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이라는 혈연관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목적으로 관계는 점점 더 확장된다. 이렇듯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따라서 원만한 관계, 만족스러운 관계를 많이 형성할수록 일에서 성공할 확률도 높고 행복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그 관계에서 자신이 주도권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원만한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각 상황과 위치에 따라 관계를 깨뜨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주도권을 유지하거나 때로는 주도권을 양보할 필요도 있다. 이렇듯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밀고 당기기를 잘 하려면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하고 상대에게 자신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할 수도 있어야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다양한 관계와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 속에서 원만하고 성공적인 관계를 이끌어내고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매스컴을 통해서 포커천재로 알려진 최고의 승부사이자 주식투자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독특한 이력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그는 지난 10여 년간 50개국을 다니며 다양한 국적,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들을 쌓았다. 이를 토대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안목을 키울 수 있었고 덕분에 상대의 표정, 몸짓, 사소한 습관 등으로도 상대의 심리를 정확하게 간파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고 관계술을 다루는 이 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 책은 크게 ‘나를 버리고 상대를 얻는 관계술, 상대의 힘을 내 힘으로 만드는 관계술,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는 관계술, 나도 이기고 상대도 이기는 관계술’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37가지 관계술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심리학적 원리 및 뇌 과학과 함께 포커전문가와 주식투자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관계의 기술들을 흥미롭게 풀어간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서 나오는 다양한 실전 경험적 사례들이 풍부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단순히 이론적 관계술의 나열에서 끝나지 않고 독자들이 보다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기초를 분명하게 제공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신화와 삼국지, 다양한 영화 스토리도 사례로 제시하여 등장하는 인물들을 분석함으로써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관계술은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이기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칫 이기는데 집착하면 오히려 우위를 점하기도 전에 관계가 틀어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위를 점하면서도 관계를 해치지 않는 방법이 가장 좋은 관계술이다. 그는 이러한 관계술의 핵심을 진정한 승자들이 견지하고 있는 승부에 대한 태도에서 찾았다. 승부에 대한 태도가 올바르다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승자들이 견지하는 태도의 세 가지 핵심요소는 ‘공감, 배려, 나눔’이다. 이것은 ‘나’를 중심에 두지 않고 ‘상대’를 중심에 두었을 때 가능한 태도이자 상대와 나 모두가 이기는 길이다.
이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진부해보일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이 요소들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중심으로 주도권을 잡으려하기 때문에 이 요소들의 가치를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책에 담긴 구체적인 풍부한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이의 경험을 투영하며 이 세 요소의 현실적인 이해와 활용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와 경청을 가장 신경을 쓰며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다. 저자가 제시한 핵심요소 중에 하나이기도 해서인지 다행히 전반적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다보니 상대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본능 때문에 불필요하게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밖에도 그동안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경험했던 수많은 관계의 부족함을 되돌아보고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었고 더불어 해결책도 숙고해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들고 사회경력이 쌓여가면서 이전보다 더 다양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다보니 이제는 관계에 대한 전략적인 사고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관계술의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조언과 지침도 현실의 경험에서 의식적으로 활용하면서 익숙해져야 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책의 사례들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상황에 맞춰 적절한 순간에 이 책에 담긴 조언과 지침을 활용하면서 스스로 체화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그만큼 관계의 달인으로 가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관계술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의 지침들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술이자 유용한 기술이다. 더욱이 현재 일상이나 사회생활에서 대인관계에 대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담긴 저자의 통찰과 지침을 통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얻어가길 권한다. 각자만의 성격과 습관이 있기에 당장은 익숙하게 활용할 수 없더라도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이 책의 조언들을 바탕으로 변화를 시도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앨리스는 사랑하는 남편과 세 자녀를 가진 50세의 중년 여성이다. 그녀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종신직을 받을 만큼 명망 높은 심리학과 교수로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남달랐다. 그녀의 남편 역시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였고, 결혼한 변호사 큰 딸, 의사 아들, 배우를 꿈꾸는 막내딸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이었다.
이렇듯 삶에 대한 불평도 문제도 없이 순탄하게 살아가는, 앞으로도 한결같을 것 같았던 앨리스의 삶에 인생 최대의 불행이 찾아온다. 하버드 대학교의 종신교수로 누구보다도 스마트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왔던 아직 한창 나이의 그녀가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이다. 처음 몇 가지 증상은 단순 건망증 내지 과로 또는 폐경기 증상에 의한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점점 횟수가 잦아졌고 결국 어느 날 조깅을 하던 중에 순간적으로 방향을 상실하고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만다. 25년 동안 늘 다니던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시 동안 마치 낯선 곳에 있는 것처럼 집으로 가는 길을 떠올릴 수 없었다. 이후 검사를 통해서 유전적인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판정을 받게 된다.

이 책에는 발병 이후 앨리스의 2년의 시간이 담겨있다. 증상이 점점 심해져가는 앨리스의 상황은 비참하고 절박했다. 증상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에 대한 충격도 컸지만, 앨리스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동요하는 남편, 알츠하이머 유전자에 대해 걱정하는 자녀들, 포기해야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학자로서의 명예, 자신을 점점 멀리하는 동료 교수 등은 그녀에게 또 다른 상처로 다가왔다.
그녀는 증상으로 인해 수없이 반복되는 부정적인 감정상태를 가족과 함께 힘겹게 극복해간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입장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교류하면서 상황을 좀 더 지혜롭게 받아들여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증상은 심해졌고, 희망을 가졌던 임상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가족 간에 상처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었으며 덕분에 가족과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가는 것 같은 기억의 상실감 속에서도 앨리스의 자존감을 잃지 않는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은 마지막까지 품위 있고 아름다워 보였다. 이제 앨리스는 기억의 많은 부분을 상실했고, 가족조차 잘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 그녀 곁에는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자녀들이 그녀를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다. 그리고 어린 손자들도 그녀와 함께 한다.

앨리스가 차라리 암에 걸리는 편이 더 좋다고 표현했듯이 치매라고도 불리는 알츠하이머병은 환자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나 다루기 힘들어 꺼리는 병이다. 그녀가 정신이 온전할 때, 자신의 증상이 심각해졌을 경우 자살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 부분에서 그녀의 심정이 공감이 갔기에 가슴이 아팠다. 나중에 그녀가 자신이 남긴 지시에 따라 이를 실천하려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행히 알츠하이머 증상이 그녀를 살렸다.
이 책은 병마를 이겨내기 위한 그녀와 가족들의 노력,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상처와 용서, 사랑과 희망 등을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덕분에 주인공의 심리를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몰입하며 읽어갈 수 있었다. 
저자는 하버드 대학 신경학 박사로 수년 간 알츠하이머병 질환의 증세와 진단, 치료, 환자, 보호자에 대해 연구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로 인해 앨리스의 삶이 변해가는 모습과 주변의 반응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덕분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들과 가족들의 현실적인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에 대한 편견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고난과 시련에 대한 경험에서 어떤 이는 좌절과 절망을 경험하지만, 어떤 이는 그 안에서도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고 삶의 교훈을 배운다. 이렇듯 같은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서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위해 대비할 수도 있다.
앨리스의 이야기는 비록 소설이지만,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그 안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현실에 투영하여 간접체험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한 사유와 일깨움은 비슷한 시련이 닥쳤을 때 공포와 절망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고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내가 앨리스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거나 가족 중에 누군가가 그런 상황에 빠진다면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대처했을까?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만약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면 나는 끝까지 곁에서 돌봐줄 것이다. 앨리스 가족의 입장을 바라본다면 실제로 이와 같은 힘든 상황에서 일상을 무리 없이 유지하면서도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하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면 현명하게 대처할지는 확신하기 힘들다. 반대로 내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면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희생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심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내 곁에 있어주길 원할 것이다. 이처럼 상대에 대한 사랑과 배려로 인해 심리적인 딜레마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앨리스와 그녀의 가족들의 삶을 바라봄으로써 간접경험 삼아 현명하게 숙고해볼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감성적인 가치 이상의 것을 전해준다. 때로는 앨리스의 삶에 나를 대입해보며 가족의 가치와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랬듯이 내가 무의식중에 외면했던 가족과의 소통, 이기적인 생각들과 소극적인 관계, 삶에 대한 열정, 사랑, 희망 등에 대해서 진지하게 사유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후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 관계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앞으로는 가족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표현하며 더 자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할 생각이다. 또한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순간순간을 가치 있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보다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