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스가 창조한 장면은 하나하나가 범죄 장면을 연상시킨다

화가가 조심스럽게 심어 놓은 단서를 찾다보면 이야기의 퍼즐이 완성된다

런던의 어느 웅장한 저택 내부를 배경으로 부유한 상인과 백작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두 가문에 도움이 될 결혼 계약을 맺고 있다. 빨간색 외투를 입은 상인은 맞은편에 앉은 스콴더(Squander)백작의 아들과 자신의 딸을 결혼시켜서 돈으로 귀족 세계에 편입하려는 중이다. '낭비하다'라는 뜻을 지닌 이름이 암시하듯 재산이 조금씩 줄어드는 형편인 백작 가문의 신랑은 파란색 외투를 입고 있으며 계약 과정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반면에 변호사는 신부의 귀에 무슨 말인가를 속삭이고, 회계사는 미지급 청구서를 한 장 더 백작에게 들이밀고 있다.

이 생생한 장면은 희대의 풍자가 호가스가, 잘못된 발상으로 시작된 결혼의 불행한 과정과 비극적 결말을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묘사해 낸 여섯 점의 연작 중 첫 번째 그림이다. 재산을 노리고 이루어진 결혼을 풍자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인간의 약점과 도덕적 결함을 강경하면서도 희화적으로 묘사했다.

미술품 도둑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교회당과 대저택이며, 제일 선호하는 미술가는 피카소다. 피카소의 작품은 현재 600점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그리고 최근 또 한 작품이 사라졌다.

미술품 도난 사건은 추리소설의 단골 소재이자 영화 시나리오를 위한 아이디어 창고 역할을 해왔다.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에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모네의 작품을 훔쳐내는 미술 애호가 피어스 브로스넌이 등장하고, 영화 <종횡사해>에서는 명화 ‘할렘의 여사종’을 훔쳐달라는 부탁을 받고 국제경찰의 추적을 피하는 장국영과 주윤발이 긴장감 넘치는 액션을 펼친다. 게다가 영화 <엔트렙먼트>에서는 고가의 작품만 훔치는 도둑 숀 코너리와 콤비를 이루며 아찔하게 적외선 장치를 피하는 케서린 제타 존스가 나오니, 이처럼 매력적인 도둑들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렇듯 현실 세계에서 미술에 대한 사랑 때문에 암거래를 위한 도둑질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술품 도둑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교회당과 대저택이며, 제일 선호하는 미술가는 피카소다. 피카소의 작품은 현재 600점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그리고 최근 또 한 작품이 사라졌다.

지난 10월 16일 네덜란드에서 7점의 걸작 미술품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로테르담 쿤스트할 박물관에서 이날 새벽 피카소, 마티스, 모네, 고갱을 비롯한 유명화가의 그림이 전시 도중 도난당했으며, 도난당한 작품의 가치는 1억달러(1,106억원) 이상이라 추정했다. 로테르담 경창철 대변인은 "현재 사건 현장 목격자들을 심문하고 있으며, 폐쇄회로 텔레비전 비디오를 분석하고 있다"며 "대규모 수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미술품의 도난과 암거래는 인터폴이 1947년부터 전 세계 정부 및 경찰력과 연합하여 맞서 싸우고 있는 국제적인 문제다. 도난당한 작품 수천점의 목록을 작성해 놓은 세계적인 온라인 데이터 뱅크도 존재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미술품 경매 회사의 전문가들은 미술상을 상대할 때 경매에 나올 작품의 출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최고의 전문가들조차 속일 수 있을 정도로  작품 이력이 감쪽같이 위조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합주>, 1664년, 캔버스에 유채, 64.5×72.5㎝,1990년 3월 18일 도난당함.  

미국,보스턴,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베르메르의 작품을 소장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베르메르의 그림으로 확신할 수 있는 작품은 겨우 35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90년 3월 17일에서 18일로 넘어가던 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에서 베르메르의 그림 <합주(The Concert)>가 사라지는 유명한 도난사건이 발생한다. 렘브란트의 작품 세 점과 드가와 마네의 그림까지 더해, 당시 박물관이 도난당한 작품들의 가치는 약 5억 달러에 달했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가 <합주>를 손에 넣은 것은 1894년에서 1896년 사이의 일이다. 개인 소장품을 늘리기 위해 유럽에 나왔다가 보티첼리의 <루크레티아의 비극>, 티치아노의 <에우로페의 납치>, 렘브란트의 <자화상>과 같이 구입한 것이었다. 이 보물 같은 작품들은 가드너가 1903년에 특별히 만든 박물관에 다른 2500점의 미술품과 함께 전시된다. 그러나 현재 가드너의 박물관에서 베르메르의 작품은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1990년 3월 18일 밤, 성 패트릭 축제로 도시가 어수선해진 틈을 타 경찰로 위장한 도둑들이 박물관에 침입한다. 도둑들은 경비원 둘을 결박한 다음,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베르메르의 <합주>와 렘브란트가 남긴 유일한 풍경화 <갈릴리 바다의 폭풍우>를 비롯한 작품 13점을 떼어냈다. 이상한 점은 그 많은 작품 가운데 굳이 드가의 스케치 5점을 골랐다는 것이다. 어쨌든 도둑들은 1시간 반 뒤 박물관을 빠져나갔다. 오슬로 미술관이 도난당한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를 찾아준 사설탐정이 혐의가 가는 인물을 계속 쫓고 있는데, 이 도둑은 체포될 경우 협박에 쓸 수단만큼은 제대로 확보한 셈이다.

세상에는 없는 미술관 저자 셀린 들라보(Celine Delavaux), 김성희 출판사 시그마북스