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른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지만, 어린 시절에는 또래들보다 글 쓰는 법을 빨리 터득했다. 덕분에 학창시절에 글짓기로 많은 상을 타기도 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과제를 제출할 때 친구들보다 수월하게 작성해서 낼 수 있었다. 이후 직장에서 제안서와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면서 오랜 만에 글쓰기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것도 지금은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지만, 어떤 글을 쓰든 처음은 늘 쉽지 않다.

이상하게도 학창시절 거침없이 나오던 글발은 성인이 되어서 오히려 수그러들었고 감성적이고 깔끔한 표현도 줄어들었다. 뒤늦게 독서에 취미를 붙이면서 쓰기 시작한 서평을 직접 읽다보니 이런 단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한 번도 글쓰기에 욕심을 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서평을 쓰면서 글쓰기에 욕심이 생겼고, 제안서나 기획서, 보고서 등과 같은 사무적인 글쓰기에도 글 솜씨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상대의 마음을 끄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사적인 사색을 넘어서 사회적인 성공의 요소로서도 매력적인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타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행히 노력으로도 터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인 저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옥시크린, 에이스 침대, 로케트 배터리 등 수많은 광고와 캠페인 카피로 유명하다. 그의 이름은 몰라도 그의 촌철살인 같은 카피는 누구나 한 번 이상 들어봤을 것이다. 이 책에는 글쓰기에 삼십여 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저자가 공유한 단기간에 글 솜씨를 높일 수 있는 글쓰기 핵심 노하우들이 공유되어 있다. 글쓰기 기초에서부터 프로의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구성하여 20일 만에 완성할 수 있도록 20개의 글쓰기 비법을 정리했다.

저자가 가장 첫 번째로 제시한 글쓰기 향상 전략은 필사다. 과거 선조들이 좋은 글을 읽고 필사하며 공부를 했듯이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좋은 책을 선별하여 편한 마음으로 끝까지 읽어본 후 필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 반드시 연필이나 펜으로 필사를 하되 가능한 원고지나 백지에 필사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하루에 한 시간씩, 적어도 6개월은 필사하기를 권한다. 글쓰기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에는 이성적인 글과 감성적인 글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익히기 위해서는 알맞은 글들을 선별해야 한다. 감성적인 글을 익히기 위해서 초보자들이 필사하기 좋은 것은 초중고 교과서에 실린 소설들이다. 동요나 동시를 100개 정도 골라서 필사하는 것도 유용하고, 일본의 3행시 형식의 짧은 글인 하이쿠도 도움이 된다.

이성적인 글을 익히기 위해서는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은 좋은 필사 대상이다. 이외에도 잘 쓴 기획서나 보고서를 구해 필사하면 실질적인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필사 대상들은 책으로 구해서 활용해도 좋지만, 인터넷에서 올라와 있는 자료들을 구해서 필사에 활용해도 무방하다.

이 책은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인 필사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첫 글을 시작할 수 있도록 백지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법, 본문을 읽게 만드는 헤드라인의 가치와 12가지 테크닉, 본문을 잘 쓰는 방법, 다른 이의 글을 인용하는 방법, 의성어와 의태어 및 아포리즘을 활용하는 방법, 글에 리듬을 넣는 방법, 보고서와 기획서 작성 요령 등에 이르기까지 20개의 핵심 노하우들이 설명되어 있다. 각 노하우마다 사례가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이해와 활용이 용이하다.

이 책은 직장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초보자들이 단기간에 글쓰기 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노하우들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 학교와 직장에서 글쓰기로 고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누구라도 20가지의 노하우를 각인하며 20일 동안 필사를 실천한다면 글쓰기 실력은 상당히 향상될 것이다.

물론 글쓰기 실력을 제대로 향상시키고 싶다면 책 제목의 20일 완성과는 상관없이 저자가 강조했듯이 하루씩 6개월간 필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아주 긴 기간은 아니더라도 작심삼일의 유혹 때문에 실천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유명한 소설가들이 필사를 통해 실력을 쌓은 만큼 필사는 글쓰기의 왕도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6개월 필사도 도전해보길 바란다.

이 책의 저자인 ‘장 자끄 상뻬’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쯤이다. 우연히 얻게 된 그림 전시회 티켓 덕분에 그의 삽화를 감상하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그의 팬이 되었다. 이 책은 그의 삽화집 시리즈 중에 ‘거창한 꿈’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엮은 것이다.

첫 그림은 책 제목의 느낌이 묻어나듯 한 남자가 고급스러운 웅장한 침대에서 누워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림이다. 침대 주변에 놓인 모자와 가방을 보니 고급 호텔일 수도 있고, 다른 방에서 여유롭게 화장을 하는 여성을 보면 이 여인의 집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 이 그림은 현실이 아니라 꿈이나 몽상일 수도 있다. 이렇듯 저자의 그림을 보면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물론, 짧은 글귀가 달려있는 그림들도 많다.

이 책에는 특별한 주인공도 이어지는 스토리도 없다. 아기자기하면서 따뜻한 느낌까지 드는 정감이 가는 삽화에는 평범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들의 꿈과 열정, 사랑, 동경, 갈등, 몽상, 두려움 등을 표현했고, 그들 내면의 가식과 환상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재치 있게 그려냈다.

삽화의 장점이 드러나듯 저자의 그림은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이지만, 주변 배경은 담백하면서도 때로는 화려하고 웅장하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그림이 유난히 매력적인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섬세한 배경과 함께 그림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느낌들 때문이다. 덕분에 그림을 감상하는 남다른 재미가 있다. 글귀가 있는 그림이든, 없는 그림이든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 책에 담긴 ‘거창한 꿈’은 1997년 작이지만,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상과 삶에 대한 작은 통찰과 역설을 엿보게 한다. 십 년 전에 저자가 30년간 그려 온 데생과 수채화를 전시했을 때 비평가들로부터 현대 사회에 대한 사회학 논문 천 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평을 들었다고 하니 이해가 간다. 벌써 십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많은 것을 사유하게 한다. 멋진 명화를 감상하는 것도, 가볍게 만화를 감상하는 것도 모두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지만, 저자의 그림에는 이 두 가지 매력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바쁜 삶에 익숙해져 자신에게 여유를 주기 힘들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잠깐의 시간을 내어 상뻬의 그림을 감상해보기를 추천한다. 어떤 그림은 보는 이에게 미소를 짓게 만들고, 어떤 그림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어떤 그림은 자신의 내면을 가볍게 두드려줄 것이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이를 통해 삶에서 작은 여유와 통찰을 선물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