가 경험의 전달인데 경험을 언어로 전달할 수 없다니...

청화스님은 성철스님처럼 대중에 많이 알려지신 분은 아니다. 하지만, 그 수행의 과정으로 본다면 무언가 깨닳음을 얻은 분이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분이 법회 내용을 책으로 정리한 것이라 불교의 설명이 아니라 선배 수행자로서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불교의 핵심 이론에서 참선법까지 오랜 수행을 경험한 수행자로서의 실천적 가르침이다. 불교에 종교적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본인과 같이 학문적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까지 불교 입문서의 동어반복에 싫증을 내고 있다면 선택해 볼 만한 책이다.

위대한 책은 해답보다는 질문을 던진다고 했던가? 이 책 또한 더 많은 궁금증을 안겨주었다. 그에 대한 해답은 결국 나의 실천으로 찾아야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